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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칼럼입니다. 편집부에서 제목을 우리에겐 국립천문대가 없다로 수정했군요. 원 제목으로 올립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국립천문대가 없을까요?
 


대한민국에는 국립천문대가 없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여 년 전 워싱턴DC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미국 해군 천문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통령 관저가 자리 잡은 해군 천문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군 천문대 상징인 마스터 시계였다. 24개의 세슘원자와 수소메이저 장치로 구성된 마스터 시계는 표준시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전자장비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정확한 시간 측정은 꽤나 중요하다. 가령, 1억분의 1초 정도 작은 오차가 있다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위치측정에서 3m가량 오차가 생긴다. 

예부터 역법과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국가 존망과 관련되어 국가기관이 담당해 왔다. 우주 현상을 다루는 천문 업무는 현대 국가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우주는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는 과학실험실이다. 새로운 과학지식의 보고인 우주를 연구하는 일을 국가가 등한시할 수는 없다. 

둘째,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국가 존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들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일은 물론 달이나 행성탐사를 통해 인류 생존을 도울 우주 개발도 국가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셋째, 우주 생성의 기원과 역사를 밝힘으로써 인류에게 삶과 미래를 내다보는 영감과 통찰력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당장 국가 방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런 지식을 보유한 나라는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가 된다. 

우주 연구의 중요성은 대부분 선진국이 국립천문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도 신라시대부터 우주 현상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존재해왔고 1970년대에는 현대적 의미의 국립천문대가 세워졌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정부출연연구소로 그 위상이 격하된 이후 현재까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국가 천문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천문연이 우주 연구를 비롯해 표준시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에 국립천문대가 없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에 발표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독립기관이었던 천문연이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부설연구소로 이관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립천문대가 담당해야 할 전반적 기능을 보지 못한 잘못된 결정이다. 국립천문대로 위상이 격상돼야 마땅한데 오히려 부설연구소로 전락하는 천문연 미래에 대해 국내 학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천문학회는 천문연의 국가적 상징성과 국가 천문 업무라는 기능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독립기관으로서 정체성 상실로 인해 연구 기능도 현저히 떨어질 것에 대해 심각한 염려를 제기했다. 이에 학계는 천문연을 독립된 기관으로 존치시켜야 한다는 일치된 목소리를 표명했다. 

출연연 선진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일된 거버넌스 구조는 대부분 찬성하지만 현장 목소리와 장기적인 계획을 담지 않은 단일법인화 등 구조 변화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문연의 독립성 상실이나 규모가 큰 전자통신연구소가 통합에서 제외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높다. 현장 목소리를 담은 재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연구기관들 구조가 흔들린다면 국가 과학기술 미래도 덩달아 출렁일 수밖에 없다. 수명이 5년밖에 되지 않는 단기 계획은 버려야 한다. 천문연 위상을 국가 천문 업무를 담당할 국립천문대로 격상해야 마땅하다. 굳이 국격을 논하자면 국립천문대도 없는 국가의 국격은 어느 수준일까? 


천문연구원 소속 보현산 천문대. 구경 1.8미터의 보현산 망원경이 위치하고 있는 돔이 보인다 (사진: 영천시)
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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