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이 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보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서론을 빼고 7개의 장이 'A Trinitarian Natural Theology' 라는 제목으로 묶여있고,
결론을 빼고 7개의 장이 ' Fine-Tuning: Observations and Interpretations'로 묶여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부를 읽어보니 이 책이 과학과 신앙의 대화에 상당한 유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구성된 꼭지들이 산만한 느낌없이 핵심적인 내용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글도 읽기가 편하다.
전반부의 제목 "A Trinitarian Natural Theology"이다. 문자적으로 해석하자면 맥그라스의 삼위일체 자연신학이라고 번역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은 "기독교적" 자연신학이란 뜻이다. 지난 글에 썼듯이 맥그라스는 고전적인 자연신학, 특히 19세기 영국의 자연신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자연신학을 제시하는데 그 이름으로 "trinitarian" 말을 골랐다. 그 맥락을 간단히 이렇다.
고전적인 자연신학이 제시하는 시계공 같은 모습으로서의 신은 사실 이신론의 신에 가깝다. 그러나 시계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이신론의 신과는 다르게, 유신론은 지금도 자연세계를 운행하는 신을 대상으로 한다. 맥그라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맥그라스의 삼위일체 자연신학은 "어떤" 신이 아니라 바로 기독교의 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신론은 우주를 창조한 신을 대상으로 한다면, 유신론은 우주를 창조하고 섭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우주를 운행하는 신을 대상으로 한다. 맥그라스의 삼위일체론은 우주를 창조하고 섭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우주를 운행하면서 또한 성령을 통해서 성경과 자연을 읽는 우리가 올바로 볼 (해석할) 수 있게 인도하는 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연신학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자연을 통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기독교적 시각이라는 독특한 렌즈를 통해 자연을 읽어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읽어내는 과정에 십자가의 고통을 맛보신 성자와 끊임없이 해석자들에게 지혜를 주시는 성령의 역할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자연을 읽어내는 해석에 대한 강조는 19세기의 근대주의적 과학관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고, 삼위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고전적인 자연신학이 담아낼 수 없던 구체적인 "기독교의" 신을 대상으로 하게 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연신학의 바탕 위에 맥그라스는 The Open Secret에서 풀어냈던 개념들을 확장시키는 작업을 한다. 2부에서 잘 조절된 우주라는 과학적 관측 사실을 가지고 신학하기에 앞서 과학철학에서 많이 논의되는 유추의 방법들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고 어거스틴의 창조이해를 분석하며 하나의 자연신학하기의 렌즈로 예로 삼기도 한다.
The Open Secret이 좀 따분하게 읽혔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흥미롭게 읽힌다. 꼭 번역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 책의 후반부의 제목들은 벌써부터 구미가 팍팍 당긴다. IVP에서 판권계약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번역출판을 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