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143

[우종학 교수의 별아저씨 이야기] 치열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

국민일보 2015.4.25 [우종학 교수의 별아저씨 이야기] 치열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따뜻한 햇살과 꽃내음에 어우러진 봄바람을 느끼듯 유쾌하고 신나는 하루하루가 우리 삶을 가득 채우길 원한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잠시, 우리 눈에는 곧 치열한 삶의 단면들이 들어온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봉합되지 않는 상처와 아픔으로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면 웃을 틈이 없을 듯하다.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라고 읊조렸던 어느 아나운서의 말처럼 봄날의 유쾌함을 느끼는 일 자체가 왠지 죄스럽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이제 그만 잊자고 말하는 이..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약속에 대한 믿음

국민일보 2015.4.11[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약속에 대한 믿음 우리는 흔히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언젠가 나도 괜찮은 직장을 가질 거라고 믿고, 집나간 남편이 꼭 돌아올 거라고 믿고, 이 나라가 점점 더 살기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내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믿음을 누구도 탓할 수는 없다. 믿음은 합리적인 이해나 판단을 근거로 하지는 않는다. 합리성과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 믿음이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희망의 근거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에겐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절망밖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극단의 상황에서 불투명한 미래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게 하는 힘은 어쩌면 인간 존재의 내면에서 질긴 생명력처럼 솟아오르는 막연한 믿음에..

한동대와 창조과학

한동대학교에 가면 우리는 창조론을 믿는다는 표어가 크게 걸려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고 해야지, 어찌 창조론을 믿는다고 되어 있는지 한동대에 다녀오신 강영안 교수님이 한번 저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신 적이 있지요. 창조론이라는 말은 보통 젊은지구론을 의미합니다. 원래 의미와는 달리 창조과학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많이 쓰이죠. 창조론을 믿는다는 말은 창조의 한가지 그림, 즉 젊은지구론을 믿는다는 말입니다. 오늘 한동대학교 게시판에 창조과학회의 서병선 교수라는 분이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제가 최근에 기독교학술동역회의 월드뷰와 뉴스엔조이에 동시에 기고한 글 "교회는 젊은지구론을 넘어서야 한다"에 대해서 창조과학자를 반과학자로 치부하며 강경한 주장을 했다고 하는군요. 제 글에 대해서 이재만 선교사가..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창조과학 난민

국민일보 2015.3.28[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창조과학 난민 오랜만에 어느 학회에서 만난 후배가 교회에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직장을 옮겨 새로운 도시에 정착한 그는 결국 출석하던 교회를 옮기게 되었단다. 젊은지구론을 철석같이 믿는 담임목사님은 그 후배가 과학자임을 알게 되자 창조과학회 소식지를 계속 보냈다. 소식지를 읽어본 후배는 아무래도 목사님께 과학을 제대로 알려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단다. 여러 번에 걸쳐 젊은지구론은 비과학적이며 과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드렸단다. 하지만 결국 그 목사님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교회입니다.” 억울했다. 자신도 하나님의 창조를 분명히 믿지만 더 이상 그 교회에 남아 있는 것이 덕이 되지 않..

[기고] 교회는 젊은 지구론을 넘어서야 한다.

월드뷰 2015년 3월호 [기고] 교회는 젊은 지구론을 넘어서야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블랙홀과 우주 여행이 소재가 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에 1000만 관객이 들었단다. 우주와 블랙홀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한지, 블랙홀 근처에서는 정말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영화를 보면 밀러 행성에서 보낸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된다는 점이 신기하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 효과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는 말은 별들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광대한 우주 공간은 사실 대부분 인터스텔라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우주..

빅뱅우주론이 불확실하다는 창조과학의 6가지 주장 분석

빅뱅우주론이 불확실하다는 창조과학의 6가지 주장 분석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어느 신학대에서 개설한 '자연과학개론' 과목을 창조과학자가 맡아서 가르친다고 합니다. 과학계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면서 우주론,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등 과학의 내용을 부정한다는 어느 학생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과목에서 과연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보내준 강의노트를 살펴보았습니다. 심각한 우려가 생깁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해 볼까 합니다. 2강이 우주에 관한 내용입니다. 2강은 우선 천문학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에는 천문학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6가지 주장으로 빅뱅우주론을 반박하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보면 이 주장..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과학으로 기적을 증명해야 할까?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과학으로 기적을 증명해야 할까? 최근 한 이슬람 성직자가 전 세계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어느 강연장에서 행성 운동에 관해 질문 받은 그는 지구가 자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만일 비행기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지구가 회전한다면 비행기는 결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니 지구는 자전하지 않고 정지해 있음이 분명하단다. 지구 자전속도는 사실 여객기보다 빠르다. 적도 근처에서는 시속 1700㎞ 정도 되니까 여객기 속도의 두 배다. 여객기가 지구 자전보다 느리면 지구촌 여행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지구의 모든 물체는 자전에 의한 관성을 받는다. 지구 밖에서 보면 여객기는 자신의 속도에 지구 자전속도를 합한 속도로 날아간다. 관성을 무..

이재만의 아담과 원죄 (패러디 및 비판)

이재만의 아담과 원죄 (패러디 및 비판) 우종학 (서울대물리천문학부 교수) 제가 성경을 왜곡하고 원죄를 부정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군요. 젊은지구론자 이재만님의 글, "무신론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무크따)"를 비판하는 글이 그렇습니다. 그 글을 한번 패러디 해 보지요. 3문단으로 된 글을 원글 , 패러디 순으로 일대일로 배열했습니다.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겠네요. 그 다음에는 몇가지 포인트에 대해서 반박을 달았습니다. 우종학의 아담과 원죄 (이재만의 글) 이재만의 아담과 원죄 (패러디) (원글) 우 박사는 이미 진화 역사를 사실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성경 역사에 손을 댄다. 앞서 지적했듯이 유신론적 진화론을 받아들이고 창세기 기록을 고대 근동 창조설화 중에 하나로 보았기 때문에 성경에서..

지적설계지지자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

지적설계지지자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과학자들을 자연주의철학에 물들어서 자연주의적 방법론만 고집한다는 프레임에 가두기 때문이다. 마치 인과적 원인을 찾아가는 방법론 이외에 다른 방법론이라도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과학 비전공자들의 생각은 정확하게,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성을 드러낸다. 과학자들이 자연주의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이유는,1. 첫째, 몇백년 해본 결과 그것 이외에 엄밀하게 검증이 가능하고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점을 왜곡하여, 계속 자연주의만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에게 색깔공세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주장은 창조과학이 과학을 무신론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똑같이 과학의 성격을 무신론적으로 몰아세우는 부당한 (그러나 그들의 목적에는 ..

예수는 성경에서, 과학은 자연이라는 책에서 배워라

얼마 전 "나의 성경해석을 성경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벗어나라"는 글을 올리고 난 후, 몇몇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글은 제 블로그와 페북 담벼락에 있습니다. ( 블로그 페북 ) 질문의 내용은 특별계시인 성경과, 일반계시인 자연을 동격으로 놓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계시는 특별계시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계시와 특별계시의 위상을 논하는 것이 원글의 초점은 아니었습니다. 성경과 과학을 비교하는 것이 격이 맞지 않고, 성경이나 자연이나 둘다 해석이 필요하며 그 해석은 실재에 가까이 가는 근사라는 것이 주 논점이었지요. 그러나 글의 논점에서 벗어나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를 동격으로 읽는 분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일반계시는 특별계시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