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뜻으로 본 통일 한국 - 구교형

별아저씨의집 2014. 8. 31. 19:24


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에서 이번 여름에 출간된 "뜻으로 본 통일 한국"을 읽었습니다. 월간지 '복음과상황'의 글들을 통해서 익숙한 구교형 목사의 책으로 '분단 시대를 꿈꾸는 그리스도인의 통일 교양'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이면에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사실은 상식일 것입니다. 물론 다른 원인들에 비해서 남북분단이 얼마나 근원적인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지만, 남북분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고 그런 면에서 통일 한국을 어떻게 내다 볼 것인가는 우리 국민이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책은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제목이 비슷합니다. 부담은 크겠지만 한국사를 품는 기독교의 한 전통을 잇겠다는 저자의 의지와 소망을 제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볼 때 이런 책은 뜻 깊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일 한국에 대해 진보나 보수의 시각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기독교적 시각을 담은 책을 보니 반가왔습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한심한 입장을 넘어서, 그리고 북한을 무조건 옹호하는 시각을 넘어서, 친미 사대주의도 아니고 종북도 아닌, 균형잡힌 시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남북 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해 온 다양한 기독교 운동의 흐름을 생각할 때, 그 운동의 선두에서 섬겨온  저자가 분단상황과 통일한국에 대해 풀어가는 이 책이 더더욱 반갑습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우선 분단과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역사적 흐름으로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남북한과 미국의 상황과 입장을 각각 돌아보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는 남북한과 미국이 갖는 정치적 입장과 펼쳐 온 정책들이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겠지만 굵직한 필체로 나름대로 주요 논점들을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한국전쟁의 주요 당사자였고 현재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중요성을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물론 이 책은 학문적으로 치밀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고 함석헌 선생의 책처럼 대중적 메세지를 갖는 책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책의 결론 부분에서 중립국인 오스트리 같은 모델로 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과 주변 강대국의 정치적 입장 등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는 하지만 하나의 대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통일한국이 어떠한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를 다룬 부분은 일반 교양서적에서는 볼 수 없는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책입니다. 통일 한국에 대해 평소 별 생각이 없었던 분들은 이 책을 통해 교양을 얻으시기를, 그리고 통일 한국에 대한 기독교적 시각을 살펴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이 책이 양질의 식사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욱 읽어나가기 쉬운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