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8

시차적응

주말에 발티모어에 왔는데 시차적응이 만만치 않습니다. 세시간 시차가 의외로 까다로운데 더군다나 1시간씩 시간조정이 되는 day light saving time이 겹처서 4시간이 되어버렸네요. 어쨌거나 한밤 중에 잠이 깼는데 시계를 보니 로스엔젤레스 시간으로는 아직 잠자리에 들 시간도 아닙니다. 아침에 첫번째 톡을 해야하는데 거참... 다시 잠을 잘 청해봐야 겠습니다.

궂은 날씨

며칠째 날이 흐립니다. 도시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이 왠지 감정을 울먹입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랫동안 잊었던 향기를 맡았습니다. 갑자기 코에 밀려드는 그 향은 아카시아 꽃 향기였습니다. 주차장 근처에 아카시아나무가 있었는지 이슬비가 내리는데도 차 안에는 아카시 향이 남아있습니다. 팔로마천문대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천문대로 관측을 갑니다. 처음가는 곳이고 새로운 관측기기를 사용하게 되어서 며칠동안 관측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좋지 않습니다. 며칠째 돔을 열지도 못했다는 기록이 있고 내가 관측하는 밤도 관측이 어려울듯 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그래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준비는 항상 철저히 해야합니다. 어젯밤에 오랜만에 구로자와 아카라의 영화를..

간만에 메릴랜드에서

나사 리뷰 미텅이 있어서 오랜만에 워싱턴 디씨에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메릴랜드라고 해야겠군요. 워싱턴 둘레스 공항에 내려서 접한 동부의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진 않은 것은 아마도 엘에이 날씨가 요즘 약간 추워서 그런가봅니다. Suzaku라는 나사 미션 중의 하나인 X-ray 망원경의 프로포잘들을 심사하는 일정이 이틀간 잡혀있었습니다. 첫날 아침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전에도 같은 리뷰 미팅에서 눈이 내렸던 기억이 있는데 누군가 오프닝 세션에서 눈 내리는 것이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리뷰가 일찍 끝났습니다. 처음 리뷰 미텅을 갔을때는 어리버리해서 내가 주심사위원으로 맡은 프로포잘들도 잘 다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프로포잘을 훝고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토론을 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할일은 쌓여있는데...

심사할 프로포잘들을 읽고 있는데 참 안 읽힙니다. 다음주에 워싱턴 디씨 근처에서 리뷰 미팅이 있어서 그 전에 다 소화를 해야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갑니다. 점점 논문 심사도 많아지고 프로포잘 리뷰도 해야하고... 세금으로 공부했고 세금으로 지금도 여유롭게 연구하고 있으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해야하는 일인데 귀찮고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날도 추워서 움츠러 드는 것도 같고.. 자 잘 읽어봅시다. ------- 뻥튀겨서 프로포잘 쓰고 연구비 받는 몰지각한 기업가 얘기들을 권간사님이 쓰셨네요 트랙백 해야쥐! 아, 프로포잘 읽기가 지겨운 이유는 눈이 반짝 뜨이는 프로포잘들도 있지만, 똑같은 거 얘기하는 재미없는 프로포잘이 많아서인거 같습니다. 뻥튀겨서 돈 버는 것과는 다르게, 소프트 머니로 자기 월급을 주는 연..

비 내리는 LA

오늘 거의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쨍쨍한 날씨만 보다 가끔씩 흐린 날이 되면 왠지 우울해지는 켈리포니아 스타일에 익숙해 진지 오래. 오늘처럼 비가 주욱주욱 내리면 대략 난감입니다. 퍼붓는 비를 몸으로 감당하는 사람들과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동차들 속에서 나도 빗속의 풍경이 됩니다.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보며 심사할 프로포잘들을 읽는데 왠지 한국 생각이 났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공부를 안했던 기억도 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오는 걸 그리도 좋아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런 날에는 감미로운 가요나 아련한 재즈가 나오는 클래시한 까페에서 커피를 씹으며, 창밖 너머 기억의 세계로 서서히 걸어들어가 보는 것도 안성마춤일 듯 합니다. 그런 여유는 과로사가 걱정되는 삼,사십대에게는 과분한 것일 수 있겠으나 그..

