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사이언스플라자] 대학순위 평가의 함정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칼럼 2012년 4월 17일자 [사이언스플라자] 대학순위 평가의 함정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대학평가에 귀가 솔깃하다. 어느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었는지, 국내 대학 순위는 어떤지를 보여주는 대학순위 평가는 유용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전국 대학총장들은 2010년에 낸 결의문을 통해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유럽대학연합의 2011년 보고서도 국제 대학순위평가의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래의 과학자들을 키워낼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훌륭한 과학자는 과학교육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의 교양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학교육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

찬드라 엑스선 우주망원경 (Chandra X-ray Observatory)

NASA의 엑스선 관측설비인 찬드라 우주망원경 (Chandra X-ray Observatory) 망원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이 손에 들고 별을 보는 조그마한 망원경을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망원경이라는 말은 뭔가 렌즈가 달린 기다란 원통 같은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천문학에서 말하는 망원경은 거대한 관측설비입니다. 손으로 들고 보는 아마추어 망원경과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차이를 꼽아보자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망원경은 우리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의 망원경이지만 천체를 다루는 망원경은 가시광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파라든지, 엑스선이라든지, 자외선, 감마선 등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빛들을 모으는 관측 설비가 망원경입니다. 그래서 때..

과학이야기 2012.03.18

[사이언스 플라자] 대중이 과학을 누리게 하라

2012. 3. 14일짜 칼럼입니다. 내용을 나눠쓰긴 그렇고 묶어쓰려니 구체적 얘기를 많이 할 수 없고, 뭐 그렇군요. --------------------------------------------- 대중이 과학을 누리게 하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한 나라 과학 수준은 연구인력이나 예산, 논문, 과학교육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간과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국민의 과학 수준이다. 북미나 유럽 국가 국민은 과학에 대한 소비 욕구가 높다. 과학전시관에 가보면 자녀들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과학관을 찾는 어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과학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가진 과학상식이나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에 깜짝 놀..

과학고 학생들과의 R&E

NGC 3393이라 불리는 은하의 중심 부분. 가스를 유입하여 활발히 에너지를 내는 거대블랙홀이 살고 있습니다. 중심부에 가스들이 만들어내는 특징이 매우 흥미로워 보입니다. 아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작년에 어느 과학고 학생들과 소위 알엔이 R&E라는 것을 했습니다. Research and Education이라는 말을 줄여서 R&E라고 보통 부르지요. 과학고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과학연구경험을 쌓도록 대학교수들과 함께 연구할 기회들을 줍니다. 고등학생들이 대단한 연구를 하기는 어렵고 입시를 위한 스펙쌓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R&E를 했다고 생색만 내고 실제 연구는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하는 일에 조금 참여해 보는 경우들도 많다는 얘기도 있지요. 그래도 평소에 대학원생들을 시키기에는 모험적이고 노가다..

과학이야기 2012.03.10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프로포잘 마감으로 바쁜 와중에 서울대 자연대에서 주최하는 자연과학 공개강연에 강의하러 다녀 왔습니다. 매년 하는 행사인데 올해가 벌써 19번째라는 군요. 이번에는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6개의 강의를 열었습니다. 저는 '무한한 영감의 근원, 우주의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강의했습니다. 문화관 강당을 가득 채운 숫자가 1800명이랍니다. 신나게 강의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강의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을 보는 것은 언제가 즐겁습니다. 대중강연을 하면 보통 강연 후에 싸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번에는 청중의 숫자가 많다보니 싸인 받고 사진 찍겠다는 학생들이 꽤 많더군요. 싸인한번 해주고 격려 한마디 해주는 거지만 그들에게 좋은 기억이..

