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밀라노 한복판에서 길을 잃다.

밀라노 한복판에서 길을 잃다 밀라노 한복판 최근 대리석을 청소했다는 듀오모 성당이 기세등등하게 서있다. 마끼아또를 씹으며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들의 면면을 음미하는 인파 속에 묻혀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이키는 시원한 라거 한잔이 갈증을 달랜다. 거대한 성당 전체를 빽빽이 덮고 있는 수많은 인물상, 멋드러진 스토리를 담고 있을 그들 하나하나가 왠지 징그럽게 낯설다. 살아움직이는 듯 볼륨감있는 그들 하나하나의 육체와는 판이하게, 그들은 그저 광장을 메우는 인파처럼 의미없는 돌조각일뿐. 패션의 도시답게 흠잡을데 없는 옷차림의 남녀들이 유유히 광장을 걷는다. 시골스런 미국인들과는 달리, 타인을 보는 눈빛과 태도에서 이탈리언들은 도회적 이미지를 풍긴다. 광장은 수많은 여행객들로도 붐빈다.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과학과 종교 강의

안양대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과학과 종교라는 제목의 교양과목을 가르치시는 이정모 교수님이라는 분에게 한달 전에 부탁을 받았었습니다. 보내준 커리큘럼을 보니 대충 떼우는 교양과목이 아닌 정말 건질 것 많은 그런 과목이었습니다. 과학과 신앙의 양립가능성이 주된 주제라고, 과학자는 신앙인이 될수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두시간 가량의 강의와 이어진 30분 가량의 질의응답 시간동안 다들 진지하게 듣고 질문하더군요. 기독교인들만이 아닌 일반 청중들을 대상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다루는 강의는 처음 해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슷했지만 포커스를 좀더 무신론자들을 배려하는 면에, 그러니까 기독교적..

연구하는 화요일인디..

월수는 수업준비에, 수업에, 학생들과의 만남에, 목요일은 콜로퀴움에, 그리고 금요일은 주말 놀 궁리에 산만하데 비해 화요일은 조용한 편입니다. 문 잠궈 놓고 연구하는 화요일, 오늘은 손님 두분이 찾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윤여재 간사님이 반가운 얼굴로 아침 일찍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젯밤에 갑작스레 연락이 왔고, 커피 한잔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코스타때도 매번 바쁘게 섬기는 터에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옛날 대학원시절 얘기도 하구... 그리곤 아내 친구 한분이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보험 든 것이 없어서 의료실비 보험을 들려고 요즘 인터넷을 뒤지고 연구중이었는데 마침 설계사일을 하는 친구가 있어 직접 만나 교육을 좀 받았습니다. 기존에 내 이름으로 들었던 보험들을 합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

개교기념일이랍니다.

캠퍼스는 조용하고 가을날씨 너무 좋습니다. 휴일이면 그날 어떻게 재밌게 놀아볼까라는 고민을 미리해야 하는데 그 고민을 할 여유가 없어 제대로 못놀고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 학교에 나와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어제 수요일엔 중간고사겸 리딩 숙제를 주고 한 이틀, 오랜만에 집중해서 연구를 좀 했더니 두뇌가 적응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른한 오후, 졸릴듯도 한데, 아마도 카페인이 필요한듯 합니다. 연구실에는 자그만 원형탁자와 의자 두개를 새로 들였습니다. 이제 팀 미팅도 할수 있다는. 연구실도 조금씩 내방같기 시작합니다.

unprofessional

복음과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두사람의 대담을 기획한다고 연락이 와서 그 자리에 다녀왔다. 대담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커뮤니케이션, 진행 그리고 호칭까지 꽤나 unprofessional 했다. 부탁을 받은 뒤, 귀중한 하루저녁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글쎄 잘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어느 자리를 가나 기독교인들과 관련된 모임들이 무례하고 unprofessional 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태생적 한계일까 아니면 한국적 상황일까

PC의 압력에 굴복(?)하다

한달을 버티고 PC를 샀다. Mac으로 도저히 버틸수 없는 이유는 인터넷뱅킹, 신용카드 사용등등 각종 금융관계가 죄다 액티브엑스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각종 공문이 죄다 아래한글 파일로 오기 때문이다. 스프링노트라는 싸이트에 가서 아래한글을 올리면 물론 내용을 볼수는 있다. 그러나 날마다 쉬지 않고 오는 각종 서식에 몇개 내용을 채워 푸린트하려고 하면 표들이 페이지에 잘리고 만다. 맥버젼 아래한글을 사려고 했더니 벌써 몇년전 판이 마지막 판이란다. 앞으로 안 나올거라는 얘기다. 이 모든 압박에 눌려 PC를 하나 사기로 했다. 중간사이즈의 노트북을 하나 골랐다. 언제 셋업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셋업중이다. 물론 예전의 파워북이나 지금의 맥북의 산뜻..

금요일 오후 6시 5분

또 한 주가 지나갔다. 새가구들이 덩그러니 놓인 내 연구실은 여전히 낯설다. 날은 흐리고 비는 오지 않는다. 이제 급한 불들은 다 꺼졌고 사이언스를 생각해 볼 시간들이 생긴다. 그러나 그 전에 나는 이곳, 삶, 어떻게, 와 같은 문제들을 한참 생각해보아야 한다. 강물에 그대로 떠내려가기 쉽상인 이곳, 돈을 밝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명예를 밝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재미를 밝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적진 한 가운데서 홀로 밤을 지새우듯, 생존에 대한 열망과 아득한 외로움이 낯선 땅의 신령한 기운들과 어울려 땅거미지듯 엄습한다.

UCLA 캠퍼스에서

오랜만(?)에 UCLA에 왔습니다. 날씨도 똑같고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하긴 뭐 변할것이 있겠습니까. 오후부터 워크삽이 있고 8월말에 떠나면서 인사도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인사도 해야할 듯 합니다. 개강을 앞둔 캠퍼스는 조용합니다. 정들었던 오피스에 들어와보니 아직도 논문 등등 내 물건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제 정말 떠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