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한국말로 세미나 하기

연구내용을 한국말로 발표하는 것이 아직도 몸에 베지 않은 것 같다. 이번 한국천문학회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욕심을 부려서 그런지, 내용을 너무 많이 잡아서 말을 매우 빨리 해야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청중들이 따라오는데 급급했지 즐길만한 강연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내가 연구하는 분야가 익숙한 분야가 아니기에 보다 기본적인 내용들을 천천히 재미있게 다루었어야 하는데 많은 결과들을 보여주는 것에 촛점이 맞춰진것 같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나는 미국 스타일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한국 시장(?)의 룰과 분위기를 못 익힌 것 같다. 다른 대학들에 몇번 갔던 콜로퀴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처음 하는 일들은 역시 미숙하기 마련이라 치자. 한국말로 세미나 하는 스타일을 나름대로 개발해야 할 듯.

하루살이 인생?

새로운 과목을 두 과목이나 강의를 하다 보니 이번 학기는 거의 하루살이 인생이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듯, 하루는 강의 준비하고 하루는 강의하고 그 다음 날은 강의 준비하고 그 다음다음 날은 강의하고, 이렇게 4일이 간다. 하루 준비해서 바로 써먹어야 한다능. 월/수는 오전 대학원 수업과 오후 학부교양 수업을 하고 일/화는 수업 준비를 하고 목요일은 콜로퀴움 담당자라 연사를 맞아 콜로퀴움을 진행하고 저녁식사까지 호스트해야 한다. 1주일이 후다닥 간다. 지도하는 석박사 학생들 틈틈히 돌봐주고 하면 내 개인 연구할 짬이 별로 나지 않는다. 추석휴가 동안 수업준비를 주욱 해서 진도를 좀 빼둘렸고 했는데 그리 많이는 못갔다. 하루살이 인생에 연구가 밀려 스트레스가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뭔가 가르친다는 것으로 위..

Mac 하드 드라이브가 나간걸까...

지난 금요일에 갑작스런 정전이 있은 후, 나의 애마 Veritas가 버벅거린다. 예고없이 정전이 생긴다는 것은 연구소나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사고다. 그런데 최근 벌써 두번의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정전은 전기적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 컴퓨터들에게 쥐약이다. 그래서 정전을 대비한 UPS라는 기계가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정전이 발생하리라곤 예상 못했다. 정전 예고가 나오면 항상 컴퓨터를 죄다 꺼버리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왔거든.. 어쨌거나 드라이브에서 딸각거리는 소리가 꽤나 나더니 오늘은 먹통이 되어버렸다. 할수 없이 전원을 끄고 다시 켜야하는 상황인데, 이런, 다시 켜지지가 않는거다. 부팅이 되기전에 스르르 꺼저버린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맥이 스스로 꺼져버렸던 기억이 났다. 맥이 ..

9월

9월을 참 사랑했다. 그녀의 새록거리는 가을소리가 좋았고 더위를 씻겨가는, 간간한 서늘함이 좋았으며 뭉클, 어느덧 시간을 돌아보게 됨이 좋았다. 9월이면 책이 고파졌고 누군가와 인생을 얘기하고팠으며 어느 나무그늘 아래서 소설과 햇살과 바람을 마주 잡았다. 사계절이 없던 곳에서, 여기 이땅의 가을로 오랜만에 9월을 맞닥뜨려, 내 마음이 산책을 나간다.

새학기가 시작되다

아직도 한여름 같은 날씨지만 9월이 시작되고 새학기를 열다. 두 과목을 가르치는 첫 학기라 아마도 연구하기는 쉽지 않을 듯. 교양과목을 가르치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의욕이 불타기도 한다. 지도하는 학생들이 여러명이고 수업듣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요즘 아침에 잠이 깨면 학생들 생각들이 주욱 이어진다. 나도 많이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