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김예슬의 대자보를 다시 읽다

가을학기부터 교양과목을 강의한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인간과 우주'라는 이 과목의 교육목적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아니, 과학교양과목들은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 더 넓게, 교양과목들은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 과연, 대학은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대학을 거부한 김예슬의 대자보를 다시 읽다.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큰탓'의 비판을 받는 대학의 한 주체로서 돈벌이용 직업, 월급쟁이 교수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 김예슬 사회적 저항으로의 자퇴 대자보 전체 원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

우리나라는 공정한 사회일까?

요즘 청문회 소식을 접하면서 맘이 씁쓸하다. 외국에서 사는 동안에는 개그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정치판을 보며 웃어넘겼는데 이 땅에 발붙히고 살다보니 더 이상 우스운 일에 웃음이 나지 않는다. 내 문제로 느껴진다는 얘길까. 우리나라는 공정한 사회일까? 국정을 맡길 사람들을 뽑아 검증한다는 청문회에서는 연일 죄송죄송 거린다. 우리나라가 별로 공정치 못하다는 얘기는 오래된 얘기다. 약자가 보호되는 사회가 아니라 강자에게 유리한 사회. 부정과 불의를 안하는 사람이 바보되는 사회. 그러나 민주화가 되고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보다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건 모든 국민의 바램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인가란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안나오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한 나라가 되..

벌써 치매일까?

수년 전 부터 눈이 많이 나빠져서 안경이 없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작은 글씨들이 안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안경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는 순간, 안경을 안 가져온 것을 깨달았다. 집에 갔다올까? 그냥 버티었다. 컴퓨터 스크린은 활자를 크게 해서 보면 왠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녁에 퇴근하려고 차에 올라탔더니 안경집이 조수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러니까 아침에 분명 안경을 들고 집을 나섰다는 것이지. 으이그~

문 잠그고 연구하기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요즘, 밀린 데이터 처리를 하면서 뭔가 청소되는 느낌이다. 찝찝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딩도 하고 퇴근하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집에와서 저녁먹고는 결과들을 보고 다시 고치기도 하고.. 역시, 연구는 집중해서 '한 연구' 해야 한다. 가끔식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요 몇 주, 진도나가는 것 보니 기분은 좋다.

2500원 짜리 저녁

토요일 오전 여유있게 일어나 점심을 먹고 오후엔 연구실에 간다. 어젯밤 늦게까지 읽은 논문에 주르륵 코멘트를 달아 장문의 이메일을 동료에게 보내고 이것저것 밀린 일을 하다 월요일에 낼 연구계획서도 마무리 하고 꼬르륵 거리는 뱃소리를 들으며 강의나간 아내 없는 집 대신 대학원생 기숙사 식당에 들러 2500원 짜리 밥을 너무나 맛있게 감동하며 먹는다 찡하니 오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서울

긴 출장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켈리포니아 날씨에 비해 무척 흡한 기운이 공항에서 부터 따라 붙습니다. 더위나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왠만큼 피로가 풀렸습니다. 아침에는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있고 그 이후로는 5명 학생들과 하나씩 약속을 잡아 두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한 주가 시작됩니다. 7월, 방학, 무더위, 연구, 이런 단어들이 머리속에 멤도는 군요. 에어컨을 사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나의 해질 녘

코나의 해질 녘은 언제나 처럼 여유롭다. 일이 끝나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후더운 기온과 선선한 바람을 느껴본다. 바다는 햇살에 눈부시다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 하와이 음악의 선율이 당가당거리며 흐른다. 가끔씩 느끼는 혼자만의 단절감은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한다. 식탁에는 촛불이 켜졌다. 이제 비행기 타러 갈 시간이다.

산타 바바라 주말 오후

푸른 빛 바다가 물결 친다, 간간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산책을 하는 사람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햇살은 눈부시고 적절한 바람이 사뭇 한가롭다. 새로 마련된 게스트 하우스는 가정집같은 느낌이다. 언제나 처럼 여기 산타 바바라는 시간이 멈춰있는 듯. 늦게까지 바지락거리다가 다운타운으로 발을 떼다. 자주가던 북극성 까페는 테이블을 재배치해서인지 분위기가 좀 다르다. UCSB의 학기가 끝나서 훨씬 덜 붐비는 듯한 타운은 그래도 여전히 스테이트 거리를 걷는 쇼핑객과 여행객, 그리고 한가로운 젊음들로 활기차고 흥겹다. 학기 내내 끝없이 밀려들던 '일'을 뒤로 하고 훌쩍 떠나버릴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태양계의 시공간을 넘어 어느 외계 행성에 홀로 던져진 듯. 언제나 여기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