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찬드라 엑스선 우주망원경 (Chandra X-ray Observatory)

별아저씨의집 2012. 3. 18. 17:35

 

NASA의 엑스선 관측설비인 찬드라 우주망원경 (Chandra X-ray Observatory)


 망원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이 손에 들고 별을 보는 조그마한 망원경을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망원경이라는 말은 뭔가 렌즈가 달린 기다란 원통 같은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천문학에서 말하는 망원경은 거대한 관측설비입니다. 손으로 들고 보는 아마추어 망원경과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차이를 꼽아보자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망원경은 우리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의 망원경이지만 천체를 다루는 망원경은 가시광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파라든지, 엑스선이라든지, 자외선, 감마선 등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빛들을 모으는 관측 설비가 망원경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망원경이라는 말 대신에 관측소 혹은 천문대 (observatory)라는 말을 망원경 대신에 붙이기도 합니다.

지난 금요일에 엑스선을 관측할 수 있는 찬드라 망원경을 사용하기 위해 관측제안서를 냈습니다. 몇주 전 부터 준비하던 프로포잘을 다듬어 드디어 제출했습니다. 우주에서 오는 엑스선은 지구대기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우주에 관측소를 띄워야 합니다. 현재, 엑스선을 관측할 수 있는 관측설비는 나사의 찬드라 망원경과 유럽의 XMM-Newton이라고 하는 망원경이 대표적입니다.

우주에서 엑스선을 방출하는 대부분의 천체는 블랙홀이고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도 출신의 천체물리학자인 찬드라세카를 기념하여 찬드라라는 이름이 붙여진 찬드라 망원경은 고에너지인 엑스선을 관측할 수 있는 기기이지만 동시에 광학 망원경만큼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뛰어난 엑스선 망원경입니다.  블랙홀 연구에는 매우 중요한 공헌을 하는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망원경을 사용해서 은하들의 그룹들을 대상으로 엑스선 탐사를 하여 그 중에서 블랙홀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연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관측제안서를 마련했습니다. 박사과정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기존의 엑스선 자료 분석과 광학자료 분석을 통해 좋은 제안서가 만들어졌습니다. 미국동부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이 마감이라 지난 목요일 밤에 제출하고 난 후 한숨을 돌렸습니다. 꼭 시간을 받을 수 있기를......

2월 부터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여러 관측시설들을 사용하기 위한 관측제안서들을 준비하다 보니 다양한 과학내용들을 조사하고 토론하고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연구과제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설득력있게 제안서를 쓰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연구제안서를 쓰는데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합니다. 저도 2월부터 지난 주까지 제안서 마감이 주욱 이어지면서 상당히 지쳤습니다. 막판 마지막 제안서인 찬드라 관측제안서를 준비하면서는 체력이 좀 딸렸습니다.

관측제안서가 훌륭하게 만들어지고 관측시간을 받게 되면 사실은 연구는 반쯤 완성된 셈입니다. 문헌조사나, 연구의 필요성, 타당성, 가능성 등이 체계적으로 조사되었고 그리고 기존의 데이타로 기본적인 분석까지 해본 상태가 되니까, 남은 일은 실제로 데이터를 얻어서 처리하고 계획한 대로 분석하면 되는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제가 항상 강조합니다. 좋은 관측제안서를 내서 심사를 거쳐 시간을 얻게 된다면 그 프로젝트는 절반이 끝난 셈이라고.   예상대로 분석결과가 안나오면 어떡하냐구요?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그 질문을 심사자들이 묻지 않을리가 없지요.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좋은 일이고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그것이 중요한 결과된다는 것을 심사자들이 동의해야 그 관측제안서가 통과가 될 수 있습니다. 관측제안서는 그렇게 써야 합니다. 그리고 거꾸로 말하면, 관측시간을 받은 연구는 대부분 확실히 논문을 쓸 수 있는 좋은 연구과제라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어쩼거나 제안서들이 마무리 되었으니 연구에 다시 집중해야 겠습니다. 학생들이 내준 숙제가 많아 월요일부터 다시 바빠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