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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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 것 같다. 거무튀튀한 자켓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봄비가 올것 같은 흐린 하늘에 탑승을 기다리는 공항에선 왠지 시간이 멈췄다. 3월 한달이 쉴틈없이 빠르게 돌아갔다. 많은 연구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지혜를 배우는 중일까? 그래도 학생들이 결과를 내기 시작하니 일은 재미있어 진다. 오랜만에 다시 밀라노로 간다. 기대를 안했는데 구두발표가 주어졌다. 이런 작은 미팅은 정말 토론하고 공동연구를 만들어내기 좋은 미팅이다. 그런데 바쁜 일정들 때문에 왠지 충분히 준비가 안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발표준비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발표할 내용들에 대한 공부도 덜 끝났다. 밀란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잘 안 될듯...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

자우림에 꽂히다!

'위대한 탄생'을 보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심사위원, 멘토를 하길래 누군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자우림 밴드의 싱어라는 걸 알게되었죠. 십년 가량 외국생활을 했더니 한국가요 십년치를 잃어버린 셈인데, 종강파티 때, 대학원생 중 한명이 불렀던 기억나는 노래,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아래...' 로 나가는 융단 어쩌구 노래가 바로 그녀가 부른 노래 더군요. 유투브를 주욱 뒤져 자우림 노래들을 듣다가 팍! 꽂혔습니다. 특히, '봄날은 간다'에 내 젊음 생각이 나, 가슴이 저려오더군요. 자우림, 음반을 사서 들어야겠어요. 근데 요즘은 다운 받는 추세니, 음반 사겠다는 것도 쫌 그렇군요.

방학 마지막 한 주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월요일 부터 빠듯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 시간을 얻기 위한 프로포잘을 미국 동부 시간으로 금요일 저녁때까지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전세계의 많은 천문학자들이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지상, 우주 망원경을 포함해서 아마도 허블우주망원경의 시간을 얻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한 것이죠. 작년에 아쉽게 탈락한 프로포잘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지난 주에 칼텍에 있을 때부터 하고 있었는데 마무리해서 어제 제출했습니다. 이것이 되면 제 학생 중의 한명의 박사논문 주제의 일부가 될텐데 말이죠. 공동연구원으로 들어가는 다른 여러개의 프로포잘들은 마지막 버젼에 코멘트를 해주고 마무리 되었네요. 두 주간 연구진행상황을 학생 한명 한..

귀국

조금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서울가는 리무진 버스를 탔습니다. 좋군요. 버스에서도 인터넷이 되고.. 역시 한국의 힘일까요 ^^ LA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했고 서울에 오후 5시반 도착이라 아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비행기에서도 논문도 주욱 좀 쓰고, 한국에 완전히 적응했나 봅니다. 이제 서울에 오니 집 같습니다. 두주 동안 환대해준 동료들, 친구들, 지인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한 주는 아마도 치열하게 보내겠군요.

allegro 에서 adagio 로

하늘이 눈부시게 맑다. 켈리포니아에 올 때마다 삶의 템포가 allegro에서 adagio로 변한다. 걸음걸이도 그렇고 분주한 마음도 그렇다 마치, 강한 햇살이 몸을 녹여 세포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것 같다. 첫 날, 월요일 어제, Tommaso와 많은 얘기를 했다. 세가지 정도 프로포잘들에 대해 나누고 여기 있는 동안 어떤 일들을 함께 할지에 대해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상황들에 대해 서로 묻기도 하고. 그는 내 학생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밀어주고 싶어한다. 그와 얘기하면 항상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연구하는 삶이 즐겁게 느껴진다. 오늘은 약간 여유가 있다. 목요일에 할 세미나를 준비해야 겠고 오후 늦게는 바람도 좀 쐬야겠다.

켈리포니아 출장

두 주 쯤 출장을 다녀옵니다. 산타바바라와 파사디나에 있을 예정입니다.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과 좋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면 좋겠고 일과 후에는 한산하게 시간을 갖고도 싶습니다. 만날 사람들은 많고 세미나도 해야하고 프로포잘도 써야하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공항에는 홍대입구에서 부터 공항철도를 타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피곤하기도 한데 건강히 잘 다녀왔으면 합니다.

한 주가 갑니다

한 주가 끝나가는 시점, 피곤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찼습니다. 캠퍼스 안에서만 살다가 여기저기 운전해서 다니느라 피곤했나 봅니다. 오늘은 교통체증으로 2시간 가까이 걸려 고려대에서 돌아왔더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낸 연구비 프로포잘은 잘 평가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박사후 연구원과 식사를 하고나선 오랜만에 딸기우유를 하나 사와 습! 마셔버렸습니다. 200ml 우유각이 이렇게 작았나 싶습니다. 지난 늦가을에 건물전체의 난방장치를 바꾼 이후로 연구실이 춥습니다. 발이 시렵군요. 그래도 은하와 우주의 크기를 설명할 때 입을 벌리며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던 얘들이 생각나 만지작 만지작 뭔가 하려고 프로그램을 돌려 계산을 해 봅니다. 올 겨울은 무지 춥습니다.

욕심일까? 정상일까?

미국천문학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오늘 월요일엔 한국 천문학회의 장기발전 계획 워크삽이 종일 있었다. 다양한 대형과제들을 살펴보고 또 할만한 다양한 사이언스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국 천문학이 발전하기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내가 이바지할수 있는 영역의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사실 나보다 큰 그림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이기적인 생각일까? 아이디어들이 춤을 춘다. 너무 많은 사이언스를 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일까? 그렇게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욕심과 게으름의 경계는 어디이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학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이 머리 속을 메울때면 역시 잠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