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143

[214호 과학칼럼] 한 방향으로만 가면 결국 골로 간다 (복음과상황 2008년 8월호)

[214호 과학칼럼] 한 방향으로만 가면 결국 골로 간다 우종학 (천문학박사, UCLA) 오랜 기간 조금씩 친해진 사람이 있다. 속 깊고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나랑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것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이다. 기독교인들과는 사귀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명박과 그의 지지자들 때문에 더욱 굳어졌는데 어떡할까? 계속 거리를 두어야 하나? 아내가 애용하는 어느 카페에 올라온 글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을 주어야 할지 망설여진다니….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글이었다.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그래도 점잖았다. ‘교회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가깝게 한번 지..

[213호 과학칼럼]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복음과상황 2008년 7월호)

복음과상황 [213호 과학칼럼]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수배자 전단에 실린 어느 용의자가 ‘얼짱’이라는 이유로 누리꾼들에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경우였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외모에 따라 차별을 받거나 주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그래서인지 다들 외모에 무척이나 충실하다. 각종 부위(?) 별로 살을 빼는 것이 유행하고 몸 만들기에 열심인 남자들도 늘고 있다. 말 그대로 이미지의 시대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각이다. 말로 아무리 잘 설명해도 잘 그린 그림 하나를 못 당한다. 우리의 의사결정에 바탕이 되는 정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을 통해서 얻어진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 범죄 현장에 떨..

[212호 과학칼럼] 명품 논리, 경제 논리

[212호 과학칼럼] 명품 논리, 경제 논리 한국이 드디어 우주인을 배출해냈다는 소식이 포탈을 뒤덮었다. 우주시대의 개막, 우주정거장에서의 김치 파티, 우주식품 개발을 통한 국위선양 등등, 요란한 미디어의 얄팍함을 보는 일은 왠지 씁쓸했다. 우주선을 올리는 로켓에 태극 마크가 달린 것을 보고 저거 달기 위해 예산을 얼마나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우주여행을 두고 여론이 갈렸다고 한다. 우주시대로 진입이라는 긍정적 의견과 260억 짜리 로또 우주여행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솔직히 개인적 의견으로 이번 이벤트는 쇼에 가까워 보였다. 구체적으로 얻은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우주기술 확보와 같은 아이디어에 나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우주기술은 간단히 말하자면 만들고 쏘고 쓰는 것..

[211호 과학칼럼] 선입견의 우상을 버려라 - 복음과상황 08년 5월호

[211호 과학칼럼] 선입견의 우상을 버려라 - 복음과상황 08년 5월호 우종학 (천문학 박사, 켈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 선입견의 위력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누가 이웃인가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펑크 난 자동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놓고 누가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터반을 쓴 인도인이 고장 난 차 옆에서 도움을 청했지만 몇 시간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갔다. 남미 계열의 사람의 경우에는 같은 남미 계열 사람들이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 젊은 대학생이 도움을 청했을 때는 차를 세우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금발 여성의 경우에는 너도나도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비슷한 얘기는 많다. 선입견은 엄청난 파워를 갖는다. 9·11 사건 며칠 후, 두려움..

[210호 과학칼럼] 배보다 배꼽이 크면 과감히 버려라 [월간 복음과상황 2008년 4월호]

[210호 과학칼럼 복음과상황 2008년 4월호] 배보다 배꼽이 크면 과감히 버려라 우종학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 천문학 박사) 최근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국내 대학들이 특허를 내서 얻은 이익 보다, 특허를 내고 유지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더 많다는 내용이었다. 수익을 기대하고 특허를 내는 것이 당연한데, 투자한 것도 건지지 못했단다. 특허 숫자를 실적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경제적 가치가 없는 기술을 갖고도 무조건 특허를 내는 데 급급했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 국가적 손실이다. 이런 예는 그리 드물지 않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그런 예가 아닐까? 운송, 관광 등등 여러 그럴듯한 논리가 제시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도대체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209호 과학칼럼] 좁디좁은 우물 안을 박차고 나와라 - 복음과상황 08년 3월호

[복음과 상황 209호 과학칼럼] 좁디좁은 우물 안을 박차고 나와라 선택효과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아서 에딩턴 경은 이런 얘기를 했다. 어떤 어부가 10센티미터 간격으로 짜여진 그물을 깊은 바다에 던졌다. 끌어올린 그물에는 10센티미터 보다 큰 고기들이 가득했다. 만족스런 얼굴로 고기들을 내려다보던 어부는 이렇게 결론내렸다. 깊은 바다에는 10센티미터 보다 작은 고기는 살지 않는다고. 이 얘기는 어떤 현상을 연구할 때 꼭 점검해 보아야하는 소위 '선택효과(selection effect)'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그물망이 10센티미터니까 그보다 작은 고기들은 그물 밖으로 빠져나갔을 뿐인데, 작은 고기들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과학에서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특히 새롭게 발..

