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 110

지적설계론을 추구할 자유를 달라는건가? 영화 Expelled

얼마 전 크리스챤 천문학자들의 이메일에 이런 질문이 떴다. 펠로우쉽에 지원하는 어떤 학생이 대중과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을 넣고 싶어했다. (미국의 과학연구 프로그램에는 종종 대중과학교육의 요소를 포함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는 선배 크리스챤 학자들에게 충고를 구했다. 여러가지 내용 중에 과학과 종교의 문제는 민감한 문제니까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설계를 소재로 하는 Expelled라는 영화가 불거져 나왔다.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또 많은 학자들은 매우 균형잡히지 않은 프로파간다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봉할 때부터 이슈가 되었던 이 영화는 지적설계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학교와 연구소에서 추방..

The Earth is old. The Bible is True.

얼마 전에 신청한 The Bible, Rocks and Time이 도착해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의 첫부분에서는 초대교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구의 연대에 대한 기독교계 내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건너 뛰어서 맨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는 젊은 지구를 주장하는 창조과학자들이 지질학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철학적 관점에 다룬다. 오늘 IVP에 보니까 메인에 이 책을 30%할인하는 광고가 뜬다. 그런데 광고 카피가 재미있다. The Earth Is Old. The Bible Is True. Two ideas that don't have to conflict. 책은 다른 인터넷서점에서 싸게 샀지만 이 문구에는 100% 동의한다. 앗 그런데 29일이면 벌써 지났잖우.

[217호 과학칼럼] 얇팍한 거룩의 이원론 (복음과상황 2008년 11월호)

우종학 (천문학박사, UCLA) solarcosmos@hanmail.net “죄 많은 세상에 나가 살던 저희들을 오늘 이 거룩한 주일에 주님의 전에 불러주신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자리에 임재하셔서 저희들이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를 받아 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교회를 정하는 것이다. 추천 받은 교회들을 중심으로 몇몇 한인 교회들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한인 교회에 가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그러나 매우 익숙했던 면들을 새삼 보게 된다. 그 중 하나는 대표기도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대략 위와 같은 내용들이다. 한 주간 기도를 준비하신 분들의 열심과 정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으나 예배시간에 이런 기도를 들으..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그 빈약한 논리를 짚어주라] 1. 열광적 과학근본주의, 과학자도 챙피하다.

무신론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에게 과학근본주의라고 비판을 받는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도대체 왜 이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대략 대중의 인기를 얻는 길은 논리보다는 공격성에 있다. 치밀하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간 책은 학자들에게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빈약하고 단순한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하게 공격성을 들어내서 반대주장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시도들은, 그것이 절대로 반대주장들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 도킨스의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아마도, 기독교의 신앙은 그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속시원한 주장을 옥스포드의 명함과 과학의 권위로 포장하여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떡 하니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감은 있었지만 합리..

빅뱅우주론은 진화론이니 버려야 한다?

천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어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다니는 한인교회에 창조과학 세미나가 열렸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위로를 구했다. 창조과학 세미나 강사는 빅뱅우주론은 증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단다. 황당해서 질문도 못하던 그 후배는 세미나 후에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문학에서 그 증거를 직접 관측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소위 적색편이라고 불리는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세미나 강사는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천문학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그저 훈련받은 내용을 전달 받은 입장이니 그럴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빅뱅우주론은 천문학의 근간이고 우주의 나이는 백억 년 이상 오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빅뱅우주론이 가설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증거가 없는 가..

[책] The Bible, Rocks and Time: Geological Evidence for the Age of the Earth - Davis Young & Ralph F. Stearley

칼빈대학교 지질학교 교수였고 지금은 은퇴한 데이비스 영과 칼빈대학 지질학과 학과장인 랄프 스털리가 새로 책을 냈다. 오랜만에 IVP 신간을 훑어보다가 지난 여름에 발간된 이 책을 발견했다. 데이비스 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 지질학자로서 탄소연대측정법을 비롯해 다양한 창조-진화 이슈들에 대해 책과 논문들을 써 온 크리스챤 지질학자이다. 창조과학회에서 틀렸다고 비판하는 탄소연대측정법이 실제로 정확한 방법임을 리뷰한 논문을 본 기억도 난다. 책 제목을 보아하니 성경해석과 지질학적 증거를 함께 고찰하는 내용인 듯 하다. 책을 주문했다. 500 페이지나 되는데 다 읽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다. 지구연대 논란이 한창인 한국 기독교계에 도움이 될 만한 또 한권의 책이다. 물론 번역을 기획하는 출판사가 쉽게 나오기..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 한국의 개신교 - 이영욱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한국창조과학회를 비판한 연세대의 이영욱 교수의 글이 뉴스앤조이에 실렸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때 잠깐 연세대에 들러 함께 점심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창조과학이 화제로 떠올랐었다. 작년 초에도 양승훈 교수가 하는 창조론 포럼에 초청받았었다길래 다음에는 한번 참석해 보시라고 권해드렸다. 젊은지구론의 창조과학회와 달리 오랜지구론을 수용하는 입장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자리로 보인다고. 개신교 내에서 창조과학이 대단한 권위를 갖는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바꿀수 있을지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몇년 전, 번역 직후에 보내드렸던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도 잘 읽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창조론 오픈 포럼에는 적극적으로 참석..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츄어리즘

이 책은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여 잘못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즉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서 자기사랑과 긍정적 사고방식, 성공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고 동의할 만한 것이다. 조웰 오스틴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성경을 심리학에 짜 맞추어 해석하여 성경의 원의미를 훼손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한다.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논거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랄까. 저자는 일단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과학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

[글] The God Delusion에 대한 리뷰 by Marilynne Robinson

도킨스가 쓴 The God Delusion ('만들어진 신'으로 번역)은 과학자가 썼다고 보기에는 형편없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그의 훌륭한 저작들에 비하면 그의 명성을 떨어뜨린 졸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물론 대중들의 열광, 특히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상황 그리고 책이 잘 팔려나간 사회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다. 그러나 책의 내용 자체만으로는 사실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하퍼 매가진에 실린 메릴린 로빈슨의 서평은 나름대로 도킨스의 책에 대한 비평을 제시한다. 종교가 세상의 모든 악의 근원인것처럼 말하는 도킨스에게 로빈슨은 그러면 과학은 무죄인가를 묻는다. 가끔 나쁜 과학도 있다고 답한다면 종교도 나쁜 종교가 있다고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종교에 대해서..

Consilience의 Wilson도 그렇게 회심했다

서점에 가면 자동으로 들르는 과학 섹션에서 윌슨의 Consilience를 우연히 봤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 중의 하나라 그대로 뽑아 들어 책을 살펴보고 잠시 앉아 일 장을 읽었다. 이 책 얘기는 다음에 길게 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오늘 첫 장에서 나는 또 한명의 신앙을 잃은 과학자를 만났다. 남부에서 자란 윌슨은 침례교 배경으로 성장했고 성경도 겉장에서 겉장까지 읽는 열심있는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과학을 부정하는 근본주의의 좁은 시각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그는 믿음보다는 의심을 선택하게 된다. 우주의 연대를 짧게 보는 성경적 우주론 (물론 젊은 지구론이겠다) 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이다. 젊은 지구의 연대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하나님은 관대하게 여기시지 않겠냐는 그의 표현은 왠지 서글프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