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기독교의 미래 -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난 번 코스타에서 책을 한 묶음 사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한국 책이 꽤나 비싸기때문에 거의 정가에 살수 있는 코스타 서점에서 한번에 왕창 사는 것이죠. 그래봐야 열권정도지만. 코스타 이후 주말마다 여유가 없어 책을 못 들추다가지난 주말 드디어 첫권을 손에 잡았습니다. 맥그라스가 쓴 기독교의 미래였습니다. 이 책은 이 년전엔가 출판되었는데 읽을 기회가 없었다가 코스타 서점에번역판이 보이길래 사버렸습니다. 논리적으로 짜임새있게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의 미래에대해 몇몇 중요한 각도에서 조망할수 있도록 쓴 책입니다. 일단 20세기 서구기독교가 맞은 상황들을 다루고 비서구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주목합니다. 서구권에서도 기존의 교단 중심의교회에서 공동체 교회나 셀교회로 중심점이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하고있..

[서평] 재즈처럼 하나님은' - 도널드 밀러

재즈처럼 하나님은 연말에 어느 송년모임 자리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고 저녁도 먹었지요. 제가 ‘말 통하는 목사님’이란 별명을 붙여준 한 목사님이 저에게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한테 아주 잘 맞는 책일거라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잡히시겠지만, 어쨌거나 시각이 매우 독특하고 재밌다는군요. 그 정도면 사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책 제목은 ‘재즈처럼 하나님은’이었습니다. 연말에 한국에 가는 분에게 책을 부탁해 놓고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베스트셀러더군요. 잘 팔리는 책이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까 별 의미는 없지만 여기저기 찾아본 서평들도 책에 대해 좋은 평을 했더군요. 새해가 되어 책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한테 잘 맞는 책일거라는 말이 금새 이해가 되었..

학회를 다녀오다

금요일 하루, 칼텍에서 학회가 있었다. 아침 일찍 발표가 잡혀있어서 전날 파사디나로 내려갔다. 첫방문에다가 서부쪽 대가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라 긴장되었다. 포스닥 기간은 블랙벨트로 내공을 키우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내 실력을 재어보고 가능성을 점쳐보아야하는 기간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모임이 기다려지면서도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되었던건. 사이언스의 매력, 천문학 세계 천문학을 주도하는 미국 미국 천문학계를 주도하는 칼텍과 몇몇 학교들 그속에서의 나의 좌표는? X축 000, Y축 000. 물론 그건 인생을 컨트롤할 수 없는 인간들의 허무한 잔머리 굴리기일수도. 그러나 지피지기는 분명 전략상 필요하다. 죄된 본성의 욕심에 휘말릴 가능성을 내포함에도. 만남은 항상 의욕을 던진다. 나는 한두마디의 칭찬에 감격하고..

유학생사역과 코스타

이 글은 뉴헤이븐 한인교회의 소식지인 '믿음의 터' 2002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유학생 사역과 코스타 최근 몇년 동안 저희 청년부원들은 시카고 근교에서 열리느 코스타 수양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이 글은 코스타 사역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유학생사역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씁니다. 미국의 한인교회는 한국의 교회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흔히 이민교회라고 불리는 한인교회들이 갖는 한가지 특징은 유학생 그룹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이런 특징에도 다양함이 있습니다. 커다란 대학들을 중심으로 칼리지타운이 형성되는 중서부에는 주로 유학생들로 구성되는 교회들이 다수인 반면..

세마리 여우 길들이기 - 송인규

포스닥 자리를 지원하면서 야망, 질투, 경쟁 같은 것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느꼈다. 좋은 자리에 가고자 하는 욕망과 그 밑에 깔리 동기들, 그리고 당연히 겪게 되는 경쟁, 그리고 결과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질투. 이것들은 우리 삶에 어느덧 녹아들어 따로 분리해내지 않으면 문제의식을 갖기조차 어려운 것들이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송인규 교수님이 작년에 저술한 '세마리 여우 길들이기'라는 책의 정보를 듣고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침 구하게 된 책을 오늘 주욱 읽으면서 다시 한번 얼마전 내가 거쳐간 야망-질투-경쟁의 과정을 잠시 돌아볼수 있었다. 한국교회에 대해, 아니 교회 전반에 대해 내가 갖는 불만은 아젠다를 누가 설정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교회 굴리기(?)에 집중된 흔히 ..

