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무한과 유한

교양수업으로 가르치고 있는 '인간과우주' 과목에서 우주론 부분이 끝났습니다. 처음에 재미있어 하던 학생들도 관측가능한 우주의 크기나 현대우주론의 문제인 균일성의 문제나 편평도의 문제로 들어가면서 수업내용을 상당히 어려워 했습니다. 물론 매년 겪는 일이고 매번 우주론 부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실 우주론 부분은 우리 이성의 한계를 맞닥뜨리게 하는 도전적인 내용들이기에 꼭 다루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주론 부분을 끝내고 우주의 거시구조와 암흑물질로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을 대하는 일도 끝났습니다. 열심히 따라와준 학생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주론 부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우주가 무한한가 유한한가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

과학이야기 2012.09.29

보현산 천문대에서

서울에서 동대구, 영천을 거쳐 보현산에 왔습니다. 국립천문연구시설인 보현산 천문대에 관측차 왔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 건설된 이 천문대에 왔던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 당시에 소백산 국립천문대가 구경 0.6미터 망원경 시설을 갖고 있었는데 구경1.8미터 망원경을 새로 건설하게 되었다고 뉴스가 되었었지요. 석사과정을 마칠때 즈음인가 해서 한번 관측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주로 외국의 시설들을 사용해 왔던터라 아직 제대로 보현산 망원경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 관측제안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3일의 관측 시간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내려왔지요. 9월에 일기가 좋지 않다던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안개가 산정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망원경의 돔을 열지도 못하겠군요. 학생들 훈련시키고 분광기에 익숙하게 하는..

과학이야기 2012.09.07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꿈을 꾸고 사랑에 빠지며 미지의 인생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그 만남의 대상은 스승이거나 연인일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영화 혹은 모두 잠든 밤에 나 홀로 맞닥뜨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같은 자연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과학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학회는 일종의 광장이다.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를 방문하는 일도 만남을 위해서다. 이번 여름방학도 학회 참석과 공동연구를 위해 여러 나라를 오가며 고되지만 알찬 일정을 보냈다. 특히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28회 총회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

국제천문연맹 심포지움

3년마다 열리는 국제천문연맹의 대규모 학술회의가 내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다. 3년전에는 브라질의 리오에서 열렸고 그 전에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렸다. 이번에도 심포지움이 열개쯤 열리고 각종 미팅이 주제별로 잡혀있다. 날이 더울 것 같아 가기 싫은 베이징. 그래도 왔다. 학생들이 하는 프로젝트 관련 여러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공동연구자들도 만나 디스커션을 할 것이고 관심있는 몇개 심포지움에서는 새로운 내용들도 배우게 되겠지. 누가누가 왔을까?

과학이야기 2012.08.20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과학과 과학윤리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2년 7월 칼럼 과학과 과학윤리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정의감에 불타던 대학원 시절, 중간고사 감독을 하다가 부정행위를 하는 두 학생의 답안지를 찢어버린 일이 있다. 지금은 학부모가 돼 있을 그들은 그때를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 뼈저린 교훈을 얻은 사건으로 기억할까 혹은 다들 하는 부정행위인데 자기들만 걸렸던 재수없던 사건으로 기억할까? 돌아보면 조금 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행위들을 보면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총선이 끝난 지난 5월 학술단체협의회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들 학위ㆍ학술논문이 표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두 사람 논문은 복사 수준인 표절이라고 한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는 인권위원장 논문..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6월 27일자 칼럼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17세기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기억한다. 이단재판에까지 회부되었던 지동설이 당대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양이 아침에 동쪽으로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지는 것을 매일매일 목격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케플러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운동을 면밀히 밝혀냈으며 그 결과는 지금도 케플러의 법칙으로 불린다. 밤 하늘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적 경험에 위배되..

서울대, 허블망원경으로 우주블랙홀 비밀 밝힌다

지난 주에 허블우주망원경의 Cycle 20 즉 2012년 하반기에서 2013년 상반기에 이르는 1년 관측 프로그램들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월에 공들여 준비한 관측제안서를 제출하였고 5월에 심사가 있었으며 이제 그 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동시에 관측할수 있는 STIS라는 분광기를 사용하여 6개의 블랙홀 근처의 가스운동을 관측할 15 공전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올해 연구에서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기사내용입니다. 서울대 우종학 교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블랙홀 관측 서울대학교는 우종학 교수(물리·천문학부·사진)팀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시간을 확보해 거대 블랙홀 관측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과학동아]영화평- 우주를 보는 눈, 허블 우주망원경을 구하라 (허블3D 아이맥스 영화)

아이맥스 영화로 개봉되었던 '허블3D'의 영화평입니다. 작년에 과학동아로부터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6월호인가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록을 위해 남겨둡니다. 우주를 보는 눈, 허블우주망원경을 구하라 -허블 3D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자그마한 깨알 같은 은하들이 가득 스크린을 메운다. 폭탄의 파편처럼 퍼져나가는 은하들이 점점 관객에게 밀려오더니 손에 잡힐 듯 눈가에 와 닿는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부터 아이맥스 화면의 크기와 3D영화의 입체감에 압도되어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파편처럼 퍼지던 수많은 점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수천억 개의 별을 비롯해 수많은 행성과 블랙홀, 가스와 먼지를 지닌 거대한 소우주, 그러니까 은하라는 사실을 관객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

[책] 리비트의 별

오랜 만에 오는 황금연휴랍니다. '공휴일에는 책을 읽는다.' 어릴 적 버릇을 되살려 책 한권을 읽습니다. 연휴의 시작, 주말 저녁에 벌써 해치워 버렸습니다. 골라 쥔 책은 '리비트의 별' 입니다. 조지 존슨이라는 뉴욕 타임즈의 저널리스트가 2005년에 낸 책이고 서울대 화학부의 김희준 교수님이 2011년에 번역을 하셨습니다. 저희 과의 이명균 교수님이 감수를 하셨네요. 이 책은 서울대 교양과목 중에서 '자연과학명저'라는 과목을 공동으로 가르친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여섯 분의 자연대 교수님들이 함께 자연과학의 각 분야를 두 주씩 맡고 각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었지요. 그때 김희준 선생님이 선택한 책이어서 궁금했던 책입니다. 그런데 한편 얼마 전부터 서울대청소년센터에서 한학기에 한번씩 강의를 ..

[사이언스플라자] 글쓰기는 과학자의 일상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칼럼 2012년 5월 23일자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ㆍ중ㆍ고생들이 이메일로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다. 심심찮게 날아오는 이메일에 일일이 답해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그것은 과학자가 되려면 글 쓰기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사과정 시절 동료 대학원생들 사이에선 `교수들은 글 쓰는 기계`라는 농담이 오갔다. 연구비를 타려면 연구제안서를 잘 써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오랜 시간 준비해서 제출한 제안서가 좋은 평가를 받아 채택될 때 즈음이면 벌써 다음 연구제안서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연구비뿐만 아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경쟁이 심한 우주관측 기기나 실험장비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