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보는 것, 시력, 비젼

요즘 연구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나의 약해진 시력이다. 소위 노안이라고 하는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돋보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3년 가까이 되는데 평소에는 그래도 참고 논문이나 책을 읽을수 있다가도 피곤해지면 영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안경이 꼭 필요하게 되었다. 직업상 하루 종일 컴퓨터 스크린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눈이 나빠질만도 한데 안과의사의 말로는 가까운 곳을 보기 위해 눈을 조절해줄 근육의 힘이 너무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란다. 그것이 원시라고. 눈이 피곤해져서 뭔가를 들여다보기가 싫어지면 말그대로 아무일도 할수가 없다. 결국 시"력"은 단순히 눈이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보는 상태를 유지할수 있는 능력도 포함되겠다. 그 시력이 요즘 많이 나빠지는 ..

아, 한국사회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바쁜 현실로 들어오니, 학회갔다와서 사람들과 토론한 내용들을 맘놓고(?) 파보던 포스닥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1월 한달 정도는 미국에 있을 예정인데 이제 한달 정도 밖에 안남았다. 한국에 들어온것이 조금씩 알려지나 보다. 동창들이 전화를 해와서 오랜만에 반가운 목소리들도 들었다. 여기저기서 강의와 원고청탁도 들어온다. 아, 한국사회, 정말 할일이 많다.

히라이즈미에서

오랜만에, 아니 3-4개월 만에 일본에 왔다. 도쿄 밖으로는 처음이다. 센다이 공항에서 내려 신간센을 타고 이키노세키를 거쳐 히라이즈미라는 작은 동네에 왔다. 다다미가 깔린 전통식 룍강에 묵는다. 1000여년 전, 히라이즈미는 일본 북부 쪽의 수도였다고 한다. 금광 때문에. 역사적인 도시에서 며칠 학회로 머무룬다. 한국 시골마을을 생각나게 하는 작은 동네. 며칠 도 닦고 갈 듯하다.

Snow Leopard 가 들어오다. 그의 이름은 Veritas

내 연구실의 새로운 식구, Snow Leopard가 들어오다. 기다렸던 만큼 기분이 좋다. Leopard보다 훨씬 빠르다더니 아직 구체적 테스트는 못했지만 갖가지 소프트웨어들을 인스톨하는 시간이 왠지 빠르게 느껴진다. 본체는 8 core니 메모리 8개를 깔고, 2TB짜리 타임켑슐을 준비해서 자동으로 타임머신으로 백업이 되게 설계했다. 큼지막한 모니터도 산뜻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선이 맥북이랑 쉽게 연결되게 디자인된 것은 좋은데 맥프로 본체로 연결하기에는 길이가 짧다. 책상 가운데 선이 빠질수 있는 구멍을 새로 냈다. 그래도 본체를 다리 옆에 둘수 밖에 없다. 그래 전자파를 다 마시자. 오랜만에 맥을 셋업하는 작업을 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scisoft라는 패키지가 왠만큼 해결을..

The Passionate Intellect

대학생들에게 신앙과 배움(혹은 학문)의 일치를 도전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책을 리뷰하고 있다. '학문적 신실함이라는 무모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될 모양이다. 번역원고를 읽고 서문을 준비하는 와중에 이책저책을 뒤져보다가 'The Passionate Intellect' 라는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Jens Zimmermann과 Norman Klassen이다.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읽을 책 목록에 넣어둔다.

삶을 고민하다 2009.11.22

발성법 세미나

지난 금요일에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마련한 발성법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우지은 아나운서라는 분이 와서 2시간 동안 세미나를 진행해 주었고 참석한 20명의 교수들이 열심히 배웠습니다. 호흡, 발성, 발음 이 세가지가 각각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름 허스키한 목소리에 약간의 컴플렉스가 있어서 좋은 목소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습니다.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그리고 익히고 (두시간 동안 ^^)... 가장 기억에 남는 메세지는 목소리는 변할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경우도 아나운서 생활을 한지 3년만에 원하는 목소리를 갖게되었다는군요. 아, 노력없이 되는 것은 없다라고 먼산을 힘들게 볼수도 있겠지만,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

밀라노 한복판에서 길을 잃다.

밀라노 한복판에서 길을 잃다 밀라노 한복판 최근 대리석을 청소했다는 듀오모 성당이 기세등등하게 서있다. 마끼아또를 씹으며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들의 면면을 음미하는 인파 속에 묻혀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이키는 시원한 라거 한잔이 갈증을 달랜다. 거대한 성당 전체를 빽빽이 덮고 있는 수많은 인물상, 멋드러진 스토리를 담고 있을 그들 하나하나가 왠지 징그럽게 낯설다. 살아움직이는 듯 볼륨감있는 그들 하나하나의 육체와는 판이하게, 그들은 그저 광장을 메우는 인파처럼 의미없는 돌조각일뿐. 패션의 도시답게 흠잡을데 없는 옷차림의 남녀들이 유유히 광장을 걷는다. 시골스런 미국인들과는 달리, 타인을 보는 눈빛과 태도에서 이탈리언들은 도회적 이미지를 풍긴다. 광장은 수많은 여행객들로도 붐빈다.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과학과 종교 강의

안양대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과학과 종교라는 제목의 교양과목을 가르치시는 이정모 교수님이라는 분에게 한달 전에 부탁을 받았었습니다. 보내준 커리큘럼을 보니 대충 떼우는 교양과목이 아닌 정말 건질 것 많은 그런 과목이었습니다. 과학과 신앙의 양립가능성이 주된 주제라고, 과학자는 신앙인이 될수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두시간 가량의 강의와 이어진 30분 가량의 질의응답 시간동안 다들 진지하게 듣고 질문하더군요. 기독교인들만이 아닌 일반 청중들을 대상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다루는 강의는 처음 해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슷했지만 포커스를 좀더 무신론자들을 배려하는 면에, 그러니까 기독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