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진화 논쟁 34

[217호 과학칼럼] 얇팍한 거룩의 이원론 (복음과상황 2008년 11월호)

우종학 (천문학박사, UCLA) solarcosmos@hanmail.net “죄 많은 세상에 나가 살던 저희들을 오늘 이 거룩한 주일에 주님의 전에 불러주신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자리에 임재하셔서 저희들이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를 받아 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교회를 정하는 것이다. 추천 받은 교회들을 중심으로 몇몇 한인 교회들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한인 교회에 가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그러나 매우 익숙했던 면들을 새삼 보게 된다. 그 중 하나는 대표기도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대략 위와 같은 내용들이다. 한 주간 기도를 준비하신 분들의 열심과 정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으나 예배시간에 이런 기도를 들으..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그 빈약한 논리를 짚어주라] 1. 열광적 과학근본주의, 과학자도 챙피하다.

무신론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에게 과학근본주의라고 비판을 받는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도대체 왜 이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대략 대중의 인기를 얻는 길은 논리보다는 공격성에 있다. 치밀하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간 책은 학자들에게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빈약하고 단순한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하게 공격성을 들어내서 반대주장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시도들은, 그것이 절대로 반대주장들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얻는다. 도킨스의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아마도, 기독교의 신앙은 그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속시원한 주장을 옥스포드의 명함과 과학의 권위로 포장하여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떡 하니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감은 있었지만 합리..

빅뱅우주론은 진화론이니 버려야 한다?

천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어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다니는 한인교회에 창조과학 세미나가 열렸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위로를 구했다. 창조과학 세미나 강사는 빅뱅우주론은 증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단다. 황당해서 질문도 못하던 그 후배는 세미나 후에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문학에서 그 증거를 직접 관측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소위 적색편이라고 불리는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세미나 강사는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천문학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그저 훈련받은 내용을 전달 받은 입장이니 그럴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빅뱅우주론은 천문학의 근간이고 우주의 나이는 백억 년 이상 오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빅뱅우주론이 가설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증거가 없는 가..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 한국의 개신교 - 이영욱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한국창조과학회를 비판한 연세대의 이영욱 교수의 글이 뉴스앤조이에 실렸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때 잠깐 연세대에 들러 함께 점심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창조과학이 화제로 떠올랐었다. 작년 초에도 양승훈 교수가 하는 창조론 포럼에 초청받았었다길래 다음에는 한번 참석해 보시라고 권해드렸다. 젊은지구론의 창조과학회와 달리 오랜지구론을 수용하는 입장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자리로 보인다고. 개신교 내에서 창조과학이 대단한 권위를 갖는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바꿀수 있을지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몇년 전, 번역 직후에 보내드렸던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도 잘 읽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창조론 오픈 포럼에는 적극적으로 참석..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츄어리즘

이 책은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여 잘못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즉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서 자기사랑과 긍정적 사고방식, 성공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고 동의할 만한 것이다. 조웰 오스틴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성경을 심리학에 짜 맞추어 해석하여 성경의 원의미를 훼손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한다.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논거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랄까. 저자는 일단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과학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

[글] The God Delusion에 대한 리뷰 by Marilynne Robinson

도킨스가 쓴 The God Delusion ('만들어진 신'으로 번역)은 과학자가 썼다고 보기에는 형편없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그의 훌륭한 저작들에 비하면 그의 명성을 떨어뜨린 졸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물론 대중들의 열광, 특히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상황 그리고 책이 잘 팔려나간 사회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다. 그러나 책의 내용 자체만으로는 사실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하퍼 매가진에 실린 메릴린 로빈슨의 서평은 나름대로 도킨스의 책에 대한 비평을 제시한다. 종교가 세상의 모든 악의 근원인것처럼 말하는 도킨스에게 로빈슨은 그러면 과학은 무죄인가를 묻는다. 가끔 나쁜 과학도 있다고 답한다면 종교도 나쁜 종교가 있다고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종교에 대해서..

Consilience의 Wilson도 그렇게 회심했다

서점에 가면 자동으로 들르는 과학 섹션에서 윌슨의 Consilience를 우연히 봤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 중의 하나라 그대로 뽑아 들어 책을 살펴보고 잠시 앉아 일 장을 읽었다. 이 책 얘기는 다음에 길게 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오늘 첫 장에서 나는 또 한명의 신앙을 잃은 과학자를 만났다. 남부에서 자란 윌슨은 침례교 배경으로 성장했고 성경도 겉장에서 겉장까지 읽는 열심있는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과학을 부정하는 근본주의의 좁은 시각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그는 믿음보다는 의심을 선택하게 된다. 우주의 연대를 짧게 보는 성경적 우주론 (물론 젊은 지구론이겠다) 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이다. 젊은 지구의 연대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하나님은 관대하게 여기시지 않겠냐는 그의 표현은 왠지 서글프게 들렸다..

양승훈 교수와 한국창조과학회

오랜지구론을 주장하는 양승훈 교수를 한국창조과학회에서 제명했다는 기사가 났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지구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보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양승훈 교수에게 입장을 바꾸거나 학회를 탈퇴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창조과학회의 1세대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헨리 모리스의 창조과학을 그대로 수용하여 한국에 수입하였다. 극단적인 문자주의에 가까운 헨리 모리스 계열의 창조론이 수입되면서 한국에서는 창조과학이 성경과 같은 수준의 권위를 확보했다.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입장은 마치 성경의 무오성을 비판하는 입장이라는 식의 이단재판소 식의 비난이 가해진다. 마치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것을 포기하면 예수의 부활도 포기해야 하는 거라고 믿는 믿음에 근거해서 그들은 6천년 지구를 지키는 무..

신과 진화 - 최태연

최태연 교수가 십년 전 쯤에 쓴 글이지만 한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참고가 되는 글이다. 신과 진화 - 한국의 유신진화론 논쟁 - 최태연 (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1. 여는 말 이 글은 한국 기독교에서 일어났던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ism) 논쟁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을 시도한 논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의 유신진화론 논쟁이 약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역사를 적어도 3가지의 국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 국면의 변화를 살펴볼 때, 필자의 분석으로는 1920-30년대의 초기 기독교에서는 오히려 유신진화론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가 주류를 이루나, 그 후 분단과 전쟁, 교파분열의 여파로 1970년대부터는 근본주의 신학과 창조과학회의 영향아래 유신진화론을 거부하는 입장이..

신학이 결국 중요하다.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신학연수/여행차 미국에 오신 열분가량이 ucla를 방문했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양희송님의 연락을 받고 과학과 신앙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부/서부를 훝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들러주신 분들이 반가왔다. 다들 신학을 하시는 분들이라 어떻게 촛점을 맞출까 고민하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 세미나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다들 신학 배경이 있는 분들이라 성경해석 등에 관련된 부분은 짧게 넘어갈 수 있었고 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측면들을 논했는데 나중에 양희송님에게 피드백을 들어보니 적절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장신대의 경우에는 과학과 신앙의 문제를 어느정도 다루어주기 때문에 더 깊은 논의가 있었더라도 좋았을거라는 얘기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