갈림길

미로찾기라든가 장기같은 게임에서는 항상 선택의 순간이 온다. 이번에 이길로 갈 것인가 저 길로 갈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옵션이 다음단계에 주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 수에서는 그로말미암아 더 동떨어진 길들이 열린다. 그러니까 이번에 저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쪽으로 놓여진 길들을 걸어볼 기회는 완전히 놓치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본다면 선택이라는 행위는 더 많은 기회들을 제거하고 한가지 옵션을 고르는 것이다. 물론 어차피 한 길을 갈수 밖에 없고, 잠시 쉬었다 갈수는 있더라도 갈림길 앞에 주저앉아버릴수는 없으니 선택이란건 불가피하다. 문제는 과연 나의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것. 미래의 불확실성속에서 인간은 그렇게 고뇌한다. 이러한 고뇌의 근본은, 갈림길에서 한쪽을 선택했을때 그 길이 결국 ..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저자: 정성욱 뉴욕의 기독교 서점들렀다가 책 한권을 샀다. 홍성사에서 나오느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이란 책이다. 정성욱교수는 코스타에서 인연이 있기도하고 잡지 '복음과상황'의 진화론 찬반 논쟁들을 지켜본 신학자로서 짧게 얘기나눠본 적도 있어서 이번에 나온 책이 더 궁금하기도 했다. 기독교에 관한 흔한 궁금증이지만 쉽게 답을 듣기는 어려운 질문들을이 책은 하나하나 다뤄간다. 예를 들어 선악과는 왜 만들었나, 고난은 왜 오는가, 기독교는 너무 가부장적이지 않나 등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들이다. 주로 유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질문을 다루는데 대화체여서 그런지 읽기가 편하다. 질문자들이 좀더 도전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성경적인 ..

하나님은 산신령과 다르다.

2004년 10월 11일 오늘 설교를 듣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하나님은 산신령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었다. 성경의 텍스트와는 그리 크게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의 증거구절을 대는 스타일의 '훈화' 설교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설교는 항상 성경 본문이 던져주는 박진감을 전달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주며, 뭔가 예언자적이기 보다는 너무나 제사장적인, 기존 교회의 권력구조(?)를 옹호하거나, 성속을 확연히 갈라버려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만이 예배이고 교회봉사만이 하나님 나라의 일인것처럼 오도하게 한다. 그런 설교는 설득력이 없다. 오늘 설교의 내용의 대부분은 인간 생로병사가 하나님께 달렸으니 하나님께 잘보여라, 다시 말해 교회봉사를 잘 하라는 틀을 깔고 있었다. 하나님께 기도하여 ..

삶을 고민하다 2004.10.01

문익환 평전

2004년 8월 29일 자신을 철저하게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침에 책을 잡아 삼백 페이지가량 주인공이 내 나이쯤 될 때까지를 숨돌릴 틈 없이 읽었다. 지난 5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때로는 경제적 쪼들림에, 때로는 이방인의 삶에, 때로는 고향과 두고 온 문화에 대한 그리움에 나 자신은 말그대로 욕구불만 상태였다. 그렇게 내 삶을 추동하던 '하나님의 나라'라는 대학시절의 이상은, 이념으로 불타던 열정들이 현실사회속에서 무너져 내렸던 것을 경험한 변절자들의 삶에서처럼 나에게도 머나먼 추억이 되고 말았다. 기독학생운동 동기들의 술안주감으로 전락한 그 이상에 대한 기억마져도 희미해진 여기 부유한 땅에서 첫 해를 보내고 났을 때 나는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변해가는 듯한 자신이 두렵다는 일말의 감각은 그래도 ..

밤...

조금씩 밤이 깊어 갑니다. 무척이나 더운 하루입니다. 2층짜리 아파트의 2층이라서인지, 서녘으로 향한 창으로 오후 내 햇살이 들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젊음이라는 열기가 내안에서 끝도 없이 복사되기 때문인지 스탑싸인에 멈춰섰던 차 한대가 유유히 지나갑니다. 모두 잠든 이 밤에 그는 집으로 가는걸까... 문득 나는 어디로 가는지를 한번 물어봅니다. 여름이 빨리 갔으면하는 생각같은 건 이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여름은 매년 오는 것임을 알게되었기에, 더울만큼 더울거라고, 흐를 만큼 땀이 흐를거라고. 막 나온 C.S.루이스의 전기 한권을 받았습니다. 그의 삶의 한 주제가 'Joy'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블럭버스터 영화와 감각적인, Joy도 아닌 Joy에 비춰 어린시절의 잠못 이루던 설레임들을 떠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