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작가로 데뷰하는 건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가 무슨 상을 받게 되었단다. 블랙홀에 대한 대중과학서로 벌써 집필이 끝난지 오래되었고 원고가 묵혀 있었는데 아마도 이 상을 받으려고 늦춰진걸까? 어쨌거나 처녀작으로 정식 작가의 대열에, 그것도 지원을 받아 데뷰하게 되는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정식 발표는 다음주에 난다고 한다.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올 상반기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을 개최한 데 이어 우리 저자 발굴을 위해 인문?사회?역사?과학 등 전 분야 일반교양서 원고를 대상으로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을 전개한다.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이 저자/편집자 제한 없이 우수하고 참신한 기획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에서는 원고(콘텐츠)를 ..

여름에서 가을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던 엘에이에도 지난 한 주간 가을 기운이 물씬 풍겼습니다. 더이상 짧은 소매는 입을 수가 없고 얇은 외투까지도 걸쳐야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나가 보니까 사람들 옷차림이 마치 완연한 가을 같더군요. 약간은 쌀쌀한 느낌을 풍기는 날씨에 따듯한 햇살을 맞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가을 분위기가 나니까 슬며시 가을을 타는 것 같습니다. 아니, 가을을 타고 싶은걸까요? ^^ 저녁에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갖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늘 날씨는 다시 덥습니다. 움추렸던 햇살이 깨끗한 하늘 아래 가득 차 버렸고 사람들은 다시 짧은 소매로 되돌아갔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은 그렇게 변덕스럽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도 변화무쌍한가 봅니다.

job market

해마다 장사철이 돌아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job market에 나가야 하는 철이 돌아왔습니다. 꼭 내년에 어떤 자리를 얻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 그리 절박함은 없지만 매번 새로운 포지션을 구하는 일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주님의 뜻이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리라는 믿음이 내게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는 기간이 되기도 하고 그 분의 뜻과 내 뜻을 얼마나 잘 혼동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왠만큼 자신을 믿다가도 어김없이 그분의 은혜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철저한 한 사람의 모습을 깨닫기도 합니다. 가을 분위기가 좀 나야 왠지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을 듯 한데 요 며칠 엘에이 날씨는 90도를 넘나듭니다.

LACMA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집 근처에 있어서 산책 겸 걸어갔습니다. 두달 이상 벼르다가 오늘 드디어 발을 디뎠네요. 생각보다 크더군요. 산타바바라의 죄그만 뮤지엄을 보다와서 그런가 봅니다. 물론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보다는 훨씬 작은 스케일이고 맨하튼의 MOMA보다도 작지 않나 싶습니다. 자세한 건 좀더 둘러봐야 알겠습니다. 오늘은 건물 두 개만 슬쩍 둘러보았습니다. 5시 이후에는 공짜나 다름없는데 예일의 뮤지엄들처럼 자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Magnus Zeller (1888-1972) The Orator 1920 오늘 본 작품 중 인상깊었던 그림 하나.

오랜만에 산타 바바라

출장을 잠깐 다녀왔습니다. 두어달 만에 보는 산타 바바라, 떠나고 나니 왠지 참 좋게 보입니다. 101 하이웨이에 산타 바바라 싸인이 나오면서 산 기슭에 주욱 늘어서 있는 붉은 아도비의 예쁜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운타운은 여전히 활기차고 밤에는 젊은 파티 족들로 붐비고 바닷가는 여전히 아름답고 캠퍼스는 여유롭습니다. 도시와는 다르게 왠지 휴양지 같은 느낌을 주는 산타 바바라에서 3년을 보냈다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이면 아파트 수영장에서 한가히 책을 읽거나 탁구를 치고 다운타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씹으며 여유를 즐기던 기억들은 바쁘던 포스닥 생활을 지탱해 주던 쉼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쉼과 놀이라는 중요한 삶의 요소, 엘에이에서도 잘 개발해야 겠습니다.

살포시 비가 내리다

지난 주의 무더위를 보란듯이 잊게하듯 오늘 아침에 살포시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도시를 내려다보니 왠지 글이 쓰고 싶어집니다. 아, 한 달 빵꾸낸 복음과상황 원고마감이 퍼득 떠오릅니다. 써지는 글과 써야하는 글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원고마감에 맞춰 글이 써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오늘 독서클럽 첫 모임이 있는데 열분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굴러가나 한번 봐야 겠습니다.

팽교수님과 한가한 주말을....

지난 금요일, 학회차 제주도에서 엘에이에 오신 팽간사님, 아니 팽교수님이 우리집에 와서 이틀 주무시고 가셨습니다. 저녁 먹을때는 파시디나댁과 그의 남편도 함께 조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토요일에는 가려고 했던 등산을 빼먹고 (안간사님께는 좀 죄송했지만^^) 오랜만에 정말 한가운 토요일을 팽교수님과 함께 보냈습니다. 넉넉한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아내가 만들어 준 비빔국수로 점심을 하고, 까페에 가서 커피마시고 주욱 책을 읽다가, 영화 한편 보면서 졸기도 하고, 저녁에는 팽교수님이 쏘는 맛갈나는 갈비도 먹고, 잠깐 가게에 들러 물건도 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팽교수님은 우리가 늦잠자는 사이에, 씨 에스 루이스의 '네가지 사랑'을 탐독하시더니 기가막힌 책이라면서 감탄을 쏟아내더군요. 읽은..

새 친구, lux

우크라 (UCLA) 대학으로 옮겨와서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했다. 넉넉한 연구비 덕에 MacPro 중에서 좋은 급으로 마련했다. 메모리는 일단 최소로 하고 삼성제 2기가 짜리 메모리 두개를 따로 주문했다. 속도나 램 면에서 지난 컴보다 월등한 사양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셋업을 시작하고 어제 오늘 대략 셋업을 끝냈다. 컴퓨터 이름을 무엇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lux와 veritas가 생각났다. 베리타스는 이미 누가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서 빛을 의미하는 lux로 하기로 했다. 오늘 묵상한 출애굽기에서는 구름과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탈출자들을 인도하시는 장면이 나왔다. 그 구름은 건조한 지대에 산불이나면 생기는 구름처럼, 뭉쳐놓은 드라이아이스같이 생겼었을까? 새로 터미널을 열때마다 lux라는 이름이 반짝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