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매일경제 "주목! 새해 멋진 연구성과 낼겁니다"

이런 글 올려도 될까 모르겠지만 새해를 다짐하는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매경에서 사진찍으러 오라해서 갔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군요. "주목! 새해 멋진 연구성과 낼겁니다" "한옥마을에 오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입장료가 없으니 웨이트(가중치)를 주어야겠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필동 한옥마을. 카메라 앞에 선 과학자들은 자연스럽게 말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하자 난해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주 탄생 초기에 존재했지만 사라진 반(反)물질을 연구하는 원은일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43), 블랙홀을 연구하는 우종학 서울대 물리ㆍ천문학부 교수(42), 그래핀을 연구하는 홍병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41)는 각각 88, 89, 90학번으로 또래다. 나이뿐 아니라 각자 분야에서..

[사이언스플라자] 학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1월달 칼럼을 썼습니다.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다루었습니다. 사실, 공대의 경우는 산업계와 연관이 많아 연구비가 크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낫지만 자연과학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순수과학 분야 대학원생들은 생활비 문제가 큰 부담입니다. 매경에서는 제목을 '학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으로 뽑았군요. 학비 정도는 사실 해결되는데 말이죠. ------------------------------------------------------------------------------------------ 대학원생의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 발전을 위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첫 단추에 해당되는 것이 과학계를 이..

개기 월식 오늘 (10일 토요일) 밤에...

개기 월식이 일어난다. 태양과 달 사이에 지구가 끼어 들어 달 표면에서는 태양을 못보게 되고 그래서 지구에서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을 볼수가 없게 된다. 한시간 쯤 걸려 천천히 달이 지구그림자로 들어가며 찌그러지다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한시간 동안 일어나고 그리고는 다시 1시간 쯤 걸려 다시 원래 모습으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오늘밤. 시간되시는 분들은 추운 날씨지만 구경해 보시기를

과학이야기 2011.12.10

[사이언스 플라자] 과학에는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과학에는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 2011년 11월 30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여 년 전에 개봉된 영화 `콘택트`는 과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져주는 명화다. 과학명저로 꼽히는 `코스모스` 저자이며 행성과학자로 유명했던 칼 세이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로 등장해 열연한다. 뉴멕시코 사막지대를 배경으로 펼쳐 있는 전파망원경들 모습이나 과학적 증거와 경험의 역학관계와 같은 철학적 주제들도 흥미롭다. 잊히지 않는 장면은 조디 포스터가 연구비를 얻기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외계 생명체 증거를 찾지 못한 탓에 정부 지원 연구비가 끊어지자 그는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기업과 민간 재단을 찾아다닌다. 외계 생명체를 찾..

구름 낀 날씨, Keck HQ 에서

오랜만에 하와이에 왔습니다. Keck 망원경 관측 차 왔지요. '마우나 키아 (Mauna Kea) ' 즉 키아라는 이름의 산 정상에는 세계 최상급 망원경들이 여럿 있습니다. 4200 미터라는 높이 탓에 그만큼 대기가 없어 관측하기가 좋습니다. 그러나 산소도 지상의 60%밖에 되지 않아 산소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뛰어다니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건장한 청년들도 쓰러지곤 합니다. Keck 망원경의 경우에는 관측자들이 산 정상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대신 켁 천문대의 본부가 있는 와이메아라는 작은 마을로 갑니다. 거기에 원격 관측 시설들이 있어서 산 정상의 망원경에 달린 카메라라든가 분광기들을 직접 운용합니다. 물론 망원경은 산 정상에 있는 엔지니어들과 오퍼레이터가 직접 ..

