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보현산 천문대에서

별아저씨의집 2012. 9. 7. 17:15



서울에서 동대구, 영천을 거쳐 보현산에 왔습니다. 


국립천문연구시설인 보현산 천문대에 관측차 왔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 건설된 이 천문대에 왔던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 당시에 소백산 국립천문대가 구경 0.6미터 망원경 시설을 갖고 있었는데 


구경1.8미터 망원경을 새로 건설하게 되었다고 뉴스가 되었었지요.


석사과정을 마칠때 즈음인가 해서 한번 관측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주로 외국의 시설들을 사용해 왔던터라


아직 제대로 보현산 망원경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 관측제안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3일의 관측 시간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내려왔지요. 



9월에 일기가 좋지 않다던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안개가 산정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망원경의 돔을 열지도 못하겠군요. 


학생들 훈련시키고 분광기에 익숙하게 하는 정도로 


기기를 다뤄보되 실제 관측은 오늘은 못할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대감을 낮게 갖고 와서인지 그리 실망스럽진 않네요. 



사실, 한반도에 망원경을 건설하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일년내내 맑은 날씨를 갖는 칠레 북부나 사막지대 같은 곳이 적합한 곳이지요.


그래도 여전히 자기나라 땅에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개가 뒤덮인 산, 


산 정상은 해발 1100미터 정도이지만 


오후에 올라올때와는 다르게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날씨도 쌀쌀해지는군요. 



관측을 오면 항상 왠지 고독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번엔 혼자 온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와서 아마도 고독을 누리기엔 약하겠지만.


그도 그럴것이 외딴 산에서 혼자 별들의 세계를 지켜보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유유히 산길을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닙니다. 


특히 날씨가 안좋으면 관측은 실패하는거지만 


그만큼 다른 누릴 것들을 얻을수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내일과 모레는 좋은 날씨를 얻었으면 하는 걸 보니


저는 여전히 관측천문학자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