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 110

양승훈 교수와 한국창조과학회

오랜지구론을 주장하는 양승훈 교수를 한국창조과학회에서 제명했다는 기사가 났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지구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보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양승훈 교수에게 입장을 바꾸거나 학회를 탈퇴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창조과학회의 1세대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헨리 모리스의 창조과학을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에 수입하였다. 극단적인 문자주의에 가까운 헨리 모리스 계열의 창조론이 수입되면서 한국에서는 창조과학이 성경과 같은 수준의 권위를 확보했다.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입장은 마치 성경의 무오성을 비판하는 입장이라는 식의 이단재판소 식의 비난이 가해진다. 마치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것을 포기하면 예수의 부활도 포기해야 하는 거라고 믿는 믿음에 근거해서 그들은 6천년 지구를 지키는 무..

존 스토트 & 존 폴킹혼

지난 노동절에 이정희 간사님 부부 집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는 얘기들로 아쉬운 시간이 다 지나갔는데 그 날 얻은 수확 중 하나가 존 스토트의 Through the Bible, Through the Year 이라는 묵상집이었다. 매일 한 페이지 씩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책이다. 오늘 그 첫 장을 읽었다. 창세기 1장 1절에 대한 묵상이었다. 어제 서점에서 폴 데이비스의 책을 읽다가 물리학자들은 생물학자들에 비해 훨씬 겸손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잘난 체하지 않고 겸손하게 진리를 탐구하는 진지한 태도들을 보면서 과학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겸손함을 확인했다. 오늘 묵상에서 존 스토트는 이렇게 말한다. We do not have to choose between Gene..

[215호 과학칼럼] 명품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복음과상황 2008년 9월호)

월간 복음과상황 [215호 과학칼럼] 명품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우종학 (천문학 박사, UCLA) 우리의 일상은 사고파는 일의 연속이다. 노동을 팔아 자본을 사고 자본을 팔아 의식주를 산다. 경제활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에는 사고파는 원리가 적용된다. 가능하면 적은 투자로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 그 핵심이다. 회사는 같은 월급을 주면서 더 나은 인재를 뽑으려 하고 구직자는 같은 양의 일을 해야 한다면 보다 좋은 조건의 회사를 원한다. 싱글들은 경제력이나 미래의 가능성이 더 나은 배우자를 얻으려 한다. 적은 투자로 좋은 물건을 사는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명품이다. 물론 명품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나도 명품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명품은 좋은 질이 보장된 물건이다. 싸구려 물건보다는 괜찮은 브..

신과 진화 - 최태연

최태연 교수가 십년 전 쯤에 쓴 글이지만 한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참고가 되는 글이다. 신과 진화 - 한국의 유신진화론 논쟁 - 최태연 (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1. 여는 말 이 글은 한국 기독교에서 일어났던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ism) 논쟁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을 시도한 논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의 유신진화론 논쟁이 약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역사를 적어도 3가지의 국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 국면의 변화를 살펴볼 때, 필자의 분석으로는 1920-30년대의 초기 기독교에서는 오히려 유신진화론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가 주류를 이루나, 그 후 분단과 전쟁, 교파분열의 여파로 1970년대부터는 근본주의 신학과 창조과학회의 영향아래 유신진화론을 거부하는 입장이..

신학이 결국 중요하다.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신학연수/여행차 미국에 오신 열분가량이 ucla를 방문했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양희송님의 연락을 받고 과학과 신앙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부/서부를 훝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들러주신 분들이 반가왔다. 다들 신학을 하시는 분들이라 어떻게 촛점을 맞출까 고민하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 세미나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다들 신학 배경이 있는 분들이라 성경해석 등에 관련된 부분은 짧게 넘어갈 수 있었고 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측면들을 논했는데 나중에 양희송님에게 피드백을 들어보니 적절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장신대의 경우에는 과학과 신앙의 문제를 어느정도 다루어주기 때문에 더 깊은 논의가 있었더라도 좋았을거라는 얘기도 들..

한국창조과학회 우주의 나이 6천년이라니....

한국의 창조과학회가 양승훈교수를 중심으로 한 창조론 포럼에 대해 위협을 느끼나 보다.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서 우주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창조과학회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고 다만 국민일보의 기사를 통해 그런 소식을 접했다. 우주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우스꽝스런 주장을 공식입장으로 천명하다니 거참 답답하다 못해 허탈하다.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뉴스를 접하는 무신론자들이 복음도 그 수준임이 분명하다고 오해할까봐 그리고 그것이 복음의 진보에 방해가 될까봐 정말 답답허탈하다. 그 이메일을 받은 몇백명의 박사학위 소지자 창조과학회 회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했을까? 아, 그것이 궁금하다. 우주의 ..

[214호 과학칼럼] 한 방향으로만 가면 결국 골로 간다 (복음과상황 2008년 8월호)

[214호 과학칼럼] 한 방향으로만 가면 결국 골로 간다 우종학 (천문학박사, UCLA) 오랜 기간 조금씩 친해진 사람이 있다. 속 깊고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나랑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것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이다. 기독교인들과는 사귀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명박과 그의 지지자들 때문에 더욱 굳어졌는데 어떡할까? 계속 거리를 두어야 하나? 아내가 애용하는 어느 카페에 올라온 글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을 주어야 할지 망설여진다니….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글이었다.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그래도 점잖았다. ‘교회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가깝게 한번 지..

번역을 끝내고

드디어 몇달 간 틈틈히 작업하던 번역이 끝났다 폴킹혼의 쿼크, 카오스, 그리고 기독교라는 책이다 원래 6월말까지 원고를 넘기기로 했었는데 5,6월에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아 작업이 늦어졌다. 책은 아마도 9월 쯤 나올 것 같다. 그때쯤 가서 책에 대한 얘기를 더 해 보자. 저녁시간과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번역을 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서 그리고 잘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라서 번역이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나하나 문장들을 점검하며 오역을 잡아내고 그리고나서 한글 문장들을 다듬으면서 원어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게 만드는 작업은 사실 꽤나 까다롭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제 오늘, 주말 시간을 꼬박 들이부어서 최종 퇴고를 거치고 오늘 저녁에는 역자서문을 썼다. 그렇게 하나의 번역서가 만들어진다. ..

ASA의 Creation/Evolution page

American Scientific Affiliation 이라는 단체는 미국의 기독교과학자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는 194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그 배경은 사실 아마츄어 지질학자들이 지질학을 부정하고 홍수지질학을 들고 나와 지구의 연대를 만년 이하라고 주장하던 창조론 운동이 때문이었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창조론 운동이 과학과 기독교 양쪽에 모두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하기 시작한 기독교 과학자들은 이 단체를 구성하여 전문과학자들의 시각에서 창조와 진화라는 양극단의 목소리에 균형있는 시각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현재는 물론 다양한 시각의 기독교인 과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창조과학자들로 부터는 유신론적 진화론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단체에는 오랜지구론자들과 지적설계론자들을 포함..

코스타에서 신앙과 과학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한 주 동안 코스타 수양회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세미나 강사로 참석했다. 신앙과 과학에 대한 세미나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는 신앙과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토론을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기획된 티엠 시간은 그저 세미나의 심화로 이어졌다. 세미나를 들은 사람들만 티엠 세션에 올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한번의 세미나를 듣는 것으로 단시간에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십분 이해된다. 아직 너무나 할일이 많다. 코스타 기간 중에 세미나로 상담으로 혹은 오고가면 만난 사람들에게 좋을 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