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무한과 유한

별아저씨의집 2012. 9. 29. 15:13

교양수업으로 가르치고 있는 '인간과우주' 과목에서 우주론 부분이 끝났습니다.


처음에 재미있어 하던 학생들도 관측가능한 우주의 크기나 현대우주론의 문제인 균일성의 문제나 편평도의 문제로 들어가면서 수업내용을 상당히 어려워 했습니다. 


물론 매년 겪는 일이고 매번 우주론 부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실 우주론 부분은 우리 이성의 한계를 맞닥뜨리게 하는 도전적인 내용들이기에 꼭 다루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주론 부분을 끝내고 우주의 거시구조와 암흑물질로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을 대하는 일도 끝났습니다. 열심히 따라와준 학생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우주론 부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우주가 무한한가 유한한가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는 유한하지만 그 너머에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인간과우주 관련 책을 쓸 때는 무한과 유한의 문제를 좀더 다뤄야 겠습니다. 



사실 고대 그리스에는 유한한 우주와 무한한 우주의 개념이 공존했습니다. 


1+1은 2이고 2+1은 3, 이렇게 계속 1씩 더해가면 정수는 무한히 커질수 있습니다. 


아무리 큰 숫자를 생각해도 그보다 1 더 큰 숫자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이런 무한한 우주는 우리의 사고 안에 있는 것이고 물리적 공간은 유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원자론자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숫자가 무한히 많고 그러므로 물리적 우주도 무한히 크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톨레미로 대표되는 고대의 우주관은 지구를 중심으로 유한한 공간에 우주를 담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먼 (그러나 여전히 유한한 공간) 표면에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물론 이 모델에서는 모든 별들까지의 거리가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우주의 끝, 그러니까 거기 있는 별에서 손을 밖으로 내맬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별 바깥쪽으로 공간이 있다는 얘기가 되지요. 이런 논리를 따라가면 경계가 있는 유한한 우주는 불가능합니다.



중세의 다양한 논의를 거치며 우주는 무한한가 유한한가 하는 논쟁은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근대로 오면 드디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즉, 공간이 휘어있다면 경계는 없으면서도 유한한 우주가 가능하게 됩니다.  


마치 공의 표면이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것처럼, 3차원 공간도 상상하긴 어렵지만 곡률이 있다면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우주를 될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는 리만 기하학으로 이런 공간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우주의 팽창이 발견되고 우주가 대폭발을 통해 시작되었다는 빅뱅우주론이 정설로 자리잡았습니다. 


실제우주의 크기가 우리가 볼수 있는 우주보다 크다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러나 실제우주가 무한한지 유한한지는 아직은 열린 문제로 보입니다. 


빅뱅우주론에서는 대폭발을 우주의 시작점으로 보면 우주의 시간의 유한성은 인정하지만 공간의 유한성에 대해서는 열려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지요. 


고대 중세의 학자들은 많은 경우 신학자들이었기에 그들은 우주공간의 유한성 혹은 무한성을 신학과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무한성은 신의 속성이기에 물리적 우주는 유한해야 한다든지 혹은 반대로 우주는 신의 작품이므로 신의 지혜를 반영한 창조물인 우주는 무한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논리도 존재합니다. 


이런 논리들을 살펴보면 약간은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생각을 피하기 어렵지요. 현대로와서 과학으로 드러나는 많은 지식들을 통해서 신의 존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사실 매우 단편적이 될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과학적 무신론자나 과학으로 창조를 증명하겠다는 창조과학자나 모두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사는 우주는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우주가 무한하다고 결론내려질지 유한하다고 결론내려질지는 더 두고봐야 겠지만  (물론 갈릴레이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한과 유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