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신앙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신앙생활 건성건성 하지 말고 잘 하라고. 그러면서 어머니는 고3때 생각나냐고 물으셨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아 교회 여름 수련회가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었다고 그런데 내가 학교 담임선생님께 겨우 허락받았는데 엄마가 왜 그러냐고 했단다. 어머니는 권사가 되어가지고 하나님이 먼저인지 공부가 먼저인지를 구분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하셨다.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왜 그런 얘기를 꺼내셨을까? 어머니가 보시기에는 그 때에 비해서 내 신앙이 건성건성으로 보이나 보다. 그때, 참 대책없이(?) 믿었다. 말그대로 무대포로 하나님만 믿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거칠고 어린아이 같은 신앙이었지만 그래도 참 신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이든 감

요즘은 나이든 감이 팍팍 와닿는다. 30대 초반과는 영 다른 몸 상태를 경험하면서 착찹함도 있고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감도 든다. 긴 일정으로 그리스에 다녀왔다. 크레타 섬의 한 지역에서 학회가 있었고 결혼 기념여행 겸 아내와 함께 몇군데를 거쳐 지난 월요일에 돌아왔다. 비행시간도 길었고 아테네에서 아크로 폴리스 등등 유적지를 둘러보느라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골골하다. 제작년부터인가, 이제 국제선을 타면 영 시차 적응을 못한다. 월요일 밤에 돌아 왔으니 지금쯤이면 시차 적응 할 만도 한데, 아직도 밤낮이 뒤바뀌어 있다. 열흘이나 자리를 비워서 일이 밀려 있는데 두통과 몸살로 아무일도 할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더군다나 학회를 갖다오면 아이디어들이 생기고 해보고픈 일, 뒤져봐야 ..

진중권의 글 (프레시안에서)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완전히 이상해졌다. 굳이 국가인권위의 해석에 의뢰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는 남녀노소의 차이에 관계없이 헌법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집회에 참석할 자유와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뭔데 죄 없는 학생을 찾아와서, 그것도 수업 시간에 데려다가 조사를 한단 말인가? 그 학생이 무슨 범법 행위라고 했단 말인가? 듣자 하니 그저 집회신고 하러 경찰서에 찾아간 것뿐이라고 한다. 그 어린 학생이 수업하다 말고 끌려 나가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 얼마나 겁이 났겠는가? 지금 이명박 정권은 중고생들 대상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 그저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온통 대통령의 사유물이 되어 버렸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불법화하여 시민들을 범법자로 ..

이메가 복음전서

누가 썼는지 참 기발합니다. 데굴데굴 웃다가 막상 현실을 생각해보면 참 씁쓸합니다. 이메가 복음 전서 - ssawall I. 나를 누구라 하더냐? - 이메가께서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물어 가라사대, "세상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 부르더냐?" 제자들이 이르되, "어떤 이는 '땅박이', 또 어떤 이는 '공구리' 또는 '쥐박이'라 하더이다" 하니 이메가께서 또 물어 가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인초니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영도자이시요. 만백성의 어버이이심을 제가 믿나이다" 하니 이메가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귀엽고 충성된 종아. 네가 복이 있도다. 네 믿음이 너를 키울 것이로다" 하셨느니라. 또 가로되, "이 백성이 선거에서는 나를 선택하였으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어찌하여 미련한 잣대로..

본회퍼의 전기

작년 가을 쯤 읽다 만, 본 회퍼의 전기를 다시 읽고 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그의 옥중서신들을 들춰 내 읽곤 했었는데 제대로 전기 한번 읽어보자며 샀던 책. 책을 읽으며 문익환 평전이 많이 생각난다. 두 사람 다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랐고 현실의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 지난 여름 이후, 조용히, 그러니까 별 볼일 없이, 지내고 있는 내 삶에 뭔가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사람은 결국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성장하고 깨어나며 위대해 지는 것 아닐까 결국, 삶의 컨텍스트를, 그것도 자신의 풍요로운 삶에 촛점을 맞춘 컨텍스트가 아니라 그의 나라와 그의 통치에 면밀히 연관된 눈으로 삶의 정황들을 읽어내는 그런 컨텍스트는 결국, 훌륭한 교제에서 온다. 그런 면에서 나는 방학 중인 셈인가?