두 교회

벤쿠버 공항에서 잠시 인터넷을 뒤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바로 미국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입국심사를 캐나다 공항에서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친절한 심사관을 만나서 농담도 나누고, 아내는 비자만료가 내년 4월로 되어 있는데도 새로 받은 H1B, H4B 서류를 바탕으로 2011년까지 체류기간을 줘서 까다로운 문제들이 한 큐에 해결되었습니다. 여권도 둘다 내년 4월에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보통 거기 맞추어 주었었는데 이 아저씨는 미국출입을 자주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짚으면서 새로 I94를 작성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경우에야 외국에 나갈 일들이 있으니까 새로 여권을 만들어 체류기간을 다시 받으면 되지만 아내는 일부러 출국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주 잘 되었습니..

벤쿠버에서 양승훈 교수님과

십여 년 만에 벤쿠버에 왔습니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벤쿠버, 그러나 12월의 날씨는 남부 켈리포니아에서 온 우리를 덜덜 떨게 합니다. 롭슨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이런 도시의 느낌은 맨하탄이나 뮌헨이나 도쿄나 벤쿠버나 다 같습니다. 양승훈교수님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창조과학회와 관련된 얘기들도 듣고 본인이 1997년 부터 2003년 까지 겪었던 심적 부담에 대해 그리고 젊은지구론을 버린 이후 느꼈던 해방감과 하지만 아직도 창조과학회 1세대 동역자들에 대해 느끼는 짙은 동지애에 대해 들었습니다. 사실 한국의 창조과학자들 중에 양승훈 교수님만큼 공부를 한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예전에 웨슬리가 했던 얘기였습니다. 결국 글을 읽고 공부하는 학자는 자정능력이 있는 것입니..

추수감사절도 지나고

며칠 잘 쉬었습니다. 몇 가정이 모여서 조촐하게 저녁도 같이하고 한 해 동안 감사했던 것들도 나누었습니다. 어차피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는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블로그에 한동안 글이 없어 찜찜했습니다. 왠지 빚진 마음이랄까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뭔가 끄집어 내기가 어려웠던 기간이었던 듯 합니다. 엘에이에 한동안 비도 오고 그것도 주룩주룩. 한 해가 다 가는것 같아 아쉬움도 있고 미래에 대한 떨림도 있고 그랬습니다. 오랜만에 길게 클래식 음악도 들었습니다. 뭔가를 생산해 낸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듯 합니다. 연구결과를 내는 것도 그렇고 뭔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관계들을 쌓아내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남는 것은 결국 내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

LAX에 갇혀서

아침 일찍 엘에이 공항에 나왔는데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주로 어메리칸 항공을 이용하는데 어쩌다 다른 항공을 타게 될 때는 꼭 문제가 생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피닉스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사우스웨스트편 티켓을 샀는데 저렴한 가격이라 좋았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두 편이나 캔슬이 되어서 세시간 이상 공항에 갇혀있어야 한다. 슬쩍 노트북을 열었더니 인터넷이 연결된다. 그렇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이번 여행은 왠지 밀려가는 것 같다.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피닉스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세미나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왠지 100% 완벽하게 준비를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다른데 가 있는 것일까. 공항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 무척 재밌다. 다양한 옷차림, 다양한 인종, 다양한 오리진, 다양한 직업,..

작가로 데뷰하는 건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가 무슨 상을 받게 되었단다. 블랙홀에 대한 대중과학서로 벌써 집필이 끝난지 오래되었고 원고가 묵혀 있었는데 아마도 이 상을 받으려고 늦춰진걸까? 어쨌거나 처녀작으로 정식 작가의 대열에, 그것도 지원을 받아 데뷰하게 되는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정식 발표는 다음주에 난다고 한다.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올 상반기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을 개최한 데 이어 우리 저자 발굴을 위해 인문?사회?역사?과학 등 전 분야 일반교양서 원고를 대상으로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을 전개한다.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이 저자/편집자 제한 없이 우수하고 참신한 기획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에서는 원고(콘텐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