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26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

칼 헨리가 쓴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을 읽고 있다. 1947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오늘 한국의 현실에 걸맞는 내용들일 거라는 추천을 보고 책장을 넘겼다. 한국에서 기독교인이라는 것,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불편한 이유랑 이 책의 제목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이라는 것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 많은 장로교 교회들은 사실 근본주의가 아니라 개혁주의의 입장에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예장 같은 교단의 교회들은 전혀 개혁주의의 전통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양심이 참 불편하다. 그러나 가야할 길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청년들이여 죄다 교회를 옮겨버려라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보다는 짐 월리스의 '회심'에서 실천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듯 한데, 어쨌거나 나머지 ..

[책]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

지난 번 아볼로 포럼 때 책을 서너 권 샀다. 그 중에서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한두 주 전 쯤에 전반부를 읽었다. 하바드 대학 얘기가 중심을 이루는 전반부를 보며 예일 대학에 공부하던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때 나름 모범생(?)이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거기 대학문화를 겪으며 나는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자유라는 이름 하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신조가 깊이 뿌리내려 있었고, 진리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학생들은 겉으로는 번드르 하지만 내면 깊이 초라했다.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절망감과 상실감은 아이비리그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스스로를 속이며 방황하는 삶들... 물론 나도 그 한가운데 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최소..

새로 쓴 기독교, 세계, 관 - 송인규

송인규 교수의 새책 '새로 쓴 기독교, 세계, 관'을 읽었다. 얼마 전에 한국의 어느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한 논평이 있었다는 얘길 듣고 논평들을 읽어봤었다. 논평들이 까칠하길래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이 책은 한국의 기독교세계관의 깊이를 더하기 보다는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쉽게 쓰여진 책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처음 기독교 세계관 책들을 대하던 20년 전에 비해서 나 스스로의 내공이 달라진 이유도 있겠다. 독특한 점은 개혁주의 세계관에서 흔히 나오는 창조-타락-구속 의 틀 대신, 창조-보존-화목 으로 약간 다른 틀을 제시하는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보존이라는 부분을 강조한 면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인다. 타락이 불연속성을 강조한다면 보존은 연속성을 강조하는 셈인데 사실 개혁주의 세계관에서도 오히..

[책]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 이덕주 지음

전에 읽다 만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를 집어 들었다. 공휴일에는 독서를 하라는 모토를 생각하며 책장을 훝어보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한국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르는 2009년이 시작하는 날,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었다. 책을 편집한 한수경 자매에게서 좋은 얘기를 들었던 책, 아내가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 책. 언제나 그렇듯 믿음의 증인들의 삶의 자취를 접하는 것은, 그것이 성경이든 혹은 다른 책이든 간에, 마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서른 세 가지의 얘기로 개신교 첫 교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성경, 특히 신약의 내용을 끄집어 내며 각 일화를 시작한다. 성경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한국교회 이야기들은 그렇게 하나씩 보따리가 풀린다. 짧..

[책] 감자탕 교회 이야기 - 양병무

지난 번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책의 감상을 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자꾸 부정적인 내용, 비판의 내용을 담은 책을 추천해야 만 할까. 그것은 그만큼 내세울 만한 교회가 없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가주에 있는 여러 한인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접하면서 참 갑갑했었는데 드디어 위로가 될 만한 교회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이 책이 나온지는 벌써 5년 쯤 되었고 그 때부터 회자되던터라 저도 감자탕 교회라는 존재를 알고는 있었습니다. 교회당을 짓기보다는 구제하는 일에 교회재정을 사용하기때문에 감자탕 집이 있는 상가건물을 교회당으로 사용하는 모범적인 교회라는 얘기 말입니다. 막상 책을 읽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얼마 전 교회 도서관에서 턱하니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츄어리즘

이 책은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여 잘못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즉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서 자기사랑과 긍정적 사고방식, 성공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고 동의할 만한 것이다. 조웰 오스틴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성경을 심리학에 짜 맞추어 해석하여 성경의 원의미를 훼손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한다.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논거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랄까. 저자는 일단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과학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

[책]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 목사,장로,집사,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심상치가 않아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미주한국일보의 종교부 기자가 지난 십년 동안 쓴 칼럼들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남가주의 한인교회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교회들이 벌이고 있는 잘못된 일들을 꼬집어 내는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가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엘에이로 이사올 것을 생각해서 이 동네에는 어떤 교회들이 있을까 궁금해 하던 나는 이 첵을 반쯤 읽다가 심각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는데 그것은 과연 어떤 교회를 결정해서 다닐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슈를 가지고 논하다가 감정 싸움이 되고 그러다가 교회가 갈라지는 만연한 문제들을 비롯해서 재정사용, 목회자 은퇴문제, 교회 리더들의 몰상식성 등등 부끄러운 문제들이 서너 페이지에 걸친 짧막한 장마다 터져나오..

월버포스의 전기를 읽다 1.

나는 별로 영국의 역사에 대해 괜찮은 통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월버포스라는 인물이 영국의 노예제도와 관습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기독교인 정치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활동한 무대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 상황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몇 주 전 코스타에서 사온 책들 중에 '부패한 사회를 개혁한 영국의 양심, 월버포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18세기 노예제도와 관련된 참혹한 상황들은 인류의 역사를 비참하게 한다. 몇 백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영국의 사회상의 부패함을 보는 것은 엮겨웠다. 그러나 반 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처음 주목했던 점 하나는 월버포스의 회심에 대한 얘기였다. 그의 회심은 제노바로 가는 마차 여행에서 시작된다. 어머니와 누이를 데려다 주고 몇달 후 다시 데리러 오는 그 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