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 110

[책] God's Universe by Owen Gingerich

지난 겨울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음을 알리자 오랜 친구인 웨슬리 웬트워트는 책을 배달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집으로 배달된 십여권의 책들 중에는 중복된 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제목은 God's Universe이고 하바드대학 천문학과 교수이자 천문학사쪽으로도 많은 연구를 한 오웬 깅그리치의 책이었다. 예전 GSF를 할때 자연신학을 비판하는 글을 통해서 깅그리치교수의 이름을 알게되었었는데 미국에 온 이후 American Scientific Affilation의 연례모임에서 처음으로 만났었고 예일에 있을때 세미나 스피커로 온 그를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은 하바드 메모리얼 교회에서 3일동안 진행된 노블 렉쳐의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3편의 강의를 통해 깅그리치는 과학과 종교의 이슈..

[책] 다원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 -마이클 루즈

마이클 루즈의 책 '다원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는 과연 진화론과 기독교가 양립할 수 있는가를 묻는 책입니다. 보통 의문문으로 시작되는 제목은 부정적인 견해를 암시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긍정적이 답을 제공합니다.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이 책은 기독교인이 아닌 저자에 의해서 쓰여졌지만 크리스챤들이 한번 읽어 볼 만한다고 봅니다. 저자는 우선 다윈주의와 기독교 각각의 내용과 발생과정을 살펴봅니다. 그리고나서 주요한 이슈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그에 대한 각각 다윈주의와 기독교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리고 이 둘이 서로 지지하는 관계가 될수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합니다. 이런 이슈들은 인간과 관련된 문제 (예를 들어, 의식이나 영혼의 기원, 고통), 자연주의와 설계..

[책] When Science and Christianity Meet (과학과 종교가 만날 때) by Lindberg & Numbers

과학과 종교과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에 살면서, 특히 학문연구의 중심자리인 대학사회에 살면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큰 숙제이다. 철학이나 고전, 음악과 문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처럼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교양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기본이 아닐수 없다. 숙제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은 과학사를 통해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문제는 흔히 과학과 종교를 배타적으로 보는 관점들을 넘어서는 균형잡힌 역사서술들을 찾는것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인데 여기 얼마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하나를 소개한다. 제목은 '과학과 기독교가 만날 때' 쯤으로 번역될 수 있겠고 저명한 크리스챤 과학사가들..

[글]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2월호: 광대한 우주공간 그리고 우리동네 - 우종학

광대한 우주공간 그리고 우리동네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2월호] 우종학 집을 잃어버릴 위험이 높았던 어린 시절, 꼬불꼬불한 동네 골목을 거쳐 집으로 돌아올 때면 가끔씩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저기로 가면 어디가 나올까? 내가 살던 작은 동네는 어린아이의 일상을 보내기에 충분히 컸지만, 가끔씩 그 경계에 다다를 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대책 없이 솟아오르곤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참 새로운 길을 탐색하다 가도가도 끝없는 낯설음에 두려움이 들기 시작하면 조심조심 오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 집을 잃을 염려는 이제 없어졌다. 그 대신 다양한 방식과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염려가 새로 생겼다고나 할까. 미국 국립천문대가 위치한 ..

지적설계 운동 비판 3 - 너무나 인간적인 반쪽 짜리, '지적' 설계 (복음과상황 2003년 2월)

이 글은 월간 복음과상황에 지난 2003년 2월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복음과상황의 문맥 (다른 분들의 기고글들과 관련된) 에서 벗어나 제가 쓴 글만을 올려서 포커스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최근에 쓴 글은 아니지만 여전히 유효한 글이며 지적설계 운동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전달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반론에 응답하여 두편의 글을 더 기고하였고 이 글과 함께 올립니다. ------------------------------------------------------------ 너무나 인간적인 '지적' 설계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2월호) 우종학 연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 예일..

