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13

연구년의 반을 보내고

연구년으로 미국에 나온지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1년의 반이 후다닥 지나간 셈이다. 첫 3개월은 밀린 연구들 마무리하고 논문들을 내는데 주력했고 그후 3개월은 새로운 연구들을 셋업하면서 미국에 함께 나온 두 학생과 한국에 남아있는 박사후 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학부생 인턴이 들어와서 훈련 중이고 간단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쉬었던 그룹미팅을 얼마 전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내가 조금 여유를 찾아서일까 혹은 여학생이 들어와서일까 아니면 학생들이 성숙해져서일까. 답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요즘은 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많이 편해지고 재미있어졌다. 교수로서는 아무래도 다행이라고 말해야겠다. 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재미없고 힘들다면 직..

학회, 사람들, 여행...

오늘도 새벽 2시에 기상했습니다. ㅋㅋ 시차 땜시... 오스틴 학회를 잘 마치고 LA로 왔습니다. 오스틴에서는 많은 사람들 만났어요.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을 만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의논도 하고 결과들을 토론하고 앞으로 할 일들을 얘기하면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예일 동문들도 만나 식사도 함께 하며 옛날 얘기도 하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만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마구 포스를 발하는 신선한 젊은 포스닥들의 활동을 보는 것은 흐뭇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으니까요. 학회는 마치 시장과 같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쪽복음처럼 쪽잠을 자다보니 몸이 상당히 피곤하더군요. 지난 몇번은 ..

새학기를 맞으며

새학기 첫 주를 바쁘게 보내고 나니, 추석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느낌도 솔솔 나고, 한숨 돌릴 여유도 있어 좋습니다. 밀려왔던 블랙홀의 활동과 별생성 활동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을 마악 제출했습니다. 1년 이상 밀렸던 프로젝트군요. 다른 그룹의 박사후 연구원이 데이타 처리를 했고 대략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 지난 봄이었는데 8월 내내 파고 들어 분석을 새로 하고 논문을 다시 썼습니다. 논문제출을 하고 나니 좀 홀가분한 생각이 들고, 드디어 2학기를 제대로 맞는 것 같습니다. 방학 초에는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을 제출했고 방학 중에는 다른 교수팀의 학생과 같이 연구하던 주제의 논문을,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서 박사후 연구원이 맡았던 논문까지 제출을 마쳤습니다. 그러고보니 방학 때 땀 좀 흘린 것 같습니다. ..

Seattle, AAS 미팅이 끝나고

씨애틀에서 며칠 간의 미팅이 끝났다. 영 시차적응이 안된 미팅이었고 구두발표를 하지 않아 부담없이 편했던 오래만의 미팅이었다. 이번 미팅에 대한 감상 몇가지 적어본다. 십여년 간 미국천문학회를 다녔지만, 미팅이 열리는 컨벤션센터 근처의 호텔에 묵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침 한국에 들어간 지인의 집을 사용할수 있게되어 도시 외곽에서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우선 정말 너그럽게 집과 차를 제공해준 그분들의 배려와 열린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공무원출장 규정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예전처럼 가까운 호텔에 묵었을 것이다. 미팅을 앞둔 지난 11월에 대학본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해외출장 시, 공무원여비 규정을 꼭 지켜야 한다고. 그동안 서울대는 자체 여비규정을 적용해서 출장비를 ..

과학이야기 2011.01.14

한국대학의 교수 vs. 미국대학의 교수

3일간 GMT 2010이라고 하는 워크삽이 열리고 있다. GMT라고 불리는 한국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 망원경 프로젝트의 파트너들이 모여서 GMT로 할수 있는 과학연구를 논하는 자리다. 오랜만에 보는 아리조나 대학의 한 교수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그 왈, '한국에 돌아오니 좋으니?' 나 왈, '그럼, 고향인데..' 그 왈, '학교나 과는 어떻고' 나 왈, '좋아, 재미있고..' 그 왈, '근데 너희는 수업을 잔뜩해야 하잖아' 나 왈, '응, 그건 그래. 한 학기에 두과목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야' 그 왈, '그건 너무 많아. 한 학기에 한 과목 이상을 어떻게 가르치니? 미국은 2년에 3과목이 보통이야' 나 왈, '알고있어. 이번 학기 두 과목 가르치다 보니 논문 읽을 시간도 별로 없군. 그래도 대학원 학..

