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한가로운 토요일에

별아저씨의집 2008. 2. 17. 06:49

한가로운 토요일이 되면 퍼지게 늦잠을 자고 난 아내와 나는
한 판 빡세게 탁구를 친다.

산타 바바라에 이사 온 후부터 시작된 이 버릇은 재미와 더불어 운동 효과를 가져다 주는데
21점 짜리로 5세트를 치면 대략 1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의 탁구 실력은 꽤나 나아진 편 인데 원래 실력이 뭐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라
대단히 자랑할 거리는 못된다고 하겠다.

아내가 해준 짜장면을 먹는다.
아,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서 짜장면을 먹는 이 맛은 꽤나 만족스러운데
맛도 맛이지만, 초여름 날씨에 짜장면을 먹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살포시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마당에 한아름 피어있는 벚꽃이 창문을 가득 채운다.
나무 가득 화사하게 웃고 있는 꽃들과는 그저 미소로도 온마음이 통한다.
가끔씩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의지적으로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책 한 권을 끼고 동네 까페로 향한다.
폴킹혼의 책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아름다운 풍경, 다사로운 햇살, 해맑은 하늘, 사람들의 미소, 걷는 애완견들의 여유,
그리고 넉넉한 커피 맛에 짜장면처럼 맛갈나는 책

출장이 잦은 요즈음에 쉽게 갖기 어려운 행복한 여유를
오늘 꼭 누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