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허블 우주망원경 20주년

별아저씨의집 2010. 4. 23. 14:25
90년대 초에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린 허블 우주망원경이 20주년을 맞는다

허블 망원경은 천문학 역사의 한 장을 빛낼 훌륭한 결과들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대기 밖 우주공간에 망원경을 두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목표 중의 하나가 바로 퀘이사 현상을 만들어 내는 거대블랙홀들이 은하 안에 살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이었다. 퀘이사가 너무 밝아 은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상 관측으로는 그 비밀을 밝히기 어려웠던 것이다. 

90년 대에 허블망원경이 찍은 퀘이사들의 사진을 보면 분명 은하들이 보인다. 선명한 해상도 때문에 퀘이사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져서 퀘이사를 품고 있는 은하들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중심부에 밝게 빛나는 퀘이사 (빛을 내는 거대블릭홀)이 보이고 그 퀘이사를 품고 있는 타원형의 은하의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서 지상의 망원경 관측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은하 구조의 자세한 모습이 허블망원경 이미지를 통해 밝혀졌다. 가령, 두개의 은하가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라든지 과거에 은하들이 충돌했던 거대한 흔적들이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허블 망원경을 통해서 퀘이사는 은하 중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 한가지 예를 들었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허블망원경의 공헌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한편, 허블망원경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연구하는 대상을 허블망원경을 통해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서 시간을 배정받아야 한다. 나사가 지정한 심사위원들이 모여 토론과 심사를 통해 연구계획서들을 평가하고 훌륭한 연구 프로그램들에 시간을 배정한다. 물론 허블망원경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좋은 연구프로그램은 많기 때문에 왠만한 연구계획서로는 허블망원경 시간을 얻기가 쉽지 않다. 지상망원경 시간을 얻는 것도 어렵지만 그에 비해 허블 망원경 시간을 따는 일은 몇 배 더 어렵다. 그래서 허블 망원경을 이용한 연구는 사실 아무나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20년의 허블우주망원경의 역사에서 연구책임자로 프로포잘을 제출해서 경쟁을 거쳐 허블망원경 시간을 얻고 그 데이타를 이용해 연구한 한국인 천문학자는 한두 사람 외에는 거의 없다. 공동연구자로 들어가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천문학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일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미국의 천문학자들의 경우에도 허블망원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의 목소리도 있다. 

허블 망원경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아울러 한국 천문학의 현재도 면밀히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