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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한 가을의 미소

위장한 가을이 미소를 보내지만 무더운 여름은 뼛속까지 남아있다. 사랑하면 아프다. 신이 자유의지를 허락한 이후 모든 사랑은 그렇게 아프다. 연인도 부모자식도 그리고 스승과 제자도 모든 사랑은 아프다. 사랑하면 그만큼 소유하는 거라고? 아, 이 철없는 산수는 언제 폐기될 것인가 폭탄을 터트리고 떠난 사람 뒤에 물끄러미 자신을 본다. 먹고사는 것, 힘과 명예 잘난 척이 싫고, 세일즈도 싫다. 삶을 추동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누구인가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길은 모든 소유에서 해방되는 것이리라만 아직 이 땅에 사는 나는 가지려 하고, 아프고, 그리고 아파서 끄적거린다. 영겁 같은 인생도 우주보단 짧으리니 '진리'를 되뇌이며 물끄러미 물끄러미 자신을 본다

은하와 우주, 재미있는 수업이 되기를...

나선은하 M81의 모습 이번 학기 전공과목인 은하와 우주라는 수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학년 학생들이 듣는 과목인데 타과생들이 많아 수강인원이 30명이 넘습니다. 보통 이과목은 열댓명쯤 듣는 과목이었다는데 이번 학기에는 교양과목처럼 학생들이 많군요. 같은 과목을 좀더 깊은 수준에서 대학원과목으로 영어로 가르쳤었는데 이번 학기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말로 수업을 하려니 한국말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꽤나 번거롭습니다. 번역된 교과서를 보니 처음보는 단어들도 많군요. 한국어 용어들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한자어들이 뜻도 한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오늘은 우리은하 내에서 별들이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태양도 우리은하 중심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재는 모든 별의 운동은..

삶을 고민하다 2014.09.11

뜻으로 본 통일 한국 - 구교형

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에서 이번 여름에 출간된 "뜻으로 본 통일 한국"을 읽었습니다. 월간지 '복음과상황'의 글들을 통해서 익숙한 구교형 목사의 책으로 '분단 시대를 꿈꾸는 그리스도인의 통일 교양'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이면에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사실은 상식일 것입니다. 물론 다른 원인들에 비해서 남북분단이 얼마나 근원적인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지만, 남북분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고 그런 면에서 통일 한국을 어떻게 내다 볼 것인가는 우리 국민이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책은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제목이 비슷합니다. 부담은 크겠지만 한국사를 품는 기독교의 한 전통을 잇겠다..

Durham 에서

살포시 비가 내리는 창밖 너머에는 천년의 고풍을 자랑하는 더람 성과 성당이 말없이 자리하고 있다. 한 주 내내 날씨가 맑은 편이더니 학회가 끝나는 주말부터는 비가 내린다. 익숙한 날씨 인듯 아랑곳않는 사람들은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더람 성을 휘도는 작은 강 위에 현대적 모습의 작은 다리가 산뜻하게 걸쳐있다. 캠퍼스를 오가며 매일 건넌 다리지만 오늘따라 더람 성을 배경으로 현대의 역사가 겹쳐지는 듯 하다. 스코틀랜드의 침략을 맞아 잉글랜드 북방의 중요한 요새였던 더람이 큰 확장없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근대의 광산개발에도 불구하고 성과 성당을 두르는 더람의 중심부는 강으로 둘러싸인 크기 때문인지 옛모습을 담고 있다. 천년의 역사 동안 사람들의 삶은 변했을까? 북쪽의 침략을 막아 농민들을..

[책] 우주의 끝을 찾아서 - 이강환 저

이강환 박사가 저술한 "우주의 끝을 찾아서" 라는 책이 배달되었습니다. 지난 번 과천과학관에 강연하러 갔을 때 책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하더니 벌써 출판이 되었군요. 지난 주 부터 한동안 논문수정 등등 집중적 글쓰기에 뇌와 손가락을 혹사했더니 몸이 피곤해 일찍 퇴근해서 쉬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우주가 가속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두 팀의 얘기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연구경쟁 얘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허블의 우주팽창 발견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천문학적 발견의 일화들이 소개되고 초신성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가속팽창을 발견한 얘기로 정점을 향해 갑니다. 책의 특징은 상당히 관측천문학자 같은 느낌으로 썼다는 것인데요. 이론 위주의 설명보다 관측적인 발견 위주로 그리고 그 발견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

그래도 지구는 돈다

지난 주 설교시간에 설교하신 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동그란 지구 사진을 하나보여주더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본인이 생각할 때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것 같다고. 이분이 무슨 얘기를 하나 궁금하던 저에게 제시된 논리는 이런 것이였습니다. 지구가 돈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이니까 우리가 그것을 느껴야 되는데 전혀 못 느끼지 않느냐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지구가 그렇게 빨리 움직인다면 큰 소음이 나야하는데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이 지구의 공전과 자전부터 헷갈리신 것은 차치하더라고 이런 논리도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것 같다고 하신 것에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실제로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못느끼는 ..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을 읽었습니다.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의 역사와 배경을 훝으며, 사회의 안전망은 점점 약화시킨채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자기계발의 시대를 비판하는 걸작입니다. 자기계발의 붐 자체가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것이죠.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보며 자기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에 많이 포함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수준임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의 이름이 하나씩 나오는데 저는 그 중에서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더군요. 물론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계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사회를 저자는 까발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거대한 사기극이죠. 책의 재미는 자기계말을 종교 특히 기독교와 비교해서 풀어가는..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 우종학

2014년 초에 국립어린이도서관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는 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1&pagelistno=1&seq=151&search_title&search_value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그리 싸움을 잘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에 말주변도 없어서 친구도 많지 않았다. 반면 모험을 좋아했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옥상에 누워 뭉게구름들을 보면서 저 하늘을 뚫고 올라가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상상하기도 했고 외국어를 쓰는 먼나라를 활보하며 이국적인 삶을 사는 꿈을 꿔보기도 했다. 제한된 나의 현실에서 벗어나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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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오래된 CD케이스를 열어 비발디의 봄의 악장을 듣는다. 창 밖, 결혼식장을 향하는 사람들의 총총대는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쏟아지는 봄비 후에 피어나는 새싹처럼 바이올린의 선율이 가날프고 섬세하게 마음을 휘젓는다. 봄은 언제나 그렇듯 잃어버린 땅을 떠올리게 하고 봄이 없던 시간을 한숨에 망각시키듯 단절된 10년의 삶을 넘어 봄의 추억으로 데려간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길디 긴 장문으로 아줌마의 수다처럼 먼 이국의 삶들을 그리고 있으나 인생이 드러내는 삶과 사랑과 사람들은 시공간의 차이를 넘어 오늘 여기 일상에 오버랩된다. 나는 비를 맞고 추위에 떠는 새싹처럼 따듯한 햇살을 쬐려 기다리는 노인처럼 사계절을 끌고가는 시간에 밀려다니다 낯선 길을 두리번거리는 사내처럼 오늘 여기서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