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나이든 감

요즘은 나이든 감이 팍팍 와닿는다. 30대 초반과는 영 다른 몸 상태를 경험하면서 착찹함도 있고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감도 든다. 긴 일정으로 그리스에 다녀왔다. 크레타 섬의 한 지역에서 학회가 있었고 결혼 기념여행 겸 아내와 함께 몇군데를 거쳐 지난 월요일에 돌아왔다. 비행시간도 길었고 아테네에서 아크로 폴리스 등등 유적지를 둘러보느라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골골하다. 제작년부터인가, 이제 국제선을 타면 영 시차 적응을 못한다. 월요일 밤에 돌아 왔으니 지금쯤이면 시차 적응 할 만도 한데, 아직도 밤낮이 뒤바뀌어 있다. 열흘이나 자리를 비워서 일이 밀려 있는데 두통과 몸살로 아무일도 할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더군다나 학회를 갖다오면 아이디어들이 생기고 해보고픈 일, 뒤져봐야 ..

진중권의 글 (프레시안에서)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완전히 이상해졌다. 굳이 국가인권위의 해석에 의뢰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는 남녀노소의 차이에 관계없이 헌법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집회에 참석할 자유와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뭔데 죄 없는 학생을 찾아와서, 그것도 수업 시간에 데려다가 조사를 한단 말인가? 그 학생이 무슨 범법 행위라고 했단 말인가? 듣자 하니 그저 집회신고 하러 경찰서에 찾아간 것뿐이라고 한다. 그 어린 학생이 수업하다 말고 끌려 나가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 얼마나 겁이 났겠는가? 지금 이명박 정권은 중고생들 대상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온통 대통령의 사유물이 되어 버렸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불법화하여 시민들을 범법자로 ..

이메가 복음전서

누가 썼는지 참 기발합니다. 데굴데굴 웃다가 막상 현실을 생각해보면 참 씁쓸합니다. 이메가 복음 전서 - ssawall I. 나를 누구라 하더냐? - 이메가께서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물어 가라사대, "세상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 부르더냐?" 제자들이 이르되, "어떤 이는 '땅박이', 또 어떤 이는 '공구리' 또는 '쥐박이'라 하더이다" 하니 이메가께서 또 물어 가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인초니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영도자이시요. 만백성의 어버이이심을 제가 믿나이다" 하니 이메가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귀엽고 충성된 종아. 네가 복이 있도다. 네 믿음이 너를 키울 것이로다" 하셨느니라. 또 가로되, "이 백성이 선거에서는 나를 선택하였으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어찌하여 미련한 잣대로..

본회퍼의 전기

작년 가을 쯤 읽다 만, 본 회퍼의 전기를 다시 읽고 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그의 옥중서신들을 들춰 내 읽곤 했었는데 제대로 전기 한번 읽어보자며 샀던 책. 책을 읽으며 문익환 평전이 많이 생각난다. 두 사람 다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랐고 현실의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 지난 여름 이후, 조용히, 그러니까 별 볼일 없이, 지내고 있는 내 삶에 뭔가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사람은 결국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성장하고 깨어나며 위대해 지는 것 아닐까 결국, 삶의 컨텍스트를, 그것도 자신의 풍요로운 삶에 촛점을 맞춘 컨텍스트가 아니라 그의 나라와 그의 통치에 면밀히 연관된 눈으로 삶의 정황들을 읽어내는 그런 컨텍스트는 결국, 훌륭한 교제에서 온다. 그런 면에서 나는 방학 중인 셈인가?

