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갑을관계와 과학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5월 28일 갑을관계와 과학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는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직원 성추행 사건 등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 남용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갑의 횡포에도 다양한 수준이 있겠지만 사회적 관용이나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할 이슈가 아닌 명백한 불법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동안 묵인되었던 갑의 횡포를 반성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 분야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상 두 주체를 가리키는 갑과 을이라는 말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로 이해된다. 연구정책과 예산을 수립하고 주관하는 정부 부처..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외계행성을 찾아서

[매일경제신문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4월 24일 외계행성을 찾아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첨단과학 시대인 21세기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몇 년 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철학은 쓸모없이 낡았고 신은 필요 없다는 과감한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지식 한계를 넘어 인간 기원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지구 밖 외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이다.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는 고대 신화나 경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중세 서구에는 전능한 신은 하나 이상 세계를 창조했을 것이라는 사상이 있었고, 16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철학자 지오다노 부르노는 우주는 무한히 크며 무수히 많은 별..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은 발견의 과정이다. 인간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기나 플라스틱, 페니실린 등과 같은 발견에서부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거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지식처럼 인류의 세계관을 뒤바꾼 발견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다양한 발견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세계는 새로운 현상과 새로운 원리의 무한한 근원이며 과학은 발견을 통해 인류의 지성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2013년은 최초로 블랙홀의 위치가 발견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면서 동시에 블랙홀의 식사 장면을 발견 혹은 목격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3년 3월, 캘리포니아 공대의 마틴 슈미트는 한 퀘이사(준..

Cycle 21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제안서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제안서 마감이 이제 24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매년 과학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1년동안 관측할 프로그램들이 정해집니다. 지상 망원경, 우주 망원경을 다 포함해서 가장 경쟁이 심한 관측 시간이지요. 이곳 카네기 천문대에서도 다들 관측 프로포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는 문이 닫힌 방들이 많고, 아마도 숨어서 제안서 마무리에 열을 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 1차로 끝낸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물론 내일 다시 한번 검토해서 다시 제출할 것이지만 일단 몇주 쌓였던 짐,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연구책임자로 3개를 계획했는데 하나는 학생의 논문이 늦어져 일찌감치 포기했고 다른 하나는 지난주까지 씨름하다가 논문을 먼저 내기로 하는 바람에 결국 다음 ..

과학이야기 2013.03.01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과학을 위한 창의성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2.13 일자 과학을 위한 창의성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중요한 키워드로 쓰이는 단어 중에 창의성(creativity)이 있다. 창의적 사고, 창의적 리더십, 창의적 사회, 창의적 교수법, 심지어 창의적 이별 통보에 이르기까지 창의성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상을 풍긴다. 창의성이란 쉽게 말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추구하는 예술가나 기획자, 신상품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경영자,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학자나 엔지니어 등 직업을 가졌다면 창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 1.9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기 정부 국정 운영 중심에 과학기술을 놓겠다는 대통령 당선인 약속에 과학계는 고무됐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신설해 국가 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은 국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추진력을 과학기술을 통해 얻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드러내며 다양한 기대감을 낳았다. 물론 `과학기술 중심`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이라는 말은 익숙한 표현이지만 사실 과학과 기술은 다른 용어다. 기초연구가 핵심이 되는 과학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 혹은 실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이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2. 11. 18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혹시 화성에 이주해 살아볼 생각이 있습니까?" 황당했던 이 질문을 들었던 것은 박사과정 시절 참석한 어느 학회 리셉션에서였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리가 젊은 학생들에게 화성 이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자립 가능한 마을을 형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나사 측 계획이라며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내딛는 선구자가 되려는 관심자들을 그는 찾고 있었다. 2010년 가을에 나사는 유인 달탐사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유인 탐사선을 2030년대에 화성에 보낸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나사가 쏘아올린 무인탐사선은 지난여름 화성에 도착한 이후 `큐리오시티`로 명명된 자동차 크..

'블랙홀교향곡'의 산고

블랙홀교향곡은 나의 첫 작품이다. 최근 전자책으로 내자는 연락을 받아서 블랙홀교향곡 책 출판 관련 이메일들을 뒤져보니 새삼 이 책의 산고가 느껴진다. 이 책의 첫원고는 2005년에 완성되었고 2005년 12월에 출판사로 초고를 보냈다. 물론 계약은 2001년 즈음에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일부 원고는 2003년에 출판사로 보내서 처음 검토를 받았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내용은 박사과정 학생때 주말마다 틈틈히 썼던 것이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 최종 작업을 해서 초고를 완성했다. 그 후 2006년에 출판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약간의 수정이 있었고 그리고 2006년 11월에 최종원고를 다시 출판사로 보냈다. 그리고나서 무려 2년이 넘게 출판사에 묶여 있다가 2009년 초에 '블랙홀교향곡'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 여성과학자를 위하여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10/17/2012 여성과학자를 위하여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예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가 된 첫 여성은 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다. 여성이 처음으로 정교수가 된 시기가 20세기 초가 아니라 최근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백인 남성 중심으로 발전한 유럽ㆍ북미 과학계가 여성을 차별한 역사는 부끄럽게 남아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불허하고 학회 회원 신청을 거절하며 대학 강단에 세우지 않는 일들은 물론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초 발표된 `2011년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을 보면 이공계 분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여성 연구원 비율은 20%가량이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