과학이야기 2011.11.29

대중강연, 영감을 주고 받기

한 학기에 한번 정도는 서울대의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강의를 한다. 몇개월에 걸쳐서 토요일미다 캠퍼스에 모인 중3~고1 학생들이 자연과학의 여러분야에 대해 강의를 듣고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학기에도 몇주 전에 강의를 했는데 모아 보내준 학생들의 피드백이 무척 재미있었다. 강의 반응이 좋다며 관계자분들이 좋아한다. 지난 주에는 아주 흐뭇한 이메일 하나를 받았다. 지난 봄학기에 청소년 센터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었다. 스스로 뭔가를 해봐야한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내 강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그 아이는 농촌 지역 학생이었고 사교육 한번 받아보지 못한 중3학생이었지만 이번에 과학고에 합격했다며 감격에 넘쳐 긴 이메일을 보내왔다. 내가 자기를 보고 '이 학생은 과학자가 될 소질이 있군요'라..

과학이야기 2011.11.27

[사이언스플라자] 뛰어놀다가 쥐를 잡아라

매달 마감일이 순식간에 다가옵니다. 이번 칼럼에는 감상을 조금 담았습니다. 원글가기 10월 26일자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뛰어놀다가 쥐를 잡아라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로 세 천문학자, 펄뮤터와 슈밋 그리고 리스에게 수여됐다.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우주는 무한히 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허블과 르메트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우주 공간이 커지고 있다는 이 발견은 현대우주론의 출발점이 됐고, 우주 시공간이 유한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난 한 세기에 걸쳐 뿌리내렸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되기 직전 또 한 번 놀라운 발견이 우주론을 뒤흔들었다. 먼 우주의 초신성을 연구하던 버클리와 하버드대학의 두 연구팀이 각각 ..

한 여름밤의 추억

지난 여름, 현대자동차이던가, 어느 사보에 한 여름밤에 관련된 추억 이야기를 짧게 써달라고 원고청탁을 받았더랬습니다. 귀찮기는 했지만 일단 '짧은 글'이라는 유혹에 넘어갔지요. 물론 방학때라 여유도 좀 있었구요. 천문학을 알릴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이용해야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나 봅니다. 사보는 벌써 나왔을텐데, 한권 보내주지도 않는군요. 어떻게 편집했고 어떻게 레이아웃이 들어갔는지 궁금했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오늘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원고를 발견해서 여기 올립니다. 한 여름밤의 추억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블랙홀 교향곡’의 저자) 여름방학을 맞아 멀리 시골 외갓댁에 내려온 어린 마음이 들떴던 탓일까요? 모두 잠든 깊은 밤, 소년은 홀연히 잠이 깼습니다. 자장가처럼 들리던 할머니의 코..

오래오래 걸려서....

두 달이 걸려서 수정한 논문을 드디어 제출했습니다. 딱 3주 만에 온 반가운 논문심사 리포트를 열어보니 엄청 긴 16개의 코멘트가 달려 있었지요. 꼼꼼하고 좋은 리포트였습니다. 꽤 길게 추가작업을 하고 동시에 공동연구자들과 토론하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질때 쯤 되었습니다. 그래도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과 설득의 작업일테니까요. 내 학생의 첫 논문이고 에너지와 정을 많이 쏟아부은 논문입니다. 레프리가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른 일도 해야하니까 박사과정 학생이 실전을 경험한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이야기 2011.10.14

[과학기사] 거대블랙홀 질량은 태양 3200만배

매경에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몇가지 오류가 있군요. 거대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100만 배에서 100억 배까지 입니다. 원글은 요기에... 태양 질량은 지구의 33만3000배에 달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2×10^30㎏이다. 이를 숫자로 표시하면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은하 중심에 자리 잡고 별과 가스를 잡아먹는 거대 블랙홀 질량은 더 어마어마하다. 태양의 100만~100억배 정도로 추산된다. 표기가 어려울 만큼 천문학적 숫자가 등장한다. 다른 은하에 있는 거대 블랙홀 질량을 정확하게 재기는 쉽지 않다. 빛조차 도달하기 힘겨울 만큼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주변 천체도 측정하기 어려워서다. ↑ 시퍼트 은하들은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 블랙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