고지론과 코스타

고지론은 유학생활 중에 자주 논쟁거리가 된 이슈였다. 특히 청년학생 운동에서 고지론적 방향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데에는 신랄한 비판이 따랐다. 물론, 고지론 자체가 폐기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직업에 적용하는 일을 넘어선다면 고지론은 (그 영향력과 폐해와 더불어) 삶의 어디에서나 적용될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타와 고지론에 대한 다음의 글을 보니 아직도 코스타와 고지론에 대한 오해가 있나보다. 고지론, 코스타의 주홍 글씨인가 (권오진) 이제 다음달이면 2008년 코스타 여름수양회의 등록이 시작된다. 매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코스타를 홍보하다 보면, “고지론을 주장하는 코스타에는 참가하기 싫다”는 반응을 접하곤 한다. 작 년에는 코스타에 강사로 참여했던 어떤 분이 자신의 교회 홈페이지에 코스타..

새 것과 헌 것

5년 가량 쓴 모니터가 맛이 갔다. 박사과정 중에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장만했던 컴퓨터. 값싸게 마련한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스피커까지 셋트로 배달되던 날의 즐거움이 기억난다. 교회에서 쓰지 않는 오래된 컴을 얻어서 그래도 3년 가량 썼던 것 같은데 새 컴퓨터로 업그레이드하는 그 때 기분은 무척 좋았던 듯. 요즈음 기준으로 보면 그때 구입한 XP가 깔린 컴퓨터는 느려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웹서핑이나 한국드라마를 다운받는데 별 지장이 없다. 더군다나 나는 맥으로 전향한지 오래되었고 이 컴으로 주로 문서작업을 하는 아내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 가끔씩 모니터가 불안정하더니 결국 얼마버티지 못하고 화면이 나가버리곤 한다. 벌써 수명이 다 된것일까. 내가 출장이..

한가로운 토요일에

한가로운 토요일이 되면 퍼지게 늦잠을 자고 난 아내와 나는 한 판 빡세게 탁구를 친다. 산타 바바라에 이사 온 후부터 시작된 이 버릇은 재미와 더불어 운동 효과를 가져다 주는데 21점 짜리로 5세트를 치면 대략 1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의 탁구 실력은 꽤나 나아진 편 인데 원래 실력이 뭐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라 대단히 자랑할 거리는 못된다고 하겠다. 아내가 해준 짜장면을 먹는다. 아,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서 짜장면을 먹는 이 맛은 꽤나 만족스러운데 맛도 맛이지만, 초여름 날씨에 짜장면을 먹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살포시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마당에 한아름 피어있는 벚꽃이 창문을 가득 채운다. 나무 가득 화사하게 웃고 있는 꽃들과는 그저 미소로도 온마음이 통한다. 가끔씩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

[책]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 강영안

한국에서 들어오면서 책을 몇 권 가져왔다. 처제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을 읽었다. 가을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해서 궁금했던터라 처제에게 선물로 지목했었다. 강영안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다. 그 나이 정도의 세대와 대화가 통하기는 쉽지 않은데 강교수님의 경우는 말이 통한다. GSF시절에 처음 만나서 그후 웨슬리를 통해 주욱 교제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 온 뒤로도 한국에 들를 때 마다 서강대에 가서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사도신경 첫 줄로 청어람에서 시리즈의 강의를 하셨다길래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다. 흐름은 사도긴경 첫 줄을 고백하면서 생각케끔 되는, 현대사회에서 기독교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변증적 입각에서 다루는 것이었다. 나에게 다가..

별들의 운행을 고찰하더라도

읽던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별들의 운행 경로를 고찰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무시하는 오만한 학자보다 하나님을 섬기는 미천한 농부가 하나님을 더욱 기쁘게 하는 법입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나오는 대목이란다. 오늘 몇달간 땀을 흘리게 하던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왔다. 블랙홀의 질량을 계산하고 은하들의 속도값을 재고.. 10미터의 급의 KECK망원경을 써서 겨우 할수 있는 일이고 10년 뒤에는 다 틀린 결과로 판명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도교수는 선구적인 일이라며 흥분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별의 운행을 고찰하는 류의 일이다 어쨌거나. 산타바바라에 머문 지가 2년이 넘어 3년째가 시작되었다. 다음 자리를 찾아 어플리케이션을 내야하는 가을도 얼마남지 않았다. 서로 힘 자랑 지식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