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시차적응

주말에 발티모어에 왔는데 시차적응이 만만치 않습니다. 세시간 시차가 의외로 까다로운데 더군다나 1시간씩 시간조정이 되는 day light saving time이 겹처서 4시간이 되어버렸네요. 어쨌거나 한밤 중에 잠이 깼는데 시계를 보니 로스엔젤레스 시간으로는 아직 잠자리에 들 시간도 아닙니다. 아침에 첫번째 톡을 해야하는데 거참... 다시 잠을 잘 청해봐야 겠습니다.

궂은 날씨

며칠째 날이 흐립니다. 도시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이 왠지 감정을 울먹입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랫동안 잊었던 향기를 맡았습니다. 갑자기 코에 밀려드는 그 향은 아카시아 꽃 향기였습니다. 주차장 근처에 아카시아나무가 있었는지 이슬비가 내리는데도 차 안에는 아카시 향이 남아있습니다. 팔로마천문대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천문대로 관측을 갑니다. 처음가는 곳이고 새로운 관측기기를 사용하게 되어서 며칠동안 관측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좋지 않습니다. 며칠째 돔을 열지도 못했다는 기록이 있고 내가 관측하는 밤도 관측이 어려울듯 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그래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준비는 항상 철저히 해야합니다. 어젯밤에 오랜만에 구로자와 아카라의 영화를..

간만에 메릴랜드에서

나사 리뷰 미텅이 있어서 오랜만에 워싱턴 디씨에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메릴랜드라고 해야겠군요. 워싱턴 둘레스 공항에 내려서 접한 동부의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진 않은 것은 아마도 엘에이 날씨가 요즘 약간 추워서 그런가봅니다. Suzaku라는 나사 미션 중의 하나인 X-ray 망원경의 프로포잘들을 심사하는 일정이 이틀간 잡혀있었습니다. 첫날 아침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전에도 같은 리뷰 미팅에서 눈이 내렸던 기억이 있는데 누군가 오프닝 세션에서 눈 내리는 것이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리뷰가 일찍 끝났습니다. 처음 리뷰 미텅을 갔을때는 어리버리해서 내가 주심사위원으로 맡은 프로포잘들도 잘 다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프로포잘을 훝고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토론을 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할일은 쌓여있는데...

심사할 프로포잘들을 읽고 있는데 참 안 읽힙니다. 다음주에 워싱턴 디씨 근처에서 리뷰 미팅이 있어서 그 전에 다 소화를 해야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갑니다. 점점 논문 심사도 많아지고 프로포잘 리뷰도 해야하고... 세금으로 공부했고 세금으로 지금도 여유롭게 연구하고 있으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해야하는 일인데 귀찮고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날도 추워서 움츠러 드는 것도 같고.. 자 잘 읽어봅시다. ------- 뻥튀겨서 프로포잘 쓰고 연구비 받는 몰지각한 기업가 얘기들을 권간사님이 쓰셨네요 트랙백 해야쥐! 아, 프로포잘 읽기가 지겨운 이유는 눈이 반짝 뜨이는 프로포잘들도 있지만, 똑같은 거 얘기하는 재미없는 프로포잘이 많아서인거 같습니다. 뻥튀겨서 돈 버는 것과는 다르게, 소프트 머니로 자기 월급을 주는 연..

비 내리는 LA

오늘 거의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쨍쨍한 날씨만 보다 가끔씩 흐린 날이 되면 왠지 우울해지는 켈리포니아 스타일에 익숙해 진지 오래. 오늘처럼 비가 주욱주욱 내리면 대략 난감입니다. 퍼붓는 비를 몸으로 감당하는 사람들과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동차들 속에서 나도 빗속의 풍경이 됩니다.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보며 심사할 프로포잘들을 읽는데 왠지 한국 생각이 났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공부를 안했던 기억도 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오는 걸 그리도 좋아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런 날에는 감미로운 가요나 아련한 재즈가 나오는 클래시한 까페에서 커피를 씹으며, 창밖 너머 기억의 세계로 서서히 걸어들어가 보는 것도 안성마춤일 듯 합니다. 그런 여유는 과로사가 걱정되는 삼,사십대에게는 과분한 것일 수 있겠으나 그..

내가 사는 세상은 어디인가

내가 사는 세상은 어디인가 얄팍한 잡담들과 애써 시선을 끄는 가벼움이 난무하는 인터넷의 세상인가 너무나도 멀어 상상조차 되지 않는 별들의 세상인가 우울한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한민족의 세상인가 귀가하는 파티족들의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짙어가는 밤, 잠못들어 홀로 세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이 익숙한 공간이 그 세상인가 나는 종종 헷갈린다. 답을 찾으려 여기저기 들쑤시다 더 짙어지는 밤을 보면 망연히 주저앉아 지친 정신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