새 것과 헌 것

5년 가량 쓴 모니터가 맛이 갔다. 박사과정 중에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장만했던 컴퓨터. 값싸게 마련한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스피커까지 셋트로 배달되던 날의 즐거움이 기억난다. 교회에서 쓰지 않는 오래된 컴을 얻어서 그래도 3년 가량 썼던 것 같은데 새 컴퓨터로 업그레이드하는 그 때 기분은 무척 좋았던 듯. 요즈음 기준으로 보면 그때 구입한 XP가 깔린 컴퓨터는 느려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웹서핑이나 한국드라마를 다운받는데 별 지장이 없다. 더군다나 나는 맥으로 전향한지 오래되었고 이 컴으로 주로 문서작업을 하는 아내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 가끔씩 모니터가 불안정하더니 결국 얼마버티지 못하고 화면이 나가버리곤 한다. 벌써 수명이 다 된것일까. 내가 출장이..

한가로운 토요일에

한가로운 토요일이 되면 퍼지게 늦잠을 자고 난 아내와 나는 한 판 빡세게 탁구를 친다. 산타 바바라에 이사 온 후부터 시작된 이 버릇은 재미와 더불어 운동 효과를 가져다 주는데 21점 짜리로 5세트를 치면 대략 1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의 탁구 실력은 꽤나 나아진 편 인데 원래 실력이 뭐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라 대단히 자랑할 거리는 못된다고 하겠다. 아내가 해준 짜장면을 먹는다. 아,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서 짜장면을 먹는 이 맛은 꽤나 만족스러운데 맛도 맛이지만, 초여름 날씨에 짜장면을 먹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살포시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마당에 한아름 피어있는 벚꽃이 창문을 가득 채운다. 나무 가득 화사하게 웃고 있는 꽃들과는 그저 미소로도 온마음이 통한다. 가끔씩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

별들의 운행을 고찰하더라도

읽던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별들의 운행 경로를 고찰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무시하는 오만한 학자보다 하나님을 섬기는 미천한 농부가 하나님을 더욱 기쁘게 하는 법입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나오는 대목이란다. 오늘 몇달간 땀을 흘리게 하던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왔다. 블랙홀의 질량을 계산하고 은하들의 속도값을 재고.. 10미터의 급의 KECK망원경을 써서 겨우 할수 있는 일이고 10년 뒤에는 다 틀린 결과로 판명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도교수는 선구적인 일이라며 흥분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별의 운행을 고찰하는 류의 일이다 어쨌거나. 산타바바라에 머문 지가 2년이 넘어 3년째가 시작되었다. 다음 자리를 찾아 어플리케이션을 내야하는 가을도 얼마남지 않았다. 서로 힘 자랑 지식 자랑..

학회를 다녀오다

금요일 하루, 칼텍에서 학회가 있었다. 아침 일찍 발표가 잡혀있어서 전날 파사디나로 내려갔다. 첫방문에다가 서부쪽 대가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라 긴장되었다. 포스닥 기간은 블랙벨트로 내공을 키우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내 실력을 재어보고 가능성을 점쳐보아야하는 기간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모임이 기다려지면서도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되었던건. 사이언스의 매력, 천문학 세계 천문학을 주도하는 미국 미국 천문학계를 주도하는 칼텍과 몇몇 학교들 그속에서의 나의 좌표는? X축 000, Y축 000. 물론 그건 인생을 컨트롤할 수 없는 인간들의 허무한 잔머리 굴리기일수도. 그러나 지피지기는 분명 전략상 필요하다. 죄된 본성의 욕심에 휘말릴 가능성을 내포함에도. 만남은 항상 의욕을 던진다. 나는 한두마디의 칭찬에 감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