지적설계 운동 비판 2 - 지적설계 논증은 과학인가? (복음과상황 2002년 11월)

이 글은 월간 복음과상황에 지난 2002년 11월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복음과상황의 문맥 (다른 분들의 기고글들과 관련된) 에서 벗어나 제가 쓴 글만을 올려서 포커스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최근에 쓴 글은 아니지만 여전히 유효한 글이며 지적설계 운동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전달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반론에 응답하여 두편의 글을 더 기고하였고 이 글과 함께 올립니다. ------------------------------------------------------------ 지적설계 논증은 과학인가? (월간 복음과상황 2002년 11월호) 우종학 연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 예일..

[기고] 유신론적 진화론과 창조과학 (복음과상황 99년 2월호)

*이글은 1998-1999년 사이에 월간 복음과상황을 통해 제기되었던 창조-진화 논쟁에서 유신론적 진화론의 입장을 편 장대익씨의 글과 그에 대한 응답으로써 창조과학회의 이은일씨가 쓴 글과 장대익씨의 반론으로 이어진 글에 대해 독자들의 오해를 바로 잡고 토론의 내용을 분명히 하고자 쓴 글입니다. (99년 2월) 유신론적진화론과 창조과학 (복음과상황 99년 2월호) 우종학 한국의 창조과학을재고하는 장대익씨의 글에대한 응답으로서 창조과학회 이은일 씨의 글을 읽고 필자에게가장 먼저들었던 생각은 무엇이 문제인가가뚜렷하지 않다는것이었다. 필자는유신론적진화론자도아니고, 6일창조설을믿는 사람도아니다. 단지두 입장의차이를 좀더명확히 짚고넘어가야 한다는생각으로 이글을 쓴다. 두 세계관: 기독교유신론과 자연주의 우리가 살아..

[글] 복음과상황 98년 9월호 시리즈 3. 과학과 신앙 - 우종학

지난 두편의 글에서 필자는 빅뱅우주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것이 가지는 기독교 신앙적 함의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그러나 우주론과 기독교신앙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입장이 갖는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보고 전체글의 결론을 내리려한다. 빅뱅우주론과 기독교신앙의 직접적 연결의 문제점 과학과 신앙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견해는 인간이 이성을 사용하여 자연을 통해서 신을 알수 있다는 자연신학적 접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성을 과신하는 경향을 가진다. 또한 자연과학의 전제라고 할수 있는 합리성(rationality)과 명료성(intellegibility)에 대한 믿음을 지나치게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과학을 통해서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고 그 정보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낭만적..

[글] 복음과상황 98년 4월호 시리즈 2. 빅뱅우주론이 신을 보여준다는데 - 우종학

빅뱅우주론이 신을 보여준다는데.. 우종학 과학지식의 절대권력이라? 가끔씩 TV를 보다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를 듣는 장면이다. 어떤 현상을 분석하거나 그 원인을 따져보는 데에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 방면의 전문가가 나와서 의견을 제시하는 장면이 포함되고 그 전문가의 말에 모종의 절대성이 부여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디어디의 의학박사가 나와서 한마디 점잖게 하거나 무슨무슨 박사가 나와서 이래저래 설명하는 내용들을 방청자들이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 '방면'이란 것이 과학일때 설명하는 과학자의 분석과 결론에 실리는 '대중적 믿음'의 정도는 한층 강해진다. 이것은 과학적 지식이 일반인의 삶과 얼마나 분리되어 있..

[글] 복음과상황 98년 3월호 시리즈 1. 성경과 과학이라고 - 우종학

성경과 과학이라고? 우종학 코페르니쿠스의 고민 카톨릭 사제들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코페르니쿠스는 책상 한쪽 구석에 팽개쳐놓은 과학교과서를 다시 집어들었다. 이제는 헤질대로 헤진 그 페이지를 다시 펼치자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이 공전하는 익숙한 그림이 나타났다. 바로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는 '천동설'의 그림이었다. 이제까지 그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그 그림은 틀린 것이었다. 지구를 중심에 놓고서는 도저히 태양과 행성들의 운동을 제대로 설명할수가 없었으며, 오히려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너무도 자명했다. 그러나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카톨릭 교단에서는 성경에 기초해서 지구가 절대 움직일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지동설이 맞다면 성경이 틀린것일까? 아니야 성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