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2017.2.11) 아침에 기사를 보니 장신대 김철홍 교수의 기자회견이 나오는군요. 뉴스앤조이에 이런 인용이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양산된 '친북 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친북 세력을 세우려 한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종말한다.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여 한반도에 공산국가를 세울 것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전대미문의 반역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이 소수의견이라고 해도 존중해야 합니다. 국민의 80%가 탄핵을 찬성해도 반대의견을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머리뚜껑이 열리게 하는 건 바로 이런 괴담입니다. 대통령이 탄핵될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는 대다수 국민이 송두리째 친북세력이거나 친북세..

2017년 소망

올해도 어느새 새해 첫날이 슬쩍 다가왔습니다. 매년 세계 각처에서 각각 시작하는 첫날이 다르듯 1월 1일이라는 건 우리가 정해놓은 달력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한 해의 길이를 정하고 매번 새로운 시작을 맞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비록 그 길이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항상 감사한 이유는 지나간 한 해가 매번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올해에는 꼭 성취하리라는 부푼 마음을 갖는 건, 비록 내년 첫날에 돌아보는 올해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게 판명난다 해도 여전히 유효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주일 예배를 드리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집을 사거나 훌륭한 논문을 몇편 쓰거나 책을 내거나 어딘가..

해적선에서 기도만 하고 착하게 살라고?

해적선에서 기도만 하고 착하게 살라고?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164921800399093 얼마 전 페북에서 질타를 받은 어느 유명 목사님의 글, 이럴 때 일수록 주님을 바라봐야한다는 요지의 글을 두 줄로 비판했었습니다. 주님은 평소에 바라보시고 지금은 불의에 저항해야할 때입니다라고. 그랬더니 장문의 메세지로 항의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왜 목사님을 비판하냐고. 안수집사라는 분이 조폭처럼 국가적 범죄 피의자에게 충성하겠다며 예수를 들먹이는 바람에 신성모독 수준으로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어디 한 두분이겠습니까? 유명교회 장로님, 집사님 들이 다들 거대한 범죄조직의 주연배우들입니다. 이 분들이 행실이 나쁘고 욕지거리를 하고 폭력을 쓰고 뭐 그런 분들..

교토대 방문

어제는 교토대학 천문학과의 망년회가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망년회라고 하더군요. 대학원생, 포스닥, 교수, 직원들이 다 모여 스끼야기 집에서 넓은 방을 차지하고 망년하는 자리랍니다. 마침 교토대를 방문하는 기간이라 손님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시니어 교수 한분이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식사를 합니다. 다다미방의 둥그런 테이블에 앉은 대로 먹다가 분위기가 오르자 서로 테이블을 오가며 수다떨며 망년을 합니다. 엑스선 천문학은 일본이 자랑하는 분야입니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일본이 쏘아올린 엑스선 우주망원경들도 즐비합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월에 쏘아올린 히토미라는 엑스선 위성 발사된 지 얼마되지 않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재라는 평가입니다. 그 위성을 대신할 히토미2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행히 첫 1년의 예..

거짓의 영이 휩쓰는 나라

거짓의 영이 휩쓰는 나라2016.12.25 성탄절입니다. 가난한 목자들에게 들렸던 기쁜 소식을 깊이 묵상하기에는 요즘 나라가 참 시끄럽습니다. 얼마 전에는 분노의 영이 나라를 사로잡고 있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에 참 답답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노의 영은 촛불을 든 국민을 미혹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해먹은 걸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최순실 부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겉으로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쫄아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그들의 마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는 분노가 가득할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습니까? 예의바르고 인사잘하면 착한놈들 같지만 원래 사기꾼들이 더 예의바르고 인사잘하고 화 안내는 법입니다. 분노의 영 운운하는 얘기를 들으니 성전에서 물건들을 뒤집어..

