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내 작업 공간...

음... 벌써 7월말. 방학이 한 달 남았다. 그것은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았다는 얘기. 무더운 여름날씨지만 발바닥에 땀나게 일해야 한다. 오늘 그룹미팅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 밀린 데이터 처리를 와장창 해댔다. 분광이라고 불리는 이미지 처리를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기본 과정은 IRAF라고 불리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리고 supermongo라는 하는 언어로 그래픽으로 결과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짠다. 퇴근하려고 디스플레이를 잠재우려다 보니, 내 작업 공간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한 스크랩 해 두자.

과학이야기 2010.07.30

박사후 연구원이 온다

좋은 소식 하나. 한국연구재단에 박사후 연수 지원을 신청하겠다고 지난 봄에 찾아왔던 00박사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오늘 발표가 났는데 되었다고! 지도교수 추천서야 별 볼일 없었겠지만 학과장 추천서와 함께 아이디어를 낸 연구계획서가 통한 것이 아닐까. 9월부터 1년간 우리 그룹, 이름하여 '거대블랙홀 연구실'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런데 박사후 연수를 지원한다는 그 지원 내용이 형편없다. 물론 연구비가 그렇다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12개월 간 지원하는 월급이 너무 짜다. 가족이 있으면 먹고살기 힘들 정도. 한국이 전반적으로 박사후 연구원들에게 짜디 짠 월급을 지급하며 더 나아가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박사후 연구원 시절이 가장 연구..

과학이야기 2010.07.22

Keck 망원경으로 레이져 관측을 한다

오늘 밤부터 이틀동안 켁 망원경으로 레이져 관측을 한다. 레이져는 대기권 80-90킬로미터 정도 높이에 있는 나트륨 층에 레이져를 쏘아서 인공별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성들이 지구로 들어올때 부서지면서 대기권 상층부에는 나트륨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층이 있는데 지상에서 강력한 레이져 빔을 쏘면 이 나트륨 원소들이 빛을 내게 되고 그렇게 반사된 빛이 다시 지상의 망원경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돌아온 빛을 이용하면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어떻게 산란되고 흩어지는 지 그 패턴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망원경의 거울을 조절하여 대기의 효과를 보정하는 기술을 laser adaptive optics (레이져 적응광학)라고 한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마치 우주공간에서 관..

과학이야기 2010.06.26

달란트의 비유

미국으로 나오면서 학생들에게 연구할 주제들을 주고 왔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주인이 종들에게 각각 달란트를 주고 가듯, 그렇게 스스로 일을 해보라고 연구 주제와 데이타를 주고 왔다. 물론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의 종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석사 논문 정도로는 충분한 주제와 데이타들인데, 대략 다섯 달란트, 세 달란트, 두 달란트 쯤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듣느라고 연구하기 어렵지만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었으니 전적으로 연구에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지도교수가 없는 동안 학생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7월이 되어 한국에 돌아가면 그동안 한 일들을 점검해 볼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몇 배의 결실(?)을 맺은 학생은 칭찬하고 데이타를 꼭꼭 잘 보..

과학이야기 2010.06.24

수바루 관측 첫날

힐로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수바루 오피스에 갔다. 이것저것 싸인을 하고 동료들과 만나 셔틀을 타고 해발 2800미터의 Hale Pohaku에 올랐다. 여기는 말하자면 관측자들과 엔지니어 등등을 위한 베이스 캠프로 숙소와 식당, 편의시설들이 있다. Hale Pohaku에서 4200미터 정상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HP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관측 첫날 오후 5시쯤에 마우나 키아 정상의 수바루 망원경으로 출발했다. FMOS라는 기기가 새로 마련된 뒤, 첫 번째 과학관측이라서 그런지 수바루 관측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Support Astronomer라고 하는 관측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서너 명, 쿄토 대학에서 온 데이타 처리를 도와주기 위한 팀이 두명, 우리 관측 팀 4명, 그리고 망원경 ..

과학이야기 2010.05.31

관측을 간다. 수바루 망원경

관측 여행이 다가왔다. 하와이에는 관측하러 자주 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구경 8.2미터의 수바루 망원경을 사용하게 된다. 첫관측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많다. 처음쓰는 망원경은 새롭기 때문에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고 더군다나 이번에 사용하는 FMOS라는 최첨단의 적외선 다중분광기는 관측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날씨는 괜찮을지, 시차 및 4200미터 고도에서 60% 수준의 산소에 몸이 잘 적응할지, 망원경은 이상이 없을지, 분광기는 잘 작동을 할지, 이 모든 것이 다 잘되더라도 우리 관측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수행될지, 등등..... 몇 주 마음이 분주했는데 관측일을 겨우 며칠 앞두고 아직도 마음이 분주하다.

과학이야기 2010.05.27

어깨가 무거워진다

석사 과정 학생을 새로 받았다. 지난 가을학기에 베트남에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이다. 처음부터 블랙홀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는데 이번 학기에 내 관측법 수업을 들으면서 지도교수를 바꾸기로 한 것 같다. 박사과정까지 할 생각이라지만 곧 석사 3학기가 되니 다음학기에는 프로포잘을 내서 통과해야 하고 이번 여름에 어느정도 연구가 자리를 잡도록 지도해야 한다. 물리학 전공 4학년 학생 두 명이 각각 찾아와 면담을 했다. 진로 문제로 고민 중이고 천문학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번 여름에 인턴으로 두달 간 일하고 싶다고 한다. 기특하다. 교수를 다 찾아오고. 더군다나 자연대에서 인턴쉽 연구 지원을 해 준다고 하니 학생들로서는 연구경험도 쌓고 수입도 생기고 좋겠다. 교수로서는 좋을..

과학이야기 2010.05.23

허블 우주망원경 20주년

90년대 초에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린 허블 우주망원경이 20주년을 맞는다 허블 망원경은 천문학 역사의 한 장을 빛낼 훌륭한 결과들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대기 밖 우주공간에 망원경을 두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목표 중의 하나가 바로 퀘이사 현상을 만들어 내는 거대블랙홀들이 은하 안에 살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이었다. 퀘이사가 너무 밝아 은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상 관측으로는 그 비밀을 밝히기 어려웠던 것이다. 90년 대에 허블망원경이 찍은 퀘이사들의 사진을 보면 분명 은하들이 보인다. 선명한 해상도 때문에 퀘이사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져서 퀘이사를 품고 있는 은하들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중심부에 밝게 빛나는 퀘이사 (빛을..

과학이야기 201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