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궂은 날씨

별아저씨의집 2009. 3. 5. 16:11
며칠째 날이 흐립니다. 도시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이 왠지 감정을 울먹입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랫동안 잊었던 향기를 맡았습니다. 갑자기 코에 밀려드는 그 향은 아카시아 꽃 향기였습니다. 주차장 근처에 아카시아나무가 있었는지 이슬비가 내리는데도 차 안에는 아카시 향이 남아있습니다.

팔로마천문대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천문대로 관측을 갑니다. 처음가는 곳이고 새로운 관측기기를 사용하게 되어서 며칠동안 관측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좋지 않습니다. 며칠째 돔을 열지도 못했다는 기록이 있고 내가 관측하는 밤도 관측이 어려울듯 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그래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준비는 항상 철저히 해야합니다. 

어젯밤에 오랜만에 구로자와 아카라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살다'라는 영화인데 사무라이들이 등장하는 그의 영화들과 다르게 관공서를 중심으로 하는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21세기 헐리우드영화의 관점에서는 느리고 뻔한 스토리일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흑백사진 같은 구도와 장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위암에 걸린 것을 알게된 어느 공무원이 남은 몇개월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본사회를 , 물론 아키라가 각색한 것이겠지만, 들어다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왠지 그가 일본사회에 던지는 메세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가 얼마나 더 오려나 모르겠습니다. 맘속으로 나름 맑은 밤을 팔로마에서 맞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