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오랜만에 산타 바바라

출장을 잠깐 다녀왔습니다. 두어달 만에 보는 산타 바바라, 떠나고 나니 왠지 참 좋게 보입니다. 101 하이웨이에 산타 바바라 싸인이 나오면서 산 기슭에 주욱 늘어서 있는 붉은 아도비의 예쁜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운타운은 여전히 활기차고 밤에는 젊은 파티 족들로 붐비고 바닷가는 여전히 아름답고 캠퍼스는 여유롭습니다. 도시와는 다르게 왠지 휴양지 같은 느낌을 주는 산타 바바라에서 3년을 보냈다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이면 아파트 수영장에서 한가히 책을 읽거나 탁구를 치고 다운타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씹으며 여유를 즐기던 기억들은 바쁘던 포스닥 생활을 지탱해 주던 쉼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쉼과 놀이라는 중요한 삶의 요소, 엘에이에서도 잘 개발해야 겠습니다.

[독서모임] 네가지 사랑 - 루이스: 2장. 인간 이하 것에 대한 애호와 사랑

2장. 인간 이하 것에 대한 애호와 사랑 루이스는 본격적으로 인간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에 대해 논하기 전에 2장에서 인간 이하의 것들에 대한 사랑에 대해 다룬다. 그것은 사랑한다기 보다는 좋아한다고도 표현할 수도 있겠다. 우선 그는 두 가지 즐거움을 구분한다. 하나는 목이 마를때 물을 마시는 즐거움처럼 필요가 채워질 때 맛보는 즐거움이다. (필요의 즐거움 need-pleasure). 다른 하나는 산책을 하나가 콩밭의 향기를 맡거나 아카시아 꽃 내음을 맡을 때 오는 즐거움으로 그 대상에 대한 감상에서 오는 즐거움이다 (감상의 즐거움 pleasure of appreciation). 필요의 즐거움은 욕구가 채워짐으로써 생겨나는데 그래서 1장에서 다룬 필요의 사랑과 관련된다. 반면 감상의 즐거움은 어떤 필요..

[독서모임] 네가지 사랑 - 루이스 1장 들어가는 말.

네가지 사랑 - 루이스 1장 들어가는 말. 루이스는 사랑을 두가지로 구별한다. 하나는 흔히 주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물의 사랑 (gift-love)'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랑받고자 하는 '필요의 사랑 (need-love)' 이다. 선물의 사랑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과 가장 가깝다. 반면 필요의 사랑은 하나님에 대해 우리가 하는 사랑이다. 루이스는 선물의 사랑을 높이고 필요의 사랑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려했지만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필요의 사랑도 단지 사랑받고자 하는 갈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랑이기 때문이다. 필요의 사랑은 단지 이기심이 아니다. 엄마 품에 달려가는 아이나 우정을 갈망하는 어른들을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랑을 느..

[독서모임] 네 가지 사랑 - C. S. 루이스

독서모임에서 첫 번째로 읽기로 한 책이다. 1960년에 출판된 이 책은 루이스가 60십대에 접어들어 쓴 책이다. 애정, 우정, 에로스, 자비 이렇게 네 가지로 사랑을 구별하여 풀어내는 이 책에는 다른 책에서도 그렇듯, 루이스의 날카로운 분석력과 통찰력, 그리고 문학적 위트가 풍성하게 담겨있다. 인간의 사랑을 애정, 우정, 에로스로 설명하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비교하는 분석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랑이 신이 되기를 요구할 때 우리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우리의 사랑을 사랑 본연의 자리에 두어야 한다. 애호, 애정, 애국심,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부부간의 사랑 등등 우리 삶을 둘러싸는 수많은 관계들과 거기에 담기는 사랑에 대해 이 책은 흥미로..