예수께 묻다

예수께 묻다 나: 당신의 도를 따라 살려면 세상에서 누구에게 고난을 받겠습니까? 수: 세상 모두에게서 고난을 받을 것이다. 나: 그렇다면 무신론자와 목사 중에 누구에게 더 고난을 받겠습니까? 수: 목사에게 더 고난을 받을 것이다. 나: 어찌 그런 일이 벌이질 수 있겠습니까? 수: 나도 당대의 목사인 바리새인, 사두개인들에게 고난을 받았다. 나: 그래도 그렇지. 어찌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수: 세상을 감당하려 하지 말고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길을 걸어라 나: 저는 한낱 인간에 불과 합니다. 제가 뭐 신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수: 나도 이 땅에 인간으로 와서 살았다. 나: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 박근혜가 대통령인 한국에서 어찌 살겠습니까? 수: 헤롯과 빌라도만 하겠느냐? 나: ..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씩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씩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버겁고 무거운 일들이 겹치면 인간의 몸은 세포까지 그 무게에 눌리는 건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리고 싶도록 이 땅엔 불의와 폭력이 가득하고 이제는 사사로운 개인의 공간까지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한히 감지되는 악. 그것을 벗어나는 일은 지구를 떠나는 수 밖에 없는 듯. 그사이 슬쩍 돌아 본 내 삶엔 끝없이 남과 비교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허전함이 엄습한다. 충분히 가졌음에도 더 가진 자들의 비웃음이 눈에 선하고, 충분히 행복함에도 행복의 지수적 증가를 추구하는 죄성엔 몸둘 바를 모르겠다. 청춘을 바쳐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은 끝없이 몰려드는 왜곡과 비난과 몰지각한 태도들 앞에 소귀에 경읽기 같고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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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5일 비가 내렸다. 가을 같은 스산한 바람이 살짝 열어둔 창틈을 타고 넘나든다. 벌써, 바람이 시렵다. 합시코드와 바이올린이 이 소박한 3차원을 메운다. 이 둘 만큼의 조화로움은 우주에서도 보기 드물듯 흐르는 선율이 시간을 멈춰 세운다. 9월의 시작에 이렇게 나는 정.지.한다. 7년의 세월이 이 캠퍼스를 후다닥 넘어가려한다. 붙들지 못할 너의 이름은 도망자 언제나처럼 나는 너를 좇고 두고온 너는 추억의 복받친 울음을 선사한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던가 사랑에 빠진 연인과의 설레임도 내일의 만남이 주는 잠못드는 뜰뜸도 어머니의 품처럼 아끼고 품었던 시간과 공간과의 정도 모두 시간의 거대한 파도속에 모래알처럼 문드러져 기억조차 퇴색한 치매환자의 그림처럼 아득하다. 아직도 나는 너를 만나..

한 학기 열심히 강의했던 노고가 한 방에

오늘 받은 이메일. 한 학기 열심히 강의했던 노고가 한 방에 사라집니다.------ 수업에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교수님께서 학생들 이름을 다 알고 계시고, 불러주셨던 거였어요. 저는 지금 4학년 1학기인데, 항상 조용히 수업듣다 가고 그런 학생이다 보니 제 이름을 외워주셨던 교수님은 소규모 강의 진행하셨던 한 두분 빼고는 없었는데 제 이름을 외워주셔서 정말 너무 감동이었어요... 4학년 되니까 친구나 동기들 만나기도 힘들고, 항상 조용히 학교에서 수업듣다 바로 집가고 그러니까 제가 투명인간 같았는데 인간과 우주 수업은 교수님, 그리고 다른 학우분들 덕분에 따뜻한 수업이었어요. -----너는 나에게로와서 꽃이 되었다... 매번 교양과목 강의를 하다보면..

긴 하루를 시작하며

긴 하루를 시작하며 새벽 6시반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간수치가 떨어져서 아침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전화였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어머니 오른쪽 무릎 연골 수술입니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려 병원에 주차하고 전화를 했더니 벌써 수술실로 이동 중이랍니다. 겨우 수술실 앞에서 만난 어머니는 아들이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으십니다. 가족끼리 아침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눕니다. 본인이 없어 아버님이 식사도 못하신다고 걱정하며 한껏 우울해지시는 어머니. 혼자서도 잘 한다는 아버지. 사는 게 바빠 잘 돌아보지 못하던 두 분을 수술을 계기로 자주 가까이서 보게 되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은 채 죽어가는 마지막 길은 이 영원스런 시간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