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짐 월리스의 '회심'을 선물로 받다.

짐 월리스의 '회심'을 오늘 선물받았다. 선물 중에서 책 선물을 무지 좋아한다. 오늘 서부지역을 순회중이신 IVF 김중안 간사님과 몇몇 학사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포스트 모던 세대들을 향한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전략이 무엇인지 졸업한 학사들을 위한 사역은 무엇인지 한국사회의 반기독교적 정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여러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자리를 정리할 때 쯤, 짐 월리스의 회심을 선물로 주셨다.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를 독서모임에서 다룰때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이고, 교회 도서관에 구입을 요청해 둔 지 반년이 지났는데, 오늘 깜짝 선물로 내게 주어졌다. 이번 주일날 교회에서 신앙과 과학에 대한 강의가 있어 주말이 바쁠테지만, 이 책으로 풍성한 시간을 보낼 것 ..

서울대 교수들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 100여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전문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니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하기 이를 길 없는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각계각층의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전직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러낸 것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으며 또 열어야만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

노무현을 보내며

밤 늦게까지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영결식과 노제, 그리고 화장 장면까지 지켜봤다. 허탈하고 뭉클하고 미안하고 화나고 실망하는 복잡한 감정 속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그의 국민경선을 지켜보지도 그의 대통령 선거에 한표를 더해주지도 못했고, 그의 5년의 재임기간도 그저 미디어에 나오는 소식들을 듣고 멀리서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탄핵 소식에 밤을 지새웠고 그리고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열기를 보며 희망을 가졌었다. 권력을 스스로 놓아버린 힘없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은 좋지만 한국사의 현시점에서 과연 실현가능한 이상일까를 의심했고 결국 그의 참여정부는 실패에 가깝게 끝났다. 그러나 촌부로 돌아간 퇴임 후의 모습을 보며 한국사회에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보았다. 그의 죽..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여론재판

노무현 전대통령 가족이 백만불의 돈을 받았다는 언론기사가 난 며칠 뒤, 나는 LA 한인타운의 어느 대형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날 설교를 한 목사는 예화로 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맥락에서 제시한 예화였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고 그것이 범죄라고 단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가족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나왔을 뿐인데, 그리고 노 대통령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했는데도 그대로 범죄로 규정하는 그 얘기에 어이가 없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법으로 재판을 받아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서 구속을 했거나 기소를 했을지라도 법원이 판결하기 전까지는 무죄로 ..

왜 꼬박꼬박 먹어주어야하나?

늦은 점심을 먹고 왔다. 바쁠땐 밥먹는 일이 꽤나 귀찮다. 안 먹으면 배고프고 힘빠지고, 그러니 꼬박꼬박 먹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나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보통 너댓시간 혹은 대여섯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발동이 걸리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한번 뭔가 시작하면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꼭 그 중간에 점심을 먹어주어야 한다. 물론 정말 바쁠때는 혹은 정말 일이 재미있을때에는 배고픈것도 잊기도 한다. 아내가 싸준 샌드위치를 퇴근할 때 즈음되어서 슬쩍 한두입 먹고 버린때도 많다. 저녁 시간이 되었으니 다먹을수는 없고 그렇다고 먹지도 않고 버릴수도 없고 뭐 그런 어정쩡한 상황들이 학생 때는 자주 있었다. 왜 사람은 끊임없이 먹어야 하도록 만들어졌을까? 무엇을 먹어야 하나가 아니라..

500원 되세요.

작년 봄이었을까,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 오는 길에 공항에서 뭘 하나 샀다. 그런데 친절한 남자 점원분이 상냥하게 그렇게 말했다. "500원 되세요" 500원 되신단다. 나는 너무 웃겨서 팍 웃음을 터트릴뻔 하다 참았다. 친절은 좋고 언어는 변한다. 나의 제한된 경험에 의하면 십년 전에 비해 한국은 어딜가나 무척 친절해졌고 언어도 그만큼 변했다. 몇년 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가서 주문할 때 무슨 얘긴지 못알아들어 한참 어리벙했던 기억도 있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그때 문제는 처음 들어보는 독특한 인토네이션에 적응이 안된 거였다. 물론 며칠 만에 적응했지만. 십년 쯤 지나면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내조의 여왕, 알아서 기는 한국사회

TV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한국방송을 여러개 볼 수 있게 되었다. LA에 사는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TV를 켜면 MBC뉴스도 나오고 드라마도 나온다는 것이겠다. 요즘 새로 시작된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를 꽤나 재밌게 보고 있다. 김남주의 자뻑과 오버를 보는 맛이 훌륭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팍팍 느끼는 것은 한국사회는 말 그대로 '알아서 기는 사회'라는 것이다. 잘 보이기 위해서 미리미리 윗사람의 심기를 파악하여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띄워주는 말을 던져주고 그리고 노동과 자존심을 파는 것. 정말 알아서 기어야 살아남는다. 기어야 할 상황파악을 못하는 자들은 왕따의 세계로 추방되고 일사분란하게 기어주는 고수들이 성공한다. 아, 한국사회여! 얼마전 한국에 갔을때 어느 점심식사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