과학이야기 2010.10.05

문 잠그고 연구하기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요즘, 밀린 데이터 처리를 하면서 뭔가 청소되는 느낌이다. 찝찝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딩도 하고 퇴근하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집에와서 저녁먹고는 결과들을 보고 다시 고치기도 하고.. 역시, 연구는 집중해서 '한 연구' 해야 한다. 가끔식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요 몇 주, 진도나가는 것 보니 기분은 좋다.

내 작업 공간...

음... 벌써 7월말. 방학이 한 달 남았다. 그것은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았다는 얘기. 무더운 여름날씨지만 발바닥에 땀나게 일해야 한다. 오늘 그룹미팅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 밀린 데이터 처리를 와장창 해댔다. 분광이라고 불리는 이미지 처리를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기본 과정은 IRAF라고 불리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리고 supermongo라는 하는 언어로 그래픽으로 결과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짠다. 퇴근하려고 디스플레이를 잠재우려다 보니, 내 작업 공간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한 스크랩 해 두자.

과학이야기 2010.07.30

눈 내린 캠퍼스

눈 내린 캠퍼스, 징그럽게 아름답다. 어제 밤늦게 까지 허블망원경 프로포잘 쓰고 오늘 하루는 일본이 쏠 SPICA 미션에 대해 종일 논하다. 저녁을 먹으며 한국이 리드할 FPC라는 기기의 사이언스 케이스를 담당할 덤탱이를 쓰고 2018년에 쏘아올릴 새로운 사이언스 미션과 한국의 천문학 미래를 논하며 취하다. 창밖에 눈길 줄 시간도 없었지만 점심/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부딪힌 눈꽃 핀 산새에 함빡 반하다. 5년 만에 보는 눈, 역시 계절의 여왕은 겨울이어라.

연구 중

산타 바바라에 와서 벌써 며칠째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맘이 편하고 좋다. 동료들과 토론도 하고 연구결과들도 비교하고 앞으로 할 연구계획도 세우고 또 몇가지 막혀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도 하고... 오늘은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작은 코드를 하나 짜서 지금 돌리고 있는데 랩탑으로 돌리니 벅벅 거리면서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저녁먹으러 갔다오면 결과가 나와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오후 콜로퀴엄이 끝나고 세미나 스피커가 보여주었던 내용중에 한가지를 다시 해볼 필요가 있을듯 해서 오늘 밤에 논문들을 뒤져보고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쌈빡하게 여러 일이 진행되는걸 보니 자주 이곳으로 피신와서 연구하다가 돌아가야 겠다. ^^ 살던 곳이라 그런지 서울보다도 더 익숙하다. 남가주의 날씨는 기가막히게 맑고 해변에서..

미팅이 끝나고

택시를 나눠타고 오느라 둘레스 공항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워크삽까지 5일간의 미팅이 끝났군요. 4천명이 모인 최대의 미팅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오늘쯤 되니 시차가 약간 적응되는듯 하는데 다시 서부로 날아갑니다. 둘레스 공항은 약 1년만에 오는 듯 합니다. 승객들을 각 터미날로 실어나르는 재미있는 생김새와 큰 바퀴를 가진 거대한 버스가 여전히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군요. 제 동료들이 거의 오지 않은 미팅이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한국에 들어간 것도 알리고 한국천문학을 선전도 하고 했습니다. 물론 누가 어디로 옮겨갔고 누구는 어떤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는지 보고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여러 분야의 흐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대략 파악해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세션과 포스터들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