[책] 감자탕 교회 이야기 - 양병무

지난 번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책의 감상을 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자꾸 부정적인 내용, 비판의 내용을 담은 책을 추천해야 만 할까. 그것은 그만큼 내세울 만한 교회가 없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가주에 있는 여러 한인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접하면서 참 갑갑했었는데 드디어 위로가 될 만한 교회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이 책이 나온지는 벌써 5년 쯤 되었고 그 때부터 회자되던터라 저도 감자탕 교회라는 존재를 알고는 있었습니다. 교회당을 짓기보다는 구제하는 일에 교회재정을 사용하기때문에 감자탕 집이 있는 상가건물을 교회당으로 사용하는 모범적인 교회라는 얘기 말입니다. 막상 책을 읽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얼마 전 교회 도서관에서 턱하니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살포시 비가 내리다

지난 주의 무더위를 보란듯이 잊게하듯 오늘 아침에 살포시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도시를 내려다보니 왠지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아, 한 달 빵꾸낸 복음과상황 원고마감이 퍼득 떠오릅니다. 써지는 글과 써야하는 글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원고마감에 맞춰 글이 써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오늘 독서클럽 첫 모임이 있는데 열분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굴러가나 한번 봐야 겠습니다.

팽교수님과 한가한 주말을....

지난 금요일, 학회차 제주도에서 엘에이에 오신 팽간사님, 아니 팽교수님이 우리집에 와서 이틀 주무시고 가셨습니다. 저녁 먹을때는 파시디나댁과 그의 남편도 함께 조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토요일에는 가려고 했던 등산을 빼먹고 (안간사님께는 좀 죄송했지만^^) 오랜만에 정말 한가운 토요일을 팽교수님과 함께 보냈습니다. 넉넉한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아내가 만들어 준 비빔국수로 점심을 하고, 까페에 가서 커피마시고 주욱 책을 읽다가, 영화 한편 보면서 졸기도 하고, 저녁에는 팽교수님이 쏘는 맛갈나는 갈비도 먹고, 잠깐 가게에 들러 물건도 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팽교수님은 우리가 늦잠자는 사이에, 씨 에스 루이스의 '네가지 사랑'을 탐독하시더니 기가막힌 책이라면서 감탄을 쏟아내더군요. 읽은..

새신자반

교회를 정했습니다. 6주간에 걸쳐 새신자 반에 나갑니다. 교회분들이 처음 온 사람들을 잘 챙겨주셔서 적응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새신자 반을 나가면서 재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타 바바라에서 미국교회를 정할 때는 그랬습니다. 두 번 교회에 나가자 집에 누가 찾아 오셔서 쿠키와 카드를 두고 가셨더군요. 환영한다고. 세 번 나가자 목사님이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이메일을 보내 왔었습니다. 신앙 배경 등등 여러 얘기를 듣고 싶었다는 목사님과의 만난 후, 교회가 훨씬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교회의 멤버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관심자 모임이 있다고 관심있으면 참석해 보라고 합니다. 교회가 어떤 방향을 갖고 사역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고 꼭 멤버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몇번에 ..

새 친구, lux

우크라 (UCLA) 대학으로 옮겨와서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했다. 넉넉한 연구비 덕에 MacPro 중에서 좋은 급으로 마련했다. 메모리는 일단 최소로 하고 삼성제 2기가 짜리 메모리 두개를 따로 주문했다. 속도나 램 면에서 지난 컴보다 월등한 사양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셋업을 시작하고 어제 오늘 대략 셋업을 끝냈다. 컴퓨터 이름을 무엇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lux와 veritas가 생각났다. 베리타스는 이미 누가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서 빛을 의미하는 lux로 하기로 했다. 오늘 묵상한 출애굽기에서는 구름과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탈출자들을 인도하시는 장면이 나왔다. 그 구름은 건조한 지대에 산불이나면 생기는 구름처럼, 뭉쳐놓은 드라이아이스같이 생겼었을까? 새로 터미널을 열때마다 lux라는 이름이 반짝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