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8

여름에서 가을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던 엘에이에도 지난 한 주간 가을 기운이 물씬 풍겼습니다. 더이상 짧은 소매는 입을 수가 없고 얇은 외투까지도 걸쳐야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나가 보니까 사람들 옷차림이 마치 완연한 가을 같더군요. 약간은 쌀쌀한 느낌을 풍기는 날씨에 따듯한 햇살을 맞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가을 분위기가 나니까 슬며시 가을을 타는 것 같습니다. 아니, 가을을 타고 싶은걸까요? ^^ 저녁에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갖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늘 날씨는 다시 덥습니다. 움추렸던 햇살이 깨끗한 하늘 아래 가득 차 버렸고 사람들은 다시 짧은 소매로 되돌아갔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은 그렇게 변덕스럽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도 변화무쌍한가 봅니다.

살포시 비가 내리다

지난 주의 무더위를 보란듯이 잊게하듯 오늘 아침에 살포시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도시를 내려다보니 왠지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아, 한 달 빵꾸낸 복음과상황 원고마감이 퍼득 떠오릅니다. 써지는 글과 써야하는 글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원고마감에 맞춰 글이 써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오늘 독서클럽 첫 모임이 있는데 열분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굴러가나 한번 봐야 겠습니다.

대가와의 대화

더위에 잠이 깨다. 산타 바바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던 더위가 10월을 무색하게 한다. 오늘 과에서 첫번째 콜로퀴움이 있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Max-Plank Institute for Astronomy)의 디렉터인 한스-월터 릭스가 강연을 했다. UCLA에서 반나절을 보내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라 30분짜리 약속을 잡았다. 강연 내용은 내 연구분야와는 동떨어진 분야라 그리 흥미진진하진 않았지만 천문학 분야의 주요 문제 중의 하나를 다루고 있었다. 대가답게 휼륭한 강연이었다. 대가들은 보통 말을 천천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또박또박 상당히 엘레강트한 톡이었다. 톡이 끝나고 내 방으로 온 한스-월터와 얘기를 하다보니 1시간이 넘어버렸다. 내가 연구한 주요 결과를 보여주면..

과학이야기 2008.10.02

팽교수님과 한가한 주말을....

지난 금요일, 학회차 제주도에서 엘에이에 오신 팽간사님, 아니 팽교수님이 우리집에 와서 이틀 주무시고 가셨습니다. 저녁 먹을때는 파시디나댁과 그의 남편도 함께 조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토요일에는 가려고 했던 등산을 빼먹고 (안간사님께는 좀 죄송했지만^^) 오랜만에 정말 한가운 토요일을 팽교수님과 함께 보냈습니다. 넉넉한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아내가 만들어 준 비빔국수로 점심을 하고, 까페에 가서 커피마시고 주욱 책을 읽다가, 영화 한편 보면서 졸기도 하고, 저녁에는 팽교수님이 쏘는 맛갈나는 갈비도 먹고, 잠깐 가게에 들러 물건도 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팽교수님은 우리가 늦잠자는 사이에, 씨 에스 루이스의 '네가지 사랑'을 탐독하시더니 기가막힌 책이라면서 감탄을 쏟아내더군요. 읽은..

새신자반

교회를 정했습니다. 6주간에 걸쳐 새신자 반에 나갑니다. 교회분들이 처음 온 사람들을 잘 챙겨주셔서 적응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새신자 반을 나가면서 재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타 바바라에서 미국교회를 정할 때는 그랬습니다. 두 번 교회에 나가자 집에 누가 찾아 오셔서 쿠키와 카드를 두고 가셨더군요. 환영한다고. 세 번 나가자 목사님이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이메일을 보내 왔었습니다. 신앙 배경 등등 여러 얘기를 듣고 싶었다는 목사님과의 만난 후, 교회가 훨씬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교회의 멤버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관심자 모임이 있다고 관심있으면 참석해 보라고 합니다. 교회가 어떤 방향을 갖고 사역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고 꼭 멤버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몇번에 ..

새 친구, lux

우크라 (UCLA) 대학으로 옮겨와서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했다. 넉넉한 연구비 덕에 MacPro 중에서 좋은 급으로 마련했다. 메모리는 일단 최소로 하고 삼성제 2기가 짜리 메모리 두개를 따로 주문했다. 속도나 램 면에서 지난 컴보다 월등한 사양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셋업을 시작하고 어제 오늘 대략 셋업을 끝냈다. 컴퓨터 이름을 무엇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lux와 veritas가 생각났다. 베리타스는 이미 누가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서 빛을 의미하는 lux로 하기로 했다. 오늘 묵상한 출애굽기에서는 구름과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탈출자들을 인도하시는 장면이 나왔다. 그 구름은 건조한 지대에 산불이나면 생기는 구름처럼, 뭉쳐놓은 드라이아이스같이 생겼었을까? 새로 터미널을 열때마다 lux라는 이름이 반짝거리며 ..

출퇴근

근 십년 만에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무척 피곤합니다. 집에서 학교 오피스까지 가는데 거리로는 6마일 밖에 안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꽤 됩니다. 집 문 밖을 나서서 오피스에 들어가기 까지 빠르면 30분, 차 막히는 출퇴근시간에는 1시간도 걸리는 군요. 예전에 서울서 살 때는 이런 출퇴근을 아무문제 없이 잘 했을텐데, 시골서만 살다가 도시로 오니 몸이 아직 적응을 못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퇴근 길에서 뉴스도 듣고 전화로 아내와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왜 이런 복잡한데서 사는가 하는 생각도 들다가 그래도 도시 생활의 장점들도 많겠지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제 두 주쯤 되었는데 덜 막히는 길, 최단 거리 길, 시간대 별로 어느 차선이 흐름이 빠른지를 조금씩 익히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