[208호 과학칼럼] 침묵의 카르텔에 돌을 던져라 - 월간 복음과상황 08년 2월호

복음과 상황 2008년 2월호 [과학칼럼] 침묵의 카르텔에 돌을 던져라. 우종학 예일대 천문학 박사.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의 물리학과에서 거대블랙홀에 대해 연구 중이며 국제학술회의/국제학술지 논문발표, 논문 심사, NASA 우주망원경들의 프로포잘 리뷰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IVF와 기독교학문연구소를 섬겼고 미국에서는 코스타를 섬기고 있다. 기독과학자들의 모임인 American Scientific Affiliation의 멤버. 복상과는 98년부터 필자로 관계를 맺었고 창조-진화 논쟁과 지적설계 논쟁, 그리고 신앙과 과학에 관련된 글들을 기고해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얼굴 제이슨(가명)은 한 학기 내내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시위라도 하듯 그는 ‘낙태는 살인이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글]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1월호 : 시간, 우주의 나이, 그리고 초월자 - 우종학

시간, 우주의 나이, 그리고 초월자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1월 호) 우종학 2003년이 후다닥 도망가고 있다. 긴 겨울이 끝난 듯 싶더니 어영부영 덥지도 않던 여름이 홀연히 지나고 이미 스산한 바람이 늦가을 맛을 내려한다. 백억 년이 넘는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눈깜짝할 새도 되지 않는 삼십여 년의 시간마저 다 가늠하지 못한 채, 광활한 우주의 미세한 먼지 크기도 되지 않을 작은 동네에서 나는 하루를 산다. 영원히 산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정밀 우주론에 도전한다. 아직 몇 달이 남긴 했지만 올해 천체물리분야에서 가장 큰 뉴스가 되었던 건 더블유멥(WMAP: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이라 불리는 위성의 관측 결과였다. 윌킨슨이라는 학자의 이름이 붙여진..

[글]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2월호: 광대한 우주공간 그리고 우리동네 - 우종학

광대한 우주공간 그리고 우리동네 [월간 복음과상황 2003년 12월호] 우종학 집을 잃어버릴 위험이 높았던 어린 시절, 꼬불꼬불한 동네 골목을 거쳐 집으로 돌아올 때면 가끔씩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저기로 가면 어디가 나올까? 내가 살던 작은 동네는 어린아이의 일상을 보내기에 충분히 컸지만, 가끔씩 그 경계에 다다를 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대책 없이 솟아오르곤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참 새로운 길을 탐색하다 가도가도 끝없는 낯설음에 두려움이 들기 시작하면 조심조심 오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 집을 잃을 염려는 이제 없어졌다. 그 대신 다양한 방식과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염려가 새로 생겼다고나 할까. 미국 국립천문대가 위치한 ..

[기고] 유신론적 진화론과 창조과학 (복음과상황 99년 2월호)

*이글은 1998-1999년 사이에 월간 복음과상황을 통해 제기되었던 창조-진화 논쟁에서 유신론적 진화론의 입장을 편 장대익씨의 글과 그에 대한 응답으로써 창조과학회의 이은일씨가 쓴 글과 장대익씨의 반론으로 이어진 글에 대해 독자들의 오해를 바로 잡고 토론의 내용을 분명히 하고자 쓴 글입니다. (99년 2월) 유신론적진화론과 창조과학 (복음과상황 99년 2월호) 우종학 한국의 창조과학을재고하는 장대익씨의 글에대한 응답으로서 창조과학회 이은일 씨의 글을 읽고 필자에게가장 먼저들었던 생각은 무엇이 문제인가가뚜렷하지 않다는것이었다. 필자는유신론적진화론자도아니고, 6일창조설을믿는 사람도아니다. 단지두 입장의차이를 좀더명확히 짚고넘어가야 한다는생각으로 이글을 쓴다. 두 세계관: 기독교유신론과 자연주의 우리가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