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서울장신대, 과학과 신앙 강의를 다녀와서

밤새 소복이 내린 눈으로 곤지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길을 염려해서인지 길에는 차들도 적었고 속도를 내는 차들도 많지 않아, 눈꽃이 만발한 경치에 바이올린 소리를 벗삼아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이 무척이나 유쾌했다. 특강 강사로 초청을 받고 약간 놀라기도 했다. 춘계신앙수양회에 과학과 신앙을 주제로 한 특강이라... 그러나 최근에 과학적 무신론이 유행을 탔던 시기가 있어서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과학과 신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짐작을 해 볼수 있었다. 이 문제는 크리스천 학생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었고 사실 어느방향으로 가야할 지 몰라 매우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으로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학기도 여러 곳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한편 신..

[책]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우리는 어떤 시대에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나는 삼성이 한국을 빛낼 훌륭한 기업일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삼성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빚어진 삼성의 문제들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지만 그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 문제를 어떤 모양으로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2월에 나온 책이 소문을 타고 벌써 7쇄 인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책이 주요 언론보도에는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현실이 바로 이 책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런지. 한국사회에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꿈꾸었고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한 정치가가 떠오른다. 그의 실험과 노력은 ..

금요일 늦은 오후, 잡념

5시가 넘었다. 새 학기 두번째 주가 후다닥 가버렸다. 오늘 정오까지 마감인 Subaru 망원경의 프로포잘을 내느라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니 몸이 피곤하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빡빡하게 수업과 연구와 프로포잘과 강연등이 진행되었다. 수업을 통해 뭔가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고 (물론 준비과정은 고통이다^^) 연말에 낸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에 답해서 다시 논문을 낸 일도 큰 성과라면 성과다. 대학생들에게 신앙과 과학에 대한 강연도 했고 그 후에는 교수님들과 긴 대담시간도 가졌다. 그 얘기 다시 한번 하자. 오늘 오후에 학생들과 짧게 그룹 미팅도 하고 주말까지 일본에 보낼 서류가 대충 작성이 끝나자 피곤이 몰려온다. 내일은 서점에 가서 책이나 잔뜩 읽고 싶다. 날..

과학의 시대에 기독교 신앙은 유효한가

라는 제목으로 대학생들 대상으로 두시간 특강을 한다. 5백명쯤 되는 청중이라 눈빛과 표정을 보며 친밀하게 진행하긴 어려울 듯 하다. 그래도 대형강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를. 신앙수련회에, 과학과 신앙의 주제로 어떤 부흥이 있을수 있을까? 진정한 부흥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 하나님의 창조계를 아는 지식에서 온다면 나름 가능하리라. 기도해 주시라.

3월 1일의 캠퍼스

관악의 높은 자락엔 어젯밤 눈이 내렸다. 안개인듯 구름인듯 흘러가는 짙은 구름덩어리들 사이로 하얗게 덧칠해진 산새가 아름답다. 어느 겨울날 태백 역에 내려 보았던 그 산새와 낮은 하늘과 흐린 날씨가 떠올랐다. 차분한 캠퍼스에는 서서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이 길어도 좋은 건 그만큼 기다려진 봄이 있기 때문일 듯. 겨울 끝에 캠퍼스에는 졸업식이 있었고 차려입은 사람들이 잔디를 누볐으며 이제 3월을 시작하는 잔잔한 휴일을 맞고 있다. 사람없는 휴일의 캠퍼스를 좋아하던 괴벽은 스르륵 부활하여 연구실 청소니 강의 준비니 등에 오후 한 때를 쏟고 새학기를 기다리는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내 마음은 저 산새처럼 뭐라 말하기 쉽지 않다.

눈 내린 캠퍼스

눈 내린 캠퍼스, 징그럽게 아름답다. 어제 밤늦게 까지 허블망원경 프로포잘 쓰고 오늘 하루는 일본이 쏠 SPICA 미션에 대해 종일 논하다. 저녁을 먹으며 한국이 리드할 FPC라는 기기의 사이언스 케이스를 담당할 덤탱이를 쓰고 2018년에 쏘아올릴 새로운 사이언스 미션과 한국의 천문학 미래를 논하며 취하다. 창밖에 눈길 줄 시간도 없었지만 점심/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부딪힌 눈꽃 핀 산새에 함빡 반하다. 5년 만에 보는 눈, 역시 계절의 여왕은 겨울이어라.

시와 소설, 잡생각

'거꾸로 생각해 봐'를 읽다가 무척 시와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거기 나온 몇편의 시에서 맞부딪힌 감동과 그리고 그 장을 쓴 국어선생님이 던진 메세지가 왠지 시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토요일,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다. 문을 들어서자 바로 앞 전시대에 2010년 이상문학상 소설이 보였다. 집어 들었다. 박민규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의 작품은 씁쓸하면서도 현실로 바로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의 수상작, '아침의 문'을 읽다. 잘 쓴 작품이다. 자살과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설정도 그랬고 '문'이 상징하는 바도 그랬다. 나는 불현듯 오랜동안 잊고 있던 한국이라는 현실에 쑤욱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느 딴 세상에서 표류하고 있다가 눈을 뜬 것 같은... 그래 소설엔 그런 힘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