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320

[책] Science, Creation and the Bible

Science, Creation and the Bible. IVP에서 최근에 나온 책 제목이다. 오랜만에 만난 웨슬리가, 예전에 부탁했던 책과 함께 가져다 준 책.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의 주저자였던 리차드 칼슨과 '어떻게 창세기를 읽을 것인가?'등으로 알려진 구약성경신학자인 트럼퍼 롱맨 3세가 공저한 책이라 재미있게 보인다. 내용을 주욱 살펴보았더니 창조와 진화에 관련된 이슈들에 관해 어떻게 성경을 해석할 것인가를 전반적으로 다룬 것 같다. 성경에 나오는 창조기사들을 직접 다루면서 창조에 관한 과학과 신앙의 갈등 문제들에 조명을 비추는 책이랄까. 얇은 책이니 금방 읽을 수 있을듯 하고 목회자나 창조-진화 논쟁에 대해 성경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과학이 크리스천 대학생들에게 주는 충격때문에...

어느 선교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대학생들이 모이는 연합모임에 강사로 와 줄 수 있겠냐고. 지난 복음과상황 10월호 실린 인터뷰를 보았다는 그 분은 내가 쓴 '블랙홀 교향곡'을 읽고 내가 강의를 쉽게 잘 할거라는 판단을 한 듯 하고, 크리스천 과학자이며 괜찮은 대학의 교수라는 타이틀이 대학생들에게 잘 먹힐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뭔가 좋은 얘기가 나올거라는 예상을 했을 듯. 과학과 신앙에 대한 강의를 할수 있으나 내가 할 강의내용을 검토해 본 후에 다시 연락주시라고 답장을 했다. 마침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책을 구할수가 없어서 못 읽어다길래, 읽고 나서 다시 연락주시라고... 얼마 뒤에 연락이 왔다. 책의 내용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데 창조과학 강의에..

[책]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 로널드 넘버스 엮음

과학과 종교는 적대관계이며 둘 사이에는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왔다는 통념은 19세기 중후반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널리 퍼져있는 견해이다. 하지만, 그런 견해는 엄밀한 과학사적 증거들에 기초해 있기보다는 당대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요구되었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된 관점이라는 것이 최근 과학사가들의 견해라고 한다. 가령, 과학활동을 종교적 영향에서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써, 과학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제에 사회적 동의를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가 있다. 'The Creationists (창조론자들)'이라는 책으로 익숙한 로널드 넘버스는 과학과 종교를 적대적 관계로 보는 입장에서 흔히 회자되는 25가지의 잘못된 통념들을 바로 잡는 책을 엮..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를 읽다

서평 내지는 자문을 부탁한다며 경향신문 기자가 책을 보내주었다. 우주는 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저절로 창조되었다는 주장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쓴 걸까, 궁금했다. 그래서 책이 출판되면 읽어볼 예정이었는데 마침 책이 생겼다. 읽어보니, 글쎄, 뭐 별로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없다. 철학은 죽었다라고 책을 시작한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는 과학적 결정론을 주장한다. 그리고 나서는 파동현상과 같은 양자역학을 얘기를 하다가 소위 대통합이론이라고 하는 M이론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잘 조절된 우주를 설명하면서 약한 인류원리와 강한 인류원리를 다룬다. 강한 인류원리에 동의하는 그는 그러나 결국 강한 인류원리를 신의 설계로 설명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말..

'진화'는 왜 기독교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 되었을까?

진화라는 단어에는 공산주의라는 단어처럼 빨간 딱지가 붙여져 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진화는 성경과 배치되는 개념이고 절대로 받아들일수 없는 반기독교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진화를 하나님께서 사용하셨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생각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치 착한 공산주의가 말이 안되듯이. 진화가 과학적 사실인지 아닌지, 진화이론이 과학적으로 엄밀한지 혹은 가설에 불과한지에 대한 과학적 이슈들을 떠나서 그리스도인들이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조금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러가지 다른 내용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 하나하나를 제대로 짚어보고 왜 그렇지 않은지를 풀어가는 것이 결국 그리스도인들이 진화에 대해 갖는 반감을 제거해 주는 길이 될 것이다. 카톨릭 신학자..

