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9월 11 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누구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듯하고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는 커피 잔을 놓고 오가는 잡담에 담기기도 하고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우리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떠밀기도 한다. 과학기술과 문화에 관한 테드(TED) 강의를 가끔씩 시청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시각화된 아이디어들로 구성된 짧은 영상이 던지는 내러티브는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한 테드 강의에는 췌장암으로 지인을 잃은 15세 소년이 등장했다. 췌장암 환자 대부분이 생존율 2% 정도인 늦은 시점에 암 진단을 받아 사망한다. 그 이유가 부정확한 암 진단법 때문임을 알게 된 소년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

NASA 별을 삼키지 않는 블랙홀을 찾았다구? 과학기사는 오류투성이

과학기사들을 검색하다가 재밌는 그러나 완전 엉터리인 기사를 하나 찾았습니다. 나사가 별을 삼키지 않은 블랙홀을 찾았다는 제목을 단 이 기사는 최근 논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외국기사를 번역했거나 편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내용에 오류가 심합니다. 요즘 올라오는 블랙홀 관련 기사들을 보면 잘못된 내용들이 꽤나 섞여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를 작성한 사람이 내용을 잘 모르고 쓴 것 같습니다. 여기 기사 내용을 보시죠. 바로 가기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이번에 처음 찾았다고 잘못 기술한 부분입니다. 기사를 보면 이번에 찬드라 위성의 관측을 통해서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찾아 Sagittarius A*로 명명했다고 되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얘기..

삿포로 학회를 마치고

4일간의 학회를 마치고 토요일 이른 새벽, 삿뽀로의 치토세 공항에 왔습니다. 삿뽀로는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도시이지만 이른 새벽 국제선 고객은 별로 없는지 이민국이 8시부터 연답니다. 작년부터 거대블랙홀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중국, 세나라의 국제연구협력을 위해 학회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을 떠나 한국의 대학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일본의 학자들과 보다 더 가깝게 지내고 공동연구들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의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 활동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간에 보다 활발한 공동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해보자는 동기로 매년 학회를 열어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유럽의 대도시들간이나 미국의 대도시들 간 거리에 비해서 한국..

과학이야기 2013.08.24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8월 7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31일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2040년까지 우주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함께 자력으로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위성정보 활용시스템 구축, 우주산업 역량 강화 등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이 같은 계획안은 관련 분야 과학자들에게 보다 용이하게 전달되어 대전에서 열린 공청회에 가지 못했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제시된 전략 중에서도 특히 필자 관심을 끈 것은 우주탐사 분야였다. 마침 공청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7월 29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55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우주개발 중..

블랙홀 우주 - 카블리이론물리연구소에서

켈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에 자리잡은 카블리이론물리연구소(The Kavli Institute of Theoretical Physics)에 왔습니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스페니쉬 스타일의 건물이 익숙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초끈이론의 메카로 알려진 켈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의 물리학과는 노벨상 수상자가 여러 명이나 되는 괜찮은 학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첫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기에 이곳 캠퍼스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합니다. 특히 카빌리연구소는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데 그 중에서 1-2개는 천체물리 관련 장기프로그램을 갖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두세달에 걸쳐 열리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전세계의 학자들을 불러모아 함께 지내게 하면서 연구발표도 하고 토론도 ..

과학이야기 2013.08.06

토론은 즐거워

UC Irvine을 잠시 방문 중인 김삼 박사가 파사데나까지 찾아와 주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마친 뒤 칠레 산티아고의 카톨리카 대학에서 연구하던 중 잠시 미국에 왔답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토론을 했습니다. 우선 최근에 하는 연구들에 대한 얘기들을 듣고 논의를 하고 그리고 우리 그룹에서 하는 여러 프로젝트 얘기들을 하나씩 했습니다. 9월에 관측시설들을 이용할수 있는 연구제안서를 낼 기회가 있는데 그때 함께 공동연구로 제안할 것들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심 먹고 와서 계속 토론을 하고 그리고 학생들과 시간을 갖게 하고... 그러다보니 하루가 다 갑니다. 두뇌 용량이 가득차 버려 다운되는 듯 할때까지 논의를 하다 마쳤습니다. 언제나 방문자들과 토론을 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우주 현상들을..

과학이야기 2013.07.26

은하합병과 별들의 운동 - 시뮬레이션 논문을 읽고

3주전에 이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지난 1월 미국천문학회 때 만났던 어느 연구자가 보낸 이메일이었습니다. 그때 학위논문 발표를 하면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던 Nathaniel Sticley라는 학생이 막 저널에 제출한 논문을 나에게도 따로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상당힌 흥미로운 결과들을 제시하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발표가 끝나고 나서 발표자를 기다리다가 소개도 하고 결과와 관련된 몇가지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동안 주욱 해오던 연구들과 깊은 관련이 있고 그 결과들을 해석하게 해주는 훌륭한 이론적 결과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얘기를 나누었지요. 오늘 날을 잡아서 3주 밀린 그 논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아, 참 멋진 연구내용입니다. 이 논문은 두 개의 은하가 ..

과학이야기 2013.07.24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 네이쳐 논문

신문에 재밌는 과학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크리스토프 베테리히라는 과학자가 팽창하지 않는 우주모델을 제시하여 현재 우주론의 정설로 받아들여진 빅뱅우주론 (대폭발우주론)에 반기를 들었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외국기사를 그대로 번역한 흔적이 보여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과학잡지 네이쳐의 뉴스에서 그대로 따왔더군요. 네이쳐 뉴스 나우뉴스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낚시가 분명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기본 가정은 시간에 따라 입자들의 질량이 계속 증가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거로 갈수록 입자들의 질량은 작아지고 그 효과가 적색편이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빅뱅우주론은 은하들이 적색편이를 한다는 관측적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적색편이는 은하들이 멀어지고..

[책] 통섭의 식탁 - 최재천

집에서 두세 블럭 떨어진 풀러신학교의 도서관에 가끔 놀러갑니다. 3충에는 아시아권 책들이 소장되어 있는데 한국어책들도 꽤나 진열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신학관련 책들이고 그 중에서 본회퍼의 책들을 뒤지곤 합니다. 신학과 관련되지 않은 일반 책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얼마 전 책들을 훝어보다가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을 발견했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한국의 과학자 중에서 글쓰기가 되는, 그것도 아주 대중적인 글쓰기가 되는 사람으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책들을 언젠가 주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막상 기회를 못 잡고 있었지요. 처음 읽어봅니다, 그의 책을. 물론 이 책은 본격적인 그의 작품이라기 보다, 그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별 부담없이 술술 읽힙니다. 그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이번 7월3일자 매경 칼럼에는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목이야 신문사에서 새로 뽑으니까 그렇다치고. 이번에 재밌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도 정보의 취사선택과정에서 정보 조작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문장을 매경쪽에서 삭제하고 신문에 냈다는 것입니다. 칼럼내용이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 인데 더군다나 신문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장을 그대로 삭제해 버리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삭제된 부분은 굵은체로 처리했습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7월 1일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런 예화를 들었다. 한 어부는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보았지만 5㎝보다 작은 고기는 잡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5㎝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