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그래도 지구는 돈다

별아저씨의집 2014. 5. 10. 17:38

<그래도 지구는 돈다>


지난 주 설교시간에 설교하신 목사님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동그란 지구 사진을 하나보여주더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본인이 생각할 때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것 같다고.


이분이 무슨 얘기를 하나 궁금하던 저에게 제시된 논리는 이런 것이였습니다. 지구가 돈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이니까 우리가 그것을 느껴야 되는데 전혀 못 느끼지 않느냐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지구가 그렇게 빨리 움직인다면 큰 소음이 나야하는데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이 지구의 공전과 자전부터 헷갈리신 것은 차치하더라고 이런 논리도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것 같다고 하신 것에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실제로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못느끼는 것은 KTX가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을 때 시속 200-300키로나 되는 속도를 못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관성때문인 것이죠. 소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의 자전에 따라 매우 큰 음파가 만들어지지만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매우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초등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수준의 질문에 답을 못 찾았다고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목사님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겼습니다. 일단 제 마음에 들었던 생각은 간단한 노력으로 찾을 수 있는 답을 찾지 못한 지적 불성실함, 두번째로는 본인이 답을 모른다고 해서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했기는 했지만 그것을 강단에서 그냥 그대로 퍼트리는 용기, 그리고 이 두 가지 생각을 종합하면 이분이 얘기하는 다른 내용도 충분히 그럴수 있다는 경악. 그렇게 생각이 순식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매주하는 설교 뭐, 가볍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겠지요. 물론 이 분의 의도는 거부할 수 없는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졸린 예배자들을 깨우려는 농담일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문맥 파악을 다 못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실 지적성실성이나 통일성은 이런 것들로도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성경해석이나 신학적 내용에 대해 들을 때도 혹시나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e되니까요. 지적 신뢰성은 그대로 금이가는 것이지요.


제 소견으로는 목회자들 설교시간 좀 줄이고 설교도 좀더 두렵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뭐 제가 이 분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교회 훌륭한 교회이고 이 분 훌륭한 목회자이시니까요. 문제는 과학에 관해서는 너무나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