진화이론은 가설이다?

흔히, 진화론은 가설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기독교인들 안에 널리 퍼져있다. 물론, 진화를 반대하는 창조과학 진영에서 사용해 온 전통적인 공격 방식이다. 생물들이 진화했다는 진화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쉽게 말하면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름 자체에 이론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과학이 아니라 이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가령,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도 이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과학을 너무나 모르고 하는 얘기가 된다. 진화이론이나 상대성이론은 과학의 경험적 증거들을 토대로 하고 있는 과학이론이다. 그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기적 안에 신을 가두지 말라

어느 교회의 교육부 담당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초등부터 청년까지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는 처음인데 나름 기대가 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되는 점은 과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이다. 가령, 인간은 진화되었다고 가르쳐야 할까, 진화되지 않았다고 가르쳐야 할까? 다양한 배경과 신앙의 칼라를 가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될까,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창조의 그림들을 심어주어야 할까. 흔히 우리는 '기적'을 행하는 신의 모습에만 익숙해 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보는 신의 모습은 주로 기적을 행하는 신의 모습이다. 신의 역사는 너무나 기적의 세계에만 국한된다. 반면, 우리의 일상과 자연법칙을 통해서 세상을 주관하고 우주를 섭리하는 신의 모습..

[책] 맥그라스의 삼위일체(-혹은 기독) 자연신학

지난 글에 이어 이 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보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서론을 빼고 7개의 장이 'A Trinitarian Natural Theology' 라는 제목으로 묶여있고, 결론을 빼고 7개의 장이 ' Fine-Tuning: Observations and Interpretations'로 묶여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부를 읽어보니 이 책이 과학과 신앙의 대화에 상당한 유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구성된 꼭지들이 산만한 느낌없이 핵심적인 내용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글도 읽기가 편하다. 전반부의 제목 "A Trinitarian Natural Theology"이다. 문자적으로 해석하자면 맥그라스의 삼위일체 자연신학이라고 번역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내..

[책]19세기 자연신학은 기독교의 신을 왜곡시킬 수 밖에 없다. - 스텐리 하우어워스

"기독교 교리로부터 분리된 자연신학은 하나님과 우리가 사는 세계의 특성을 왜곡시킬 수 밖에 없다." - 스텐리 하우어워스, 2001년 기포드 강연에서 윌리엄 페일리도 대표되는 19세기 영국의 자연신학은 계몽주의의 드센 영향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비슷한 노력은 초대 교부들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고 다른 색깔을 가진 자연신학적 접근들도 존재하지만, 흔히 자연신학이라고 말할 때는 계몽주의의 시대를 상황으로 하는 영국의 자연신학을 일컫는다.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 그러니까 성경이라는 계시에 의존하지 않고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자연신학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다. 이렇게 독특한 자연신학이 형성된 배경에는 물론 그 당대의 눈부신 과학의 발전, 그리고 인간 이성의 위대함에 대한 나이브한 믿음을 꼽을 수 ..

[책] A Fine-tuned Universe-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난 6월 미국 출장을 가 있는 동안 IVP의 노종문 편집장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책, A Fine-tuned Universe 번역을 검토해 보라는. 안그래도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있던 작품이라 흔쾌히 검토(만) 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연구실에 이미 책이 도착해 있었다. 맥그라스가 최근 다 죽어가는 자연신학을 새롭게 부활시키고 있다. 물론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에서는 여전히 근대주의적 자연신학의 맥락에서 변증적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케케묵은 자연신학적 접근법이 신학자들로부터 외면 받은지는 오래된 것 같다. 그런데 나름 과학에 정통한 맥그라스가 그 자연신학을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옷을 입혀서 21세기의 상황에 부활시키고 있다. 소위 과학적 신학이라는,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