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덮은 듯한 텁텁한 서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을 따사롭고 화창한 봄날을 상상했건만 그 바램을 비웃는 쌀쌀한 날씨가 여전히 겨울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지용의 고향이 떠오른다. 고향, 도시, 남의 나라... 교토의 봄은 다를까? Cherry blossom이 절정이라는 4월, 호텔들이 죄다 만원이라든데 오사카 공항에서 교토에 이르는 급행열차길의 바람은 차가왔다. 새벽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면 교다이의 캠퍼스엔 따듯한 봄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억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면 곧장 라운지 같은 한가한 곳에 틀혀박혀 밀린 논문이나 이메일들을 읽어 제끼거나 비행기에 오르면 노트북을 꺼내들고 하루 8시간 만큼이나 방해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