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플라자 14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이중 잣대에 멍드는 사회

칼럼원고를 넘기면 편집주에서 수정을 합니다. 그런데 잘라내고 붙이는 일을 하면 글의 호흡과 운율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이번엔 1751자에 맞춰 1글자 오버했는데 200자나 잘렸습니다. 원글을 올립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1월 20일 칼럼 이중잣대와의 싸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를 칭하는 말이다. 이중잣대가 흔한 영역은 정치분야가 아닐까. 야당시절에 만든 법을 여당이 된 후에는 위헌이라며 폐기하려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다며 석고대죄하라는 어느 정당은 과거에 자신들이 대통령을 모욕했던 기억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나 보다. 선거공약에 대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선거..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0월 16일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해마다 단풍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는 이맘때면 인생의 열매에 대한 상념이 늘어난다. 지난주에는 각 분야 노벨상 소식이 들려왔고 올해 물리학상은 힉스입자를 연구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에게 수여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들 연구가 1964년 일이었으니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입자물리학 50년의 열매를 돌아보게 한 소식이다. 신의 입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힉스입자는 힉스장을 통해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힉스와 앙글레르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힉스장 이론은 그 당시 입자물리학 이론이 부딪혔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입자가 질량을 갖는 이유를 모순 없이 설명했고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9월 11 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누구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듯하고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는 커피 잔을 놓고 오가는 잡담에 담기기도 하고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우리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떠밀기도 한다. 과학기술과 문화에 관한 테드(TED) 강의를 가끔씩 시청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시각화된 아이디어들로 구성된 짧은 영상이 던지는 내러티브는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한 테드 강의에는 췌장암으로 지인을 잃은 15세 소년이 등장했다. 췌장암 환자 대부분이 생존율 2% 정도인 늦은 시점에 암 진단을 받아 사망한다. 그 이유가 부정확한 암 진단법 때문임을 알게 된 소년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8월 7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31일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2040년까지 우주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함께 자력으로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위성정보 활용시스템 구축, 우주산업 역량 강화 등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이 같은 계획안은 관련 분야 과학자들에게 보다 용이하게 전달되어 대전에서 열린 공청회에 가지 못했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제시된 전략 중에서도 특히 필자 관심을 끈 것은 우주탐사 분야였다. 마침 공청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7월 29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55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우주개발 중..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이번 7월3일자 매경 칼럼에는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목이야 신문사에서 새로 뽑으니까 그렇다치고. 이번에 재밌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도 정보의 취사선택과정에서 정보 조작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문장을 매경쪽에서 삭제하고 신문에 냈다는 것입니다. 칼럼내용이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 인데 더군다나 신문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장을 그대로 삭제해 버리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삭제된 부분은 굵은체로 처리했습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7월 1일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런 예화를 들었다. 한 어부는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보았지만 5㎝보다 작은 고기는 잡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5㎝보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갑을관계와 과학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5월 28일 갑을관계와 과학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는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직원 성추행 사건 등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 남용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갑의 횡포에도 다양한 수준이 있겠지만 사회적 관용이나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할 이슈가 아닌 명백한 불법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동안 묵인되었던 갑의 횡포를 반성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 분야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상 두 주체를 가리키는 갑과 을이라는 말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로 이해된다. 연구정책과 예산을 수립하고 주관하는 정부 부처..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외계행성을 찾아서

[매일경제신문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4월 24일 외계행성을 찾아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첨단과학 시대인 21세기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몇 년 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철학은 쓸모없이 낡았고 신은 필요 없다는 과감한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지식 한계를 넘어 인간 기원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지구 밖 외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이다.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는 고대 신화나 경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중세 서구에는 전능한 신은 하나 이상 세계를 창조했을 것이라는 사상이 있었고, 16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철학자 지오다노 부르노는 우주는 무한히 크며 무수히 많은 별..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은 발견의 과정이다. 인간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기나 플라스틱, 페니실린 등과 같은 발견에서부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거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지식처럼 인류의 세계관을 뒤바꾼 발견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다양한 발견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세계는 새로운 현상과 새로운 원리의 무한한 근원이며 과학은 발견을 통해 인류의 지성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2013년은 최초로 블랙홀의 위치가 발견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면서 동시에 블랙홀의 식사 장면을 발견 혹은 목격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3년 3월, 캘리포니아 공대의 마틴 슈미트는 한 퀘이사(준..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과학과 과학윤리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2년 7월 칼럼 과학과 과학윤리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정의감에 불타던 대학원 시절, 중간고사 감독을 하다가 부정행위를 하는 두 학생의 답안지를 찢어버린 일이 있다. 지금은 학부모가 돼 있을 그들은 그때를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 뼈저린 교훈을 얻은 사건으로 기억할까 혹은 다들 하는 부정행위인데 자기들만 걸렸던 재수없던 사건으로 기억할까? 돌아보면 조금 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행위들을 보면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총선이 끝난 지난 5월 학술단체협의회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들 학위ㆍ학술논문이 표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두 사람 논문은 복사 수준인 표절이라고 한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는 인권위원장 논문..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6월 27일자 칼럼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17세기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기억한다. 이단재판에까지 회부되었던 지동설이 당대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양이 아침에 동쪽으로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지는 것을 매일매일 목격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케플러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운동을 면밀히 밝혀냈으며 그 결과는 지금도 케플러의 법칙으로 불린다. 밤 하늘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적 경험에 위배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