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allegro 에서 adagio 로

하늘이 눈부시게 맑다. 켈리포니아에 올 때마다 삶의 템포가 allegro에서 adagio로 변한다. 걸음걸이도 그렇고 분주한 마음도 그렇다 마치, 강한 햇살이 몸을 녹여 세포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것 같다. 첫 날, 월요일 어제, Tommaso와 많은 얘기를 했다. 세가지 정도 프로포잘들에 대해 나누고 여기 있는 동안 어떤 일들을 함께 할지에 대해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상황들에 대해 서로 묻기도 하고. 그는 내 학생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밀어주고 싶어한다. 그와 얘기하면 항상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연구하는 삶이 즐겁게 느껴진다. 오늘은 약간 여유가 있다. 목요일에 할 세미나를 준비해야 겠고 오후 늦게는 바람도 좀 쐬야겠다.

켈리포니아 출장

두 주 쯤 출장을 다녀옵니다. 산타바바라와 파사디나에 있을 예정입니다.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과 좋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면 좋겠고 일과 후에는 한산하게 시간을 갖고도 싶습니다. 만날 사람들은 많고 세미나도 해야하고 프로포잘도 써야하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공항에는 홍대입구에서 부터 공항철도를 타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피곤하기도 한데 건강히 잘 다녀왔으면 합니다.

한 주가 갑니다

한 주가 끝나가는 시점, 피곤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찼습니다. 캠퍼스 안에서만 살다가 여기저기 운전해서 다니느라 피곤했나 봅니다. 오늘은 교통체증으로 2시간 가까이 걸려 고려대에서 돌아왔더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 낸 연구비 프로포잘은 잘 평가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박사후 연구원과 식사를 하고나선 오랜만에 딸기우유를 하나 사와 습! 마셔버렸습니다. 200ml 우유각이 이렇게 작았나 싶습니다. 지난 늦가을에 건물전체의 난방장치를 바꾼 이후로 연구실이 춥습니다. 발이 시렵군요. 그래도 은하와 우주의 크기를 설명할 때 입을 벌리며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던 얘들이 생각나 만지작 만지작 뭔가 하려고 프로그램을 돌려 계산을 해 봅니다. 올 겨울은 무지 춥습니다.

욕심일까? 정상일까?

미국천문학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오늘 월요일엔 한국 천문학회의 장기발전 계획 워크삽이 종일 있었다. 다양한 대형과제들을 살펴보고 또 할만한 다양한 사이언스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국 천문학이 발전하기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내가 이바지할수 있는 영역의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사실 나보다 큰 그림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이기적인 생각일까? 아이디어들이 춤을 춘다. 너무 많은 사이언스를 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일까? 그렇게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욕심과 게으름의 경계는 어디이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학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이 머리 속을 메울때면 역시 잠은 오지 않는다.

2011년, 시작

짐 월리스의 '회심'을 읽으며 2011년을 시작하고 있다. 올 해는 논문도 한 10편 쯤 쓰고 한국에 정착하는 시기를 넘어 열매 맺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도 하고, 2년 쯤 뒤면 교수 아파트를 나가야 하니 주거문제를 생각해 저축에 힘써야 겠다는 생각도 하고, 등등... 먹고사는 문제들을 주욱 생각하다가, '회심'이 생각났다. 특별히 날 정해놓고 부산떠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스타일지만 새해를 맞으면서, 뭔가 삶을 돌아보게 할 매개를 찾고 싶었던 듯. 반 년 쯤 전에 선물로 받아 고이 모셔둔 책을 꺼내 읽는다. 더 착하게, 더 선하게 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메세지들이 도통 눈에 안 들어오는 나의 강팍한 심령에 정말 필요한 것은, 역사와 사회의 상황, 내 삶의 자리에서 회심이 의미하는 바를 까발려..

2010년 2학기가 간다

빠르게 아주 빠르게 2010년 2학기가 지나간다. 여름의 끝에서 한 학기를 내다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수업들은 종강을 했고 이제 거의 채점과 학점 처리만을 남겨 놓고 있다. 아, 종강 파티도 남아있다. 분주한 학기는 아니었지만 꽉 짜여진 한 학기였다. 학부생들 만난 것도 좋았고 지도하는 학생들도 연구의 진보가 있어 좋았다. 이번 학기, 특히 교육에 대해 많이 생각한 한 학기였다. 난, 어떤 교수가 되어야 할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등등.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연말에는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고, 방학 동안 박찬 연구에 호흡을 가다듬어야 겠지.

난장판 국회

MB 정부 들어서 계속 예산안 처리가 상당한 잡음을 내는군요. 오늘, 여야 합의없이 날치기 통과된 예산안과 더불어 다양한 법안이 동시에 통과되었답니다. 그 중 하나, 서울대 법인화 법안도 뚝딱 통과되었군요. 상정이 어려울거라는 전망을 낳았던, 다양한 비판을 받던 법안인데 말입니다. 국회를 보변 매년 참 부끄럽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은 체력검증시험을 통해서 뽑아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금뱃지 단 사람들, 권력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국민들로부터 존경이나 심지어 존중도 못받는 직업군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그랬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