과학이야기 2012.02.24

허블 우주망원경의 시간을 얻어라

보통 HST라고 불리는 허블 우주 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을 사용하기 위해서 전세계의 관측천문학자들이 연구계획서를 냅니다. 매년 공고가 나고 올해는 Cycle 20, 즉 20번째가 됩니다. 미국 시간으로 내일 금요일이 연구제안서 마감일입니다. 그동안 준비한 프로포잘을 오늘 접수했고 마감 시간까지 수정할 수 있으니까 혹시 오류가 있는지 살펴보고 확정하려고 합니다. 몇년 전에 서비스 미션 4라고 해서 우주왕복선을 타고 나간 우주인들이 우주유영을 하면서 허블 망원경의 고장나고 오래된 카메라나 분광기들을 교체 수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허블은 지난 20년 역사에서 최강의 시절을 맞게 되었다고도 하지요. 이번에 사용하는 기기는 STIS (Space Telescope Imaging..

과학이야기 2012.02.23

연구비 프로포잘

3년짜리 연구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연구제안서를 쓰느라 주말 내내 고생중입니다. 연구내용을 구상한지는 오래되었고 실제 작업을 시작한지도 꽤 되었는데도 여전히 준비가 덜 되어서 주말 내내 집중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을 담은 초안이 지난 주 초에 마무리되었지만 학생들 연구지도와 다음주 마감인 망원경 시간을 얻기위한 프로포잘을 쓰느라 우선 순위에서 계속 밀렸거든요.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아 어쩔수 없이 주말을 희생(?) 해야 했는데 역시 너댓시간씩 집중할수 있는 기회들이 몇번 있으면 진도를 뽑기에 매우 좋기는 합니다. 제 아내는 남들 일할때 놀고 남들 놀때 일한다고, 주말이나 휴일에 일하기를 즐겨하는 저를 놀리기도 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토요일이나 휴일 같은 시간은 사실 집중하기에 좋은건 사실..

과학이야기 2012.02.13

[사이언스플라자] 대한민국에는 국립천문대가 없다.

이번 달 칼럼입니다. 편집부에서 제목을 우리에겐 국립천문대가 없다로 수정했군요. 원 제목으로 올립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국립천문대가 없을까요? 대한민국에는 국립천문대가 없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여 년 전 워싱턴DC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미국 해군 천문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통령 관저가 자리 잡은 해군 천문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군 천문대 상징인 마스터 시계였다. 24개의 세슘원자와 수소메이저 장치로 구성된 마스터 시계는 표준시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전자장비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정확한 시간 측정은 꽤나 중요하다. 가령, 1억분의 1초 정도 작은 오차가 있다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위치측정에서 3m가량 오차가 생긴다. 예부터 역법과 시..

SALT: South African Large Telescope 남아공의 SALT

지난 1월에 오스틴에서 열렸던 미국천문학회에 참석한 성과 중의 하나는 SALT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거기서 일하는 Staff Astronomer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SALT는 South African Large Telescope의 약자로서 남아공에 건설된 구경 11 미터의 대형망원경을 말합니다. 남아공이 미국 및 유럽의 국가들과 함께 사용하는 분광 위주의 망원경입니다. 2005년 정도에 건설이 되어 첫번째 관측이 이루어졌는데 광학계 등등에 문제가 있어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풀려서 활발한 관측이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학회 마지막 날 SALT의 전시 부스를 찾아가서 거기 있던 한 천문학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SALT의 상..

과학이야기 2012.02.04

219회 미국천문학회 오스틴에서

매년 초에 열리는 미국천문학회에 왔습니다. 달라스 공항을 거쳐 오스틴으로 들어왔습니다. 달라스 공항은 많이 거쳐갔지만 달라스로 미국입국은 처음이군요. 느낌이 새로왔습니다. 올해는 몇명이 왔을까요. 보통 3천명 정도가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리셉션에서 반가운 얼굴들 인사도 하고 사이언스 얘기들을 좀 했습니다. 이제 미국학회 오는 것이 조금씩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 잘 정착했다는 증거일까요? 풍성한 미팅이 되길 바랍니다.

과학이야기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