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새 것과 헌 것

별아저씨의집 2008. 3. 12. 15:39

5년 가량 쓴 모니터가 맛이 갔다.

박사과정 중에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장만했던 컴퓨터.

값싸게 마련한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스피커까지 셋트로 배달되던 날의 즐거움이 기억난다.

교회에서 쓰지 않는 오래된 컴을 얻어서 그래도 3년 가량 썼던 것 같은데 새 컴퓨터로 업그레이드하는

그 때 기분은 무척 좋았던 듯.


요즈음 기준으로 보면 그때 구입한 XP가 깔린 컴퓨터는 느려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웹서핑이나

한국드라마를 다운받는데 별 지장이 없다. 더군다나 나는 맥으로 전향한지 오래되었고

이 컴으로 주로 문서작업을 하는 아내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 가끔씩 모니터가 불안정하더니 결국 얼마버티지 못하고 화면이 나가버리곤 한다.

벌써 수명이 다 된것일까. 내가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노트북을 가져가 버리니까 아내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모니터를 장만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보다 크게 보다 선명하게' 라는 자연스런 욕심이 스스로 올라왔다.

17인치 CRT를 쓰다가 LCD 모니터로 가는 것만도 화려한 변신이련만 인간의 욕심은 자꾸만 더 좋은 것을

보게 한다. 적절히 20인치에서 합의를 보고 주문했는데 오늘 아침 예쁘장한 이 녀석이 도착했다.

새 모니터를 셋팅도 하고 가지고 놀다가 책상 아래로 하야한 늙은  CRT를 보자니 왠지 기분이 찹찹하다.

언제 나도 수명이 다해 기능을 상실하고 저런 신세가 될 듯도 하고 새 것이 항상 좋지만 새 것은 항상

헌 것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새 것의 프리미엄은 헌 것이 존재하기에 가능하지만 그 프리미엄은

팔리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팔리는 그 순간 새 것은 헌 것이 되버리니까. 자동차나 싱글들이나 마찬가지.


모니터를 리사이클할 장소를 물색했다. 전자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리사이클은 필수다.

산타바바라에는 두 군데, TV와 모니터를 받아주는 곳이 있다.  내일 아침 들러 오랜 모니터를 처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