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실비가 흩뿌리는 촉촉한 이른 아침

실비가 흩뿌리는 촉촉한 이른 아침 부지런히 지저귀는 새소리가 고용한 동네를 깨웁니다. 창밖 노란 종탑 위로 십자가가 보이고 여전히 잠자는 듯한 2층집들 사이로 차들도 쉬고 있는 길을 내려다보며 시편을 읽습니다. 저 엹게 낀 구름 뒤에는 해가 있고 별이 있겠습니다. 지구 반대쪽으로 가버린 달도 해와 별과 함께 변함없이 빛나고 있습니다. 비록 잠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하늘 위의 하늘들, 하늘 위에 있는 물들아, 찬양하여라. 야훼의 명령으로 생겨났으니, 그의 이름 찬양하여라. 지정해 주신 자리 길이 지키어라. (148편)시편기자가 천문학을 배웠더라면 은하들과 블랙홀들도 찬양의 대열에 끌어냈을까요. 비행기에서 본 '이집트의 신들'이란 영화 장면이 쓸쩍 겹쳐집니다. 새소리를 알아들을 뻔 하는 중에 교회 종..

젊은 교수가 어쨌다고?

젊은 교수가 어쨌다고? (2016년 5월 26일)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040031042888170 공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젊은 교수시군요 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제가 나이보다 조금 젊어 보이긴 합니다 (이것은 자뻑이 아닙니다. 물론 제 담벼락에 자뻑이 많은 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40 중반을 넘겼으니 젊다고 하긴 좀 그렇습니다. 하긴 젊다는 말은 상대적이라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나에게 젊다고 해도 사실관계에는 오류가 없지요. 그러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없는 '젊은 교수'라는 말은 '경험이 없는, 아직 초짜인, 성숙하지 못한, 권위가 없는, 전문성이 좀 떨어지는...' 등등 다양한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을 수 있고 반대로 '..

교회에 하는 헌금

5,6년 만에 동창 몇몇을 만났습니다. 사는 얘기들을 듣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며 부모님들이 가실 때를 걱정해야 하고 유산상속으로 형제들과 분란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기도 해야 하고 건실하던 회사가 망하기도 하고 암투병도 하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하고 참 인생이 그렇습니다. 단편 소설들을 읽듯 살아온 얘기들을 들으며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새로 출석하는 교회를 열심히 나간다는 어느 친구는 교회 재건축을 맡게 되었답니다. 수억이 들어간 공사과정에서 담임목사가 리베이트가 없냐며 슬쩍 묻더랍니다. 교회건축을 하고 새차를 뽑았다는 친구목사의 얘기를 들었다는군요. 건설업 관련 일을 하는 그 친구는 깜짝 놀랐답니다..

2016년에도 신앙과 과학에 다리놓는 사역은 계속된다.

저를 잘 아는 어느 사역자가 그러더랍니다. 창조과학의 심각성은 꼭 해결되어야 하지만 우교수님이 창조과학과의 싸움의 전면에 안 나셨으면 좋겠다고. 그 이유는, 저를 덮어놓고 욕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인격적으로 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날카로운 싸움꾼으로만 알고 평하고 욕하는 것이 싫어서랍니다. 2016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신앙과 과학 관련 사역은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욕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예수믿고 꼭 구원받으라는 모욕이나 진화론을 설파하기 위해 기독교인인척 한다는 색깔론이나 과학자가 신을 운운한다는 무신론자들의 비웃음을 접하면, 처음엔 머리뚜껑도 열리고 화도 났지만 이제 이런 것들은 일상이 되었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국민일보 칼럼 후폭풍~~

국민일보 간부 분이 전화를 했다. 지난 토요일에 나간 칼럼 때문에 항의전화가 빗발친단다. 교회가 창조과학을 재고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창조과학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분들의 신심이 요동을 쳤나보다. 이 분들께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느냐고 묻는다. 물론 개인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다. 대신 이메일을 알려드리라고 했다. 어차피 평소에 전화도 잘 안 받으니 뭐 별 의미없겠다만 이메일 함이 가관이겠구나. 국민일보 데스크에서 이렇게까지 알려온 것을 보면 항의가 심한가 보다. 항의하신 분들 중에 목사님들이 많단다. 하기야... 도대체 칼럼의 내용 중에 어느 부분에 동의가 안되는 걸까? 어떤 문장에 항의하는 걸까? 창조과학이 신앙을 잃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는 표현? 그 표현에 항의하겠다면 반박을 해야 할텐데, 실제로..

