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일반서적

죄란

별아저씨의집 2013. 2. 27. 02:42

왠지 모르게 신부는 뜰에서 불을 쬐고 있던 하인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예루살렘의 밤, 한 사나이의 운명에 아무 관심도 없이 불에 손만 쬐고 있던 몇 사람의 모습. 


그들처럼 이 파수꾼들도, 인간이란 이 정도로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그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지껄이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도둑질을 한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그런 것이 죄가 아니었다. 


죄란, 인간이 또 한 인간의 인생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남긴 흔적을 망각하는 데 있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