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쇼팽 탄생 100주년

쇼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캠퍼스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음대 콘서트 홀에서 쇼팽의 음악을 연극과 결합한 작품을 보고 왔다. '쇼팽과 조르쥬 상드'라는 제목을 가진, 음악과 연극을 결합한 이 작품은 상드와 그의 옛애인 미셸이 등장하여 주고 받은 편지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그 사이사이 쇼팽이 작곡한 14편의 곡이 연주된다. 익숙한 쇼팽의 피아노 멜로디들이 화려하게 흐른다. 쇼팽의 피아노 곡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편지 내용을 통해 당시 사회상과 개인사를 엿보면서 곡을 이해할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물론 두시간 동안 이어지는 흐름 중간 부분은 무척 따분할 수도 있다. 39살에 인생을 마감한 천재 피아니스트를 엿보고 그의 작품들을 감상한다.

타임머신 백업

지난 번에 문제가 생긴 맥의 하드를 다시 포맷해서 며칠 쓰다가 결국 다시 부팅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나가버린 하드는 어차피 소프트웨어적으로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Veritas (그러니까 나의 MacPro Workstation)를 구입한지 아직 1년이 안되어서 하드는 교환해 준다고 한다.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를 통해 구입했더니 서비스를 알아서 해준다. 며칠 걸려 점검을 받고 돌아오긴 했는데, 한국 본사에서 미국 본사로 하드를 주문해야 한단다. 2주가 걸린다고. 대단한 한국애플이다. 그래서 납품업체에서 대신 1TB짜리 하드를 임시로 넣어주었다. 미국에서 하드가 도착하면 다시 교환하자고.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그냥 쓰겠다고 했더니 맥에 달려나오는 하드들이 외부에서 사는 하드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

한국말로 세미나 하기

연구내용을 한국말로 발표하는 것이 아직도 몸에 베지 않은 것 같다. 이번 한국천문학회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욕심을 부려서 그런지, 내용을 너무 많이 잡아서 말을 매우 빨리 해야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청중들이 따라오는데 급급했지 즐길만한 강연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내가 연구하는 분야가 익숙한 분야가 아니기에 보다 기본적인 내용들을 천천히 재미있게 다루었어야 하는데 많은 결과들을 보여주는 것에 촛점이 맞춰진것 같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나는 미국 스타일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한국 시장(?)의 룰과 분위기를 못 익힌 것 같다. 다른 대학들에 몇번 갔던 콜로퀴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처음 하는 일들은 역시 미숙하기 마련이라 치자. 한국말로 세미나 하는 스타일을 나름대로 개발해야 할 듯.

하루살이 인생?

새로운 과목을 두 과목이나 강의를 하다 보니 이번 학기는 거의 하루살이 인생이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듯, 하루는 강의 준비하고 하루는 강의하고 그 다음 날은 강의 준비하고 그 다음다음 날은 강의하고, 이렇게 4일이 간다. 하루 준비해서 바로 써먹어야 한다능. 월/수는 오전 대학원 수업과 오후 학부교양 수업을 하고 일/화는 수업 준비를 하고 목요일은 콜로퀴움 담당자라 연사를 맞아 콜로퀴움을 진행하고 저녁식사까지 호스트해야 한다. 1주일이 후다닥 간다. 지도하는 석박사 학생들 틈틈히 돌봐주고 하면 내 개인 연구할 짬이 별로 나지 않는다. 추석휴가 동안 수업준비를 주욱 해서 진도를 좀 빼둘렸고 했는데 그리 많이는 못갔다. 하루살이 인생에 연구가 밀려 스트레스가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뭔가 가르친다는 것으로 위..

Mac 하드 드라이브가 나간걸까...

지난 금요일에 갑작스런 정전이 있은 후, 나의 애마 Veritas가 버벅거린다. 예고없이 정전이 생긴다는 것은 연구소나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사고다. 그런데 최근 벌써 두번의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정전은 전기적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 컴퓨터들에게 쥐약이다. 그래서 정전을 대비한 UPS라는 기계가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정전이 발생하리라곤 예상 못했다. 정전 예고가 나오면 항상 컴퓨터를 죄다 꺼버리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왔거든.. 어쨌거나 드라이브에서 딸각거리는 소리가 꽤나 나더니 오늘은 먹통이 되어버렸다. 할수 없이 전원을 끄고 다시 켜야하는 상황인데, 이런, 다시 켜지지가 않는거다. 부팅이 되기전에 스르르 꺼저버린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맥이 스스로 꺼져버렸던 기억이 났다. 맥이 ..

9월

9월을 참 사랑했다. 그녀의 새록거리는 가을소리가 좋았고 더위를 씻겨가는, 간간한 서늘함이 좋았으며 뭉클, 어느덧 시간을 돌아보게 됨이 좋았다. 9월이면 책이 고파졌고 누군가와 인생을 얘기하고팠으며 어느 나무그늘 아래서 소설과 햇살과 바람을 마주 잡았다. 사계절이 없던 곳에서, 여기 이땅의 가을로 오랜만에 9월을 맞닥뜨려, 내 마음이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