카더라 통신의 비애

카더라 통신의 비애결혼 직후 1-2년, 어디서 듣고 온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던 아내에게, 누가 어디서 한 이야기냐며 레퍼런스를 물어보곤 했습니다. 당황하셨을 아내는 의심의 눈초리로 근거를 따지는 내 질문에 말문이 막히곤 했습니다. (물론 이 대화법은 아내와 남편의 바람직한 대화법은 아닐 듯 합니다 ^^) 그 이후로는 정확히 확인된 얘기가 아니면 진실일 가능성이 확인된 바 없음을 넌지시 비추면서 얘기하곤 합니다. 세월호 피해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도 귀기울여 본 적이 없으면서 그저 들리는 소문만 듣고 보상금에 눈이 멀었다는 둥,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없다는 둥, 까칠하게 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카더라 통신의 파워를 일년도 넘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으로 몰거나 교회를 ..

오늘의 설교말씀

오늘 설교 말씀은 삭개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삭개오는 예수를 만난 뒤에 자신이 불의하게 모은 재산을 포기하는 선언을 합니다. 재산의 반은 가난한 자둘에게 나누어주고, 불법하게 착취한 것은 4배를 갚겠다고 작정합니다. 설교 후 질문시간에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돌아보고 채워줄 수 있을지, 나눔이 오갔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질문을 했습니다. 삭개오의 예가 모든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원칙은 아닙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은 삭개오 만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다들 개개인이 일정한 선을 두고 헌금도 하고 남을 돕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개인들에게만 맡겨두기보다는 뭔가 공동체적인 제안과 실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십일조 헌금을 하듯, 일정한 비..

하나님이 믿기지 않는다고...

하나님이 믿기지 않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그런 얘기를 하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코스타에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하다가 오늘도 비슷한 유형의 의문을 가진 한 형제를 만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태신앙으로 자랐지만 과학을 배우고 전공하며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지금은 불가지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청년을 만나 대화를 시작하며 가슴깊이 기도가 시작됩니다. 어제 제 강의를 들으며 신앙과 과학 간에 고민하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어 좋았다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하는 청년의 표정은 나에게 흐뭇한 느낌을 주었지만, 곧 그의 고백에서 치밀한 영적전투의 밀당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믿음은 과연 어디에 기초해 있는가? 그것은 설득이 아닙니다. 창조와 구속에 관한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된다면 복음에 귀를 닫게했던 걸림..

위장한 가을의 미소

위장한 가을이 미소를 보내지만 무더운 여름은 뼛속까지 남아있다. 사랑하면 아프다. 신이 자유의지를 허락한 이후 모든 사랑은 그렇게 아프다. 연인도 부모자식도 그리고 스승과 제자도 모든 사랑은 아프다. 사랑하면 그만큼 소유하는 거라고? 아, 이 철없는 산수는 언제 폐기될 것인가 폭탄을 터트리고 떠난 사람 뒤에 물끄러미 자신을 본다. 먹고사는 것, 힘과 명예 잘난 척이 싫고, 세일즈도 싫다. 삶을 추동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누구인가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길은 모든 소유에서 해방되는 것이리라만 아직 이 땅에 사는 나는 가지려 하고, 아프고, 그리고 아파서 끄적거린다. 영겁 같은 인생도 우주보단 짧으리니 '진리'를 되뇌이며 물끄러미 물끄러미 자신을 본다

Durham 에서

살포시 비가 내리는 창밖 너머에는 천년의 고풍을 자랑하는 더람 성과 성당이 말없이 자리하고 있다. 한 주 내내 날씨가 맑은 편이더니 학회가 끝나는 주말부터는 비가 내린다. 익숙한 날씨 인듯 아랑곳않는 사람들은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더람 성을 휘도는 작은 강 위에 현대적 모습의 작은 다리가 산뜻하게 걸쳐있다. 캠퍼스를 오가며 매일 건넌 다리지만 오늘따라 더람 성을 배경으로 현대의 역사가 겹쳐지는 듯 하다. 스코틀랜드의 침략을 맞아 잉글랜드 북방의 중요한 요새였던 더람이 큰 확장없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근대의 광산개발에도 불구하고 성과 성당을 두르는 더람의 중심부는 강으로 둘러싸인 크기 때문인지 옛모습을 담고 있다. 천년의 역사 동안 사람들의 삶은 변했을까? 북쪽의 침략을 막아 농민들을..