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수바루 관측 첫날

별아저씨의집 2010. 5. 31. 08:23

힐로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수바루 오피스에 갔다.

이것저것 싸인을 하고 동료들과 만나 셔틀을 타고 해발 2800미터의 Hale Pohaku에 올랐다. 

여기는 말하자면 관측자들과 엔지니어 등등을 위한 베이스 캠프로 숙소와 식당, 편의시설들이 있다. 

Hale Pohaku에서 4200미터 정상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HP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관측 첫날 오후 5시쯤에 마우나 키아 정상의 수바루 망원경으로 출발했다.

FMOS라는 기기가 새로 마련된 뒤, 첫 번째 과학관측이라서 그런지 수바루 관측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Support Astronomer라고 하는 관측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서너 명, 쿄토 대학에서 온 데이타 처리를 도와주기 위한 팀이 두명, 우리 관측 팀 4명, 그리고 망원경 오퍼레이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등. 

다들, 기대되기도 하고 염려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기에 첫관측이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수 밖에 없다. 

밤하늘의 조건이 그렇게 좋지 않아 이미지들의 시상이 매우 컸다. 그만큼 효율이 서너배 떨어진다. 

생각만큼 데이타를 얻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오전 3시쯤부터는 강한 바람이 불어서 4시쯤에는 망원경의 dome 돔을 닫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Hale Pohaku로 철수를 해야했다. 중간에 동료 중 한명은 산소 부족 때문에 베이스 캠프로 실려 내려가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관측 첫날이었다. 중간중간에 처리된 데이타의 질을 확인하면서 저 먼 우주의 퀘이사들을 확인할때는 빙고를 외치기도 하고 수많은 천체들의 스펙트럼을 동시에 얻는 다중분광기의 위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또한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나 함께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과학을 얘기하고 삶을 얘기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동료 천문학자들 만큼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둘째날은 좋은 컨디션을 기대한다. 

수바루 망원경과 쌍동이 켁 망원경의 모습. 여기는 고도 4200